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1 (월)

헌재 “긴급조치 피해자도 ‘국가배상 예외 적용’ 안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관련법 5 대 3으로 합헌 결정

박정희 정권의 긴급조치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할 때 공무원의 고의·과실이 있었는지 따지도록 한 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헌법재판소가 판단했다.

헌재는 재판관 5(합헌) 대 3(위헌) 의견으로 국가배상법 2조 1항이 합헌이라고 결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이 조항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때 배상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긴급조치 위반으로 수사·재판을 받은 피해자들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냈지만 법원이 이 조항을 이유로 기각하자 헌법소원을 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대법원은 긴급조치가 위헌이라면서도 긴급조치에 기초한 수사·재판이 바로 민사상 불법행위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결했다. 국가배상 책임이 성립하려면 공무원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있어야 하는데 긴급조치가 위헌·무효임을 당시 수사기관·법원은 알 수 없었다는 이유다. 피해자들은 국가배상법 조항이 헌법상 국가배상청구권과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쟁점은 긴급조치와 같은 국가폭력의 피해자들에게도 예외 없이 공무원의 고의·과실을 따져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하게 한 게 위헌인지 여부였다.

헌재는 2015년 4월 해당 조항이 합헌이라고 결정했고, 변경할 사정이 없다고 했다. 당시 헌재는 “공무원의 고의·과실이 없는데도 국가배상을 인정할 경우 피해자 구제가 확대되겠지만 현실적으로 원활한 공무수행이 저해될 수 있어 입법정책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헌재는 긴급조치 피해자들에게도 예외를 적용할 수는 없다고 했다. 헌재는 “과거에 행해진 법 집행행위로 사후에 국가배상 책임이 인정되면, 국가가 법 집행행위 자체를 꺼리는 등 소극적 행정으로 일관하거나, 행정의 혼란을 초래해 국가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못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고 했다.

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은 해당 국가배상법 조항이 원칙적으로는 합헌이지만, 긴급조치와 같은 인권침해가 극심한 행위에까지 적용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했다.

이들은 “긴급조치 제1호, 제9호 발령·적용·집행을 통한 국가의 의도적·적극적 불법행위는 헌법의 근본 이념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정면으로 훼손한다”며 “국민의 기본권을 존중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국가의 본질을 거스르는 행위이므로 불법의 정도가 심각하다”고 했다. 이들은 “해당 조항은 긴급조치에 관한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개별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을 요구한 결과 국가배상 청구가 현저히 어렵게 됐다”며 “법치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배상 청구에 관한 법률 조항이 오히려 법치주의에 큰 공백을 허용했고, 국가의 기본권 보호 의무에 관한 헌법 10조에도 위반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빚어졌다”고 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 장도리 | 그림마당 보기

▶ 경향 유튜브 구독▶ 경향 페이스북 구독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