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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직업은 방송국 다녀온 교사…이젠 자리 떠나 자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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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철환 아주대 교수, 에세이 '재미있게 살다가 의미있게 죽자' 펴내

연합뉴스

주철환 아주대 교수
[본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직장 생활을 '아듀'하는 마음은 편해요. 자리와 자유가 있다면 은퇴는 자리에서 자유로 가는 거죠."

최근 종로구 사직동에서 만난 주철환(65) 아주대 교수의 말에선 홀가분함이 느껴졌다. 2020년 1학기를 마지막으로 정년퇴직을 앞둔 그는 이달 초 에세이집 '재미있게 살다가 의미있게 죽자'를 출간했다. 대구(對句)로 가득한 그의 책처럼, 주 교수는 실제 말투에서도 특유의 '라임'이 가득했다.

그는 '1세대 스타 PD'다. 국어 교사를 하다 1983년 MBC에 입사해 '일요일 일요일 밤에'와 '우정의 무대', '퀴즈 아카데미' 등 인기 프로그램을 연출했고, 이후 OBS 경인TV 사장, JTBC 대PD 등을 역임 후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교사에서 PD를 거쳐 다시 교사로 돈 경력을 그는 "방송국에 다녀온 교사"라고 불렀다.

"방송국에 가서 현장 실습하고 돌아왔다고 생각해요. 지루하면 외면당한다는 걸 배웠죠. 재미가 없다는 건 사람들에게 시간 낭비를 시키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가끔 교사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면 '교실 안의 시청률을 높이자'고 해요."

'재미'를 최우선으로 삼는다는 점에선 시청률 0.1%에 일희일비하는 방송장이의 피가 느껴졌다. 다만, 주 교수는 재미에 더해 '의미'도 강조했다. 에세이 제목 '재미있게 살다가 의미있게 죽자'는 그의 좌우명이기도 하다.

"재미라는 건 날 즐겁게 하는 것인데, 오로지 나만을 재밌게 하고 기쁘게 하는 건 의미가 없어요. 재미의 최고치는 나의 재미를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것이고, 그래서 재미를 확장하면 의미가 생깁니다."

실제로 그가 PD 시절 연출한 예능은 재미와 의미를 모두 갖춘 프로그램이었다. '퀴즈 아카데미'는 오락뿐 아니라 지성도 느껴지는 퀴즈쇼였고, 군인 위문 예능 '우정의 무대'는 부대를 방문한 어머니가 아들과 만나는 장면으로 전 국민 심금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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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철환 아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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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번 16번째 책에선 무릎을 '탁' 치게 하는 재밌는 표현이 많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진정성의 핵심은 진실함과 간절함이다. 그것은 송신과 수신의 주파수가 맞을 때 완성된다 … 연기는 가능성이 아니라 기능성이다.'('써야 할 것들의 순서' 중) 노랫말처럼 운율이 느껴지는 문체는 어떻게 완성됐을까.

"어렸을 때부터 대구법, 각운에 소질이 있었습니다. 언어의 '형제 찾기'라고 하는데, 그런 걸 지속해서 추구해왔죠. 지금도 언어의 형제들을 찾으면 바로 적어놓는 '메모광'이에요. 근본적인 건 어린 시절 외로움 때문인 것 같아요. 6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랑 헤어진 뒤 고모와 함께 자랐는데, 고모는 절박하게 생존 경쟁을 해야 했던 분이셨죠. 절 키운 건 조그만 라디오였어요. 음악에 완전히 꽂혀서 노래 따라부르고, 가사 생각하고, 일기도 썼어요. 국민학생 시절엔 고민을 지어내서 잡지 독자 투고로 엄청나게 보냈는데, 그 때문에 상상력이 풍부해진 것 같아요. 상은 한 번도 못 받았지만요(웃음). 그 후 백일장 수상과 문예반, 교지편집위원 등을 거치며 글쓰기는 제 주특기가 됐습니다."

그는 "좋은 말은 음악이 된다"며 에이브러햄 링컨의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이순신 장군의 '사즉생 생즉사' 등을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내 글은 음악을 향해 가는 길에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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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철환 아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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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와 교사, 작가 등 여러 직업을 거친 그는 '평생직장' 개념이 희미해지는 요즘,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매일 새로워짐)의 자세를 강조하며 미디어 대변혁 시기에 놓인 PD들에게 "창의적이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무한도전'의 김태호 PD가 했던 걸 누군가가 따라 하면 그 사람은 살아남기 어려울 겁니다. 김태호 PD가 했던 걸 바꿔봐야죠. 전 예전부터 세상은 모범생이 아니라 모험생이 바꾼다고 했어요. 새로워지지 않으면 그 어떤 직업도 안전한 직업은 없을 거예요."

no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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