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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화재 진압 영웅에 가려진 ‘인간 소방관’ 그려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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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 삶 다룬 웹툰 ‘1초’ 김신희 스토리작가ㆍ최광운 그림작가
한국일보

소방관의 삶과 활약상을 다룬 웹툰 ‘1초’의 김신희(왼쪽) 스토리작가와 최광운 그림작가가 25일 한국일보사 16층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두 사람은 경기 이천에 소재한 청강문화산업대 만화창작과 1년 선후배 사이로 김 작가가 선배다. 정준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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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직업군 중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들이다. 모든 차들을 세우고, 도로 중앙선을 넘나들며 달리는 소방차 출동 장면이 영향을 줬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 이유는 소방관들이 ‘위험에 빠진 사람들을 구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아이들 사이서 영웅으로 칭송되는 그들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참혹한 화재ㆍ사고 현장에서 접한 장면들은 외상후 스트레스로, 그것들은 다시 수면장애로 이어진다. 순직보다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등진 소방관들이 더 많을 때도 있었다.

작년 3월부터 포털에 연재돼 인기를 끌고 있는 웹툰 ‘1초.’ 소방관의 삶과 활약상을 본격 다룬 첫 웹툰이다. 현재 53회 연재됐는데, 회당 별점 평가자 수가 2만명에 달한다. 금요일 연재작 중 조회수 5위, 특수직종을 다룬 이야기로는 보기 드문 성적이다. 25일 이 웹툰의 스토리를 풀어내고 있는 김신희(30)씨, 그 이야기를 화려한 그림으로 포장하고 있는 최광운(29)씨를 만났다. 둘은 청강문화산업대 만화창작과 동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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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1초’에서 주인공인 소방관 ‘호수’가 화재를 진압하는 장면. 최광운 그림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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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가 이 일을 시작하게 된 배경은 “정작 자신들은 ‘SOS’ 신호를 보낼 수 없는 삶을 사는 119대원들의 모습.” 그는 “영웅적인 모습이 강조되면서 소방관들에게 희생 아닌 희생을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가 있다”며 “그런 모습보다는 그들의 삶을 보다 현실적으로 그려, 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웹툰 ‘1초’의 주인공 ‘호수’는 범상치 않은 인물이다. 긴박한 상황이면 예지력이 생긴다. 몇 분, 몇 초 뒤의 미래를 내다보면서 동료들과 무사히 임무를 완수한다. 김씨는 “출동 현장은 1초 차이로 생과 사를 달리하는 곳”이라며 “촌각을 다투는 소방관들의 삶을 제목에 압축했다”고 설명했다. 현실적인 삶을 그리면서도 주인공에게 예지력을 탑재한 것은 이유가 따로 있다. “이 같은 예지력으로 소방관들이 출동 현장에서 보다 안전해졌으면, 구조에 실패하더라도 자책하는 일이 줄어들었으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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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운 그림작가가 웹툰 연재장면을 그리면서 김신희 작가와 고민을 나누고 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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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작품이 나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소방서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2년간 복무한 경험이 결정적이다. 김씨는 “참혹한 장면들은 제외하더라도 2년간 출동 현장에서 접한 시신만 30구가 넘는다”며 “그들의 노고를 알리고 그들의 노력에 보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웹툰 특성상 아무리 탄탄한 스토리라 해도 그림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 같은 인기는 불가능한 일. 김씨의 스토리에 매료된 나머지 공동작업에 합류한 최씨는 “육군 병장 출신이라 소방 장비들과는 거리가 있어 현장감 있게 그리는 게 가장 어려웠다”며 “시간은 걸렸지만 장비 하나 하나 확인 받아가며 실물과 최대한 비슷하게 그리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전국의 소방관들이 댓글로 두 사람을 응원하고 있는 이유다.

현재 예상 횟수는 200~300회. 200회까지 간다고 해도 앞으로 3년 더 달려야 하는 여정이다. “ ‘소방관=화재 진압’이라는 정형화된 이미지를 벗기는 데 도움이 된다면, 또 소방관들이 밖에서는 물론 가정에서도 ‘영웅’이 되는데 도움이 된다면 300회라도 쓸 겁니다.” 찰떡궁합 선후배의 이구동성이다.

배성재 기자 pass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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