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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성착취물 실태와 수사

성착취물 다운로드 했을 때만 처벌? 법원은 “다운로드와 관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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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등의 대화방에 들어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단순 시청하는 행위를 ‘음란물 소지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

현재까지 아동·청소년 음란물 소지죄로 처벌된 사례의 대부분은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음란물을 다운로드해 저장한 경우다. 26일 경향신문이 확인해보니 다운로드하지 않았더라도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음란물에 언제든지 접근이 가능했다면 처벌할 수 있다고 본 사례가 있었다.

ㄱ씨는 18세 피해자와 연인관계로 지내면서 스마트폰 커플채팅 앱으로 대화를 하던 중 신체부위를 찍은 사진을 보내달라고 말해 전송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ㄱ씨에게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의 음란물 소지죄가 적용됐다. 아청법 11조 5항은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임을 알면서 이를 소지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ㄱ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가 앱에 신체 사진을 업로드하자 자신이 앱을 작동시켜 사진을 본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나 ㄱ씨 측은 사진을 앱에서 공유만 했을 뿐 다운로드하지 않았고, 사진이 스마트폰에 저장되지도 않았으므로 ‘소지’한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ㄱ씨는 피해자의 신체 사진을 촬영해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제작하고, 피해자가 헤어지자고 말한 뒤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진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혐의도 받았다.



경향신문

25일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탄 차량이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와 검찰 유치장으로 향하자 시민들이 조주빈의 강력처벌을 촉구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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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판단은 “소지가 맞다”는 것이었다.

1심인 수원지법 안산지원 형사1부(재판장 서현석)는 “설령 ㄱ씨가 사진을 다운로드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앱에 사진이 업로드됐고, ㄱ씨가 앱을 작동시켜 사진을 보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는 이상 ㄱ씨가 사진을 다운로드 했는지 혹은 사진이 스마트폰에 저장됐는지 관계없이 ㄱ씨가 사진을 자기의 사실상의 지배하에 두어 보관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1심은 또 ㄱ씨가 앱을 작동시킨 후 사진이 보이는 영역까지 화면을 스크롤해 사진을 표출시키면, 사진의 미리보기용 파일이 스마트폰 내장메모리의 캐시 영역과 램에 저장된다는 사실도 소지가 맞다고 판단하는 근거로 제시했다.

1심은 “피해자가 사진을 업로드한 것은 ㄱ씨 요구에 따른 것”이라며 “ㄱ씨가 당시 피해자가 미성년자임을 알고 있었으므로, 미성년자의 신체가 노출된 사진이 업로드될 것을 알고 있었고 그러한 인식하에 사진을 봤다”고 했다. 1심은 ㄱ씨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ㄱ씨는 항소했다. ㄱ씨 측은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1심 판결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앱을 통해 피해자의 신체 사진에 접근할 수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ㄱ씨가 사진을 소지한 것으로 평가될 정도의 사실상 지배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또 미리보기용 파일이 스마트폰 내장메모리 캐시영역과 램에 저장되는 것은 ㄱ씨의 의사나 의지의 개입 없이 앱에 의해 자동으로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ㄱ씨가 사진을 소지했다는 근거로 볼 수 없다고 했다.

2심 역시 유죄 판단이었다.

2심인 수원고법 형사1부(재판장 노경필)는 “아청법상 ‘소지’는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사실상의 점유 또는 지배하에 두는 행위를 의미한다”며 “행위자가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보관·유포·공유할 수 있는 상태에 있고, 언제든지 접근 가능한 상태에 있으며 실력적으로 지배할 의도가 있으면 소지로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ㄱ씨 사건에 관해 2심은 “ㄱ씨는 사진을 자신의 스마트폰에 다운로드하지 않더라도 앱 계정이 연결끊기를 통해 계정 연결이 서로 끊어진 후 일정기간(기본 30일)이 지나거나 탈퇴하기를 통해 계정 정보가 삭제되지 않는 이상 언제든지 위 사진을 볼 수 있었다”며 “사진을 보관·유포·공유할 수 있었다”고 했다. 2심은 “ㄱ씨는 피해자가 사진을 업로드한 이후 앱 계정의 연결끊기나 탈퇴하기를 하지 않았던 점 등을 종합하면 ㄱ씨가 사진을 소지한 것으로 충분히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2심은 사진을 소지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사전 동의를 받은 점, ㄱ씨가 반성하는 점 등을 감안해 형량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으로 내렸다. 이 판결은 최종 확정됐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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