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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김병우의 내 인생의 책]⑤무지한 스승 - 자크 랑시에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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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코토의 ‘진짜 교육’

경향신문

‘국어교사 출신인 내가, 퇴임 후 딴 나라에 가서 말이 통하지 않는 학생들에게도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을까?’ 상상도 못해본 일이다. 가르침이란, 주로 말로 이루어지기에.

그런데 바로 그런 상황을 실제 겪은 사례를 통해, 진정한 가르침을 짚어본 책이 자크 랑시에르의 <무지한 스승>이다. ‘아는 게 없는 스승’이라니? 얼핏 형용모순처럼 보이는 제목 속에 중요한 함의가 있다.

네덜란드말도 못하는데 네덜란드 학생들을 가르쳐야 했던 프랑스어 강사 자코토. 그는 학생들에게 프랑스어-네덜란드어 대역판 한 권을 던져준다. 별다른 도리도 없었을 터…. 그런데 학생들은 정말로 프랑스어를 배워낸다. 어릴 때 모국어를 그렇게 배웠듯이.

전통적 교육에서 교사의 설명은 절대적 비중을 차지한다. 교사는 자기가 아는 것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학생들을 지도한다. 그러나 자코토는 이 방식이야말로 ‘바보 만들기’라고 본다. 학생을 스승의 지적노예로 만드는 것이며, 그런 지도를 받은 학생은 스승을 따라잡을 수 없다고 말한다.

또 말한다. 뭔가를 스스로, 스승 없이 배워보지 않은 사람이 있더냐고…. 누구나 그럴 수 있으니 그게 바로 ‘보편적 가르침’이라고. 그리고 스스로 배우는 과정에서 ‘지적해방’에 이른다고 말한다(물론 교사는 먼저 해방돼야 하고, 지적해방의 효과를 알려주는 것으로 돕는다고 본다).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 학습할 능력이 있다고 믿은 자코토. 그래서 교사의 시시콜콜한 설명은 도리어 학생의 인지능력을 갉아먹기에, 그것에서 벗어나는 지적해방만이 ‘진정한 앎’의 길이라고 본 자코토. 그의 앞선 교육적 실험은 요즈음 학생중심, 배움중심 교육의 원형이라 할 만하다.

김병우 | 충청북도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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