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났습니다]②"인력풀 없어 여성이사 못 뽑는다는 건 늘 있는 핑계"

기업들, 여성 인재풀이 모자라다 반발해

박용만 상의 회장 만나 인재 충분함 알릴 것

공공부문 여성 대표성은 높아지고 있어

자격 있는 승진에도 '할당' 시각 여전해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또 여성 인재가 없어 곤란하다는 얘기가 나올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미리 이사 자격이 충분한 관계 조직들과 간담회부터 진행해 여성 인재들의 리스트부터 챙겼습니다.”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은 바뀐 자본시장법에 따라 이사회에 여성 임원을 반드시 1명 이상은 둬야 하는 기업들이 인재 풀이 없다며 우려하는데 대해 “여성을 뽑아야 할 때면 늘 나오는 핑계”라며 이같은 우려를 일축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올해 시행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따라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주권상장기업은 이사회의 이사 전원을 특정한 성별로 구성하지 않아야 한다. 즉 이사회 내에 여성이 적어도 1명은 포함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 장관은 “여성 운동 초기 여성 할당제를 할 때 정당 대표들이 가장 먼저 한 말도 과연 자격이 있는 여성이 있느냐는 것이었다”며 “그때 당을 초월해 부패로부터 자유롭고 유능한 100명의 여성리스트를 뽑아 각 당 대표들에게 건넸다”고 설명했다. 똑같은 우려가 이번에는 민간기업에서 나옴에 따라 이 장관은 이번에도 우선 리스트 확보부터 나섰다. 민간기업이기에 리스트를 직접 전달하지는 못해도, 결코 인재 풀이 모자라지 않다는 사실을 재계에 적극 알리기 위해서다.

이 장관은 “여성 변호사회 회원 수만 해도 8000명이다”며 “4월 초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만날 예정으로 우리 사회의 성장과 발전을 통해 역량 있는 여성이 이렇게 많이 있다는 얘기를 전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기존 조직문화가 폐쇄적일수록 여성에 대한 적극적인 채용을 두려워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화가 폐쇄적이고 비공식적인 의사결정을 많이 하는 기업의 경우 여성, 특히 다양성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며 “폐쇄성이 조직 내 특정 집단에는 유리할지 모르겠으나 기업의 생산성에는 전혀 유리하지 않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나마 공공부문은 민간 기업들보다는 사정이 낫다. 여가부가 ‘공공부문 여성대표성 제고 계획’을 세우고 관계부처와 협력한 결과 중앙부처 본부과장급 여성 비율은 2017년 14.8%에서 20.8%로 높아졌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공공부문 여성관리자를 늘리기 위해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관리직에 오른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모두 그 자리에 충분히 있어야 할 사람들임에도 오히려 기회가 적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국토교통부의 재정담당관의 경우 그 직무군에 여성 하위직 직군이 1000명에 이르지만 그동안 여성 고위공무원이 한 명도 없었다”며 “여성이라 자리를 채워넣은 것이나 신데렐라 승진이 아니라 직무와 관련된 적당하고 당연한 승진이었다는 얘기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우리 사회보다 더 급진적으로 여성 임원, 여성 고위 관리자 등을 받아들이고 있는 해외 사례를 통해 여성의 대표성을 높이는 것이 기업의 효율성가 생산성에 직결된다는 점을 강조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여성을 고위직에 활용하는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다 보면 생산성과 효율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다국적 기업 또는 금융사들이 대부분”이라며 “해외 국가와 기업 사례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포럼 등을 통해 공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