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에 빠져 방황하는 인류…돌풍 속에 버려두지 말라" 간구
27일(현지시간) 코로나19 종식을 위한 특별기도를 주례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EPA=연합뉴스] |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탄에 빠진 인류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려달라고 간곡히 청했다.
교황은 봄비가 내린 27일(현지시간) 저녁 바티칸 성베드로광장에서 주례한 특별기도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상황을 빗대어 "저희를 돌풍의 회오리 속에 버려두지 말아달라"고 간구했다.
교황은 "짙은 어둠이 우리 광장과 거리와 도시를 뒤덮었고 귀가 먹먹한 침묵과 고통스러운 허무가 우리 삶을 사로잡아버렸다. 우리는 두려움에 빠져 방황하게 됐다"며 인류가 처한 현실을 묘사했다.
교황은 이어 "우리는 모두가 같은 배를 타고 있고 연약하고 길을 잃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가 모두 같이 노를 젓고 격려가 필요한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부연했다.
또 "우리는 혼자서 한치도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을, 오로지 함께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혼자서는 파선하고 만다"며 "우리가 모두 하나가 되게 해달라"고 연대를 호소했다.
1522년 로마에 페스트가 돌 때 봉헌된 십자가 앞에서 기도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EPA=연합뉴스] |
교황은 아울러 "주님은 우리에게 겁내지 말라고 하셨지만 우리는 믿음이 약하고 무섭다"며 "이 세상을 축복하시고 육신의 건강을 주시며 마음의 위안을 달라"고 기도했다.
15분간 이어진 교황의 강론은 성베드로대성당 앞에 마련된 특별 제단에서 진행됐다.
교황은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폐쇄된, 드넓고 휑한 성베드로광장을 바라보며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미리 준비한 글을 읽어내려갔다. 평소 수만 명의 신자와 방문객이 모이는 곳인데 이날은 교황 혼자였다.
교황은 로마 산타 마르첼로 알 코르소 성당에서 모셔온 목재 십자가 앞에 선 채로 기도를 올리기도 했다.
1522년 페스트가 로마를 휩쓸 당시 신자들이 이 십자가를 들고 16일간 로마 거리를 돌며 기도했고 이후 페스트가 조금씩 사그라들었다는 설이 전해진다.
교황은 지난 15일에도 이 십자가가 보관된 산타 마르첼로 알 코르소 성당을 찾아 코로나19 종식을 기도한 바 있다.
이날 특별기도는 전대사(全大赦)를 위한 '우르비 에트 오르비'(Urbi et Orbi·로마와 온 세계에라는 뜻) 축복으로 마무리됐다. 전대사는 죄의 유한한 벌인 잠벌을 모두 면제해 주는 것이다.
바이러스 희생자와 방역 최전선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힘겨운 나날을 보내는 의료진 등을 위로하고 용기를 북돋기 위한 목적이다.
전통적으로 우르비 에트 오르비는 성탄 대축일과 부활 대축일, 그리고 새 교황이 즉위할 때 발표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lucho@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