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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코로나19 시대 경기전망…‘I 와 V’의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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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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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니 “바닥 없이 추락하는 I자”

주요 투자은행 성장률도 ‘비관적’

저금리에 신흥국 외화 부채도 급증


버냉키 “침체되겠지만 V자 반등”

주요국들 추가 부양책에 희망 걸어


“의도적 유동성 공급은 거품 유발”

경기 반등 뒤 더 큰 침체 주장도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2조달러 규모의 경기부양 패키지 법안이 미국 상원에서 통과됐지만 경기전망은 안갯속이다. 경제활동 중단으로 인해 대공황 수준으로까지 경기가 추락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과 코로나19는 금융 시스템의 문제가 아닌 자연재해인 만큼 확산세가 잦아들면 경기도 빠르게 반등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비관론의 대표주자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다. 그는 24일(현지시간) 기고 및 인터뷰를 통해 “과거 대공황 때나 2차 세계대전 때에도 지금의 중국이나 미국, 유럽 등처럼 경제활동이 말 그대로 중단된 적은 없었다”며 “지금 나타나는 경기위축이 V자나 U자, L자도 아닌 ‘I자형’에 가깝다”고 말했다. 경기곡선이 일시적 충격 후 빠르게 반등하는 V자나 완만하게 회복하는 U자,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L자가 아니라 ‘자유낙하’하듯 바닥 없이 추락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이번 경기침체가 심각한 상태로 치달으면서 1930년대 대공황(Great Depression)보다 더 심각한 대공황(Greater Depression)으로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경제활동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대한 공포감이 깔려 있다. 사람과 물자의 이동이 모두 중단되면서 생산 차질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최근 발표되는 주요 투자은행의 성장률 전망치도 이 같은 비관론에 힘을 싣는다. 모건스탠리는 2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 30%, 골드만삭스는 마이너스 24%, JP모건체이스는 마이너스 14%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주요 금융사 450곳 이상이 가입한 국제금융협회(IIF)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전년 대비 0.4%에서 마이너스 1.5%로 낮췄다.

10년 넘게 이어져온 저금리 기조로 세계 경제가 부채의 늪에 빠졌다는 점도 부담이다. 지난해 1분기 기준 신흥국이 보유한 외화표시 부채는 8조5000억달러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년 동안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단계였던 올 1월1일부터 2월12일까지 중국과 멕시코, 칠레 비금융회사가 외화표시 채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약 664억달러로 전년(342억달러)의 두 배에 육박했다. 채권 대부분이 달러 표시인 점을 고려하면 안전자산 선호로 달러 가치가 오를 경우 부채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그동안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부채를 감당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이마저도 어렵다.

코로나19 확산이 멈추면 경기가 빠르게 회복할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다.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25일 CNBC 인터뷰에서 “모든 것이 중단되고 있어 다음 분기에는 가파르고 짧은 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셧다운 기간 인력과 기업에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시간이 길어도 상당히 빠른 반등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는 금융 시스템의 붕괴가 아닌 자연재해인 만큼 전염병만 통제된다면 경제가 정상 궤도에 다시 올라설 수 있다는 것이다.

이종우 이코노미스트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신용경색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대규모 자금 인출 사태까지 벌어졌다”며 “코로나19가 아직 진행형이지만 충격의 강도와 규모는 당시만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주요국 정부와 중앙은행에서 추가 대책이 나올 수 있다는 점도 경기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부추기고 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이날 경기부양책을 발표하며 추가 지원이 필요할 수 있는 시기에 대해 3개월을 예상한다고 언급했다. 미 연준의 부실 회사채 매입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가 반등한 이후 더 큰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김한진 KTB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은 결국 더 큰 거품을 만들어 위기를 뒤로 미룬 것뿐”이라며 “부채와 저금리에만 의존하는 경제구조에서 벗어나는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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