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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구직자 울린 파파라치 학원…6만원짜리 중국산 몰카 160만원에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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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난 악용해 중국산 6만원짜리 160만원에 몰카 판매

피해규모 365명, 5억4000만원 달해

중앙일보

고소득을 미끼로 몰래 카메라를 160만원에 불법으로 판매한 파파라치 학원이 적발됐다. 어깨끈으로 매는 가방에 카메라가 내장된 형태의 중국산 제품으로 원가는 6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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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시민요원 모집, 평생직업, 월 200만원 가능.'

지난해 초 일자리를 찾느라 생활정보지를 살펴보던 A씨는 평생직업이란 소리에 구인광고를 낸 업체에 전화를 걸었다. 광고를 낸 곳은 불법행위를 제보해 신고포상금을 받는 '파파라치 학원'. A씨는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학원에 찾아가 상담을 받았다. 학원 상담사는 "파파라치를 해서 1억원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늘어놓다 '카메라'를 살 것을 제안했다. 가격은 160만원. 파파라치를 해볼 요량에 카메라를 사고 몇번의 수업을 들었지만 정작 카메라는 쓸모가 없었다. 속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A씨는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다.

구인구직 광고를 통해 '몰래카메라'를 팔아온 파파라치 학원 원장과 대표 등 3명이 형사입건됐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은 26일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3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판매한 몰카, 장난감보다 조금 좋은 수준



민생사법경찰단 수사결과 피해 인원은 무려 365명에 달했다. 이들은 지난해 2월부터 8월까지 원가가 6만원에 불과한 중국산 몰래카메라를 대당 160만원에 팔아 5억4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판매한 몰래카메라는 가방에 내장하는 형태였다. 박해진 방문판매수사팀장은 "업체가 판 몰래카메라는 장난감보다 조금 좋은 수준인 것으로 실제로는 쓸모가 없는 물건이었다"고 설명했다.

민생사법경찰단에 따르면 파파라치 학원 원장 등은 실업난으로 고통받고 있는 취약계층을 노렸다. 일자리를 제공해 돈을 벌 수 있도록 하는 것처럼 홍보해 학원을 방문하도록 했다고 한다. 몰래카메라 등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방문판매업으로 관할 구청에 신고해야 하지만 이들은 신고하지 않았다. 몇 년마다 업체 이름을 바꿔 학원과 몰래카메라 판매를 계속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민생사법경찰단 관계자는 "신고포상금 제도가 마치 중장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가 특별히 마련한 제도인 것처럼 과장하고, 해당 업체가 정부지원금을 받거나 정부와 관련 있는 기관인 것처럼 오인할 수 있도록 홍보했다"고 설명했다. 학원 홍보 글에도 "현재 공무원들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을 중장년층의 고급인력을 재고용해 수입창출의 기회를 주고자 특별법으로 제정한 곳"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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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득을 미끼로 중국산 6만원짜리 몰래 카메라를 160만원에 불법으로 판매한 파파라치 학원이 적발됐다. 사진은 해당 업체가 판매한 몰래카메라. [사진 서울시]





카메라 판매 사실 알리지 않고 상담



영업사원들에겐 별도 주의를 줬다. '카메라에 관해 문의하기 전에는 먼저 카메라 판매 이야기를 하지 말라'는 원칙을 세우고 상담을 위해 찾아온 사람에겐 카메라 판매 사실을 알리지 않도록 했다는 것이다.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방문판매업자가 거짓 과장된 사실을 알리거나 기만적 방법으로 소비자를 유인해 거래하는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무신고 방문판매업의 경우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내려진다.

박재용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장은 "취업, 일자리 등으로 광고해 유인한 후 물건을 판매하는 경우, 방문판매업 신고 여부와 광고 내용의 사실 여부를 관련 기관에 확인해야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며 "구직난을 악용해 서민을 현혹하는 민생 침해 범죄를 지속적으로 수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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