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닉네임 ‘박사’, 조주빈.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n번방 회원 전원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면서 특히 회원 중 공직자가 있는지 여부를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미성년자 16명을 비롯해 여성 70여 명을 협박해 성 착취 동영상을 찍게 하고, 이를 텔레그램에서 유포한 사건이 국민적 분노를 유발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공직자'를 특정한 지시를 내린 것이다. 실제 경찰이 n번방 운영진이나 회원으로 활동한 공직자를 찾아낸다면 이들은 어떤 처분을 받게 될까.
국가공무원법 제79조에서는 공무원의 징계 종류를 가벼운 것에서 무거운 순으로 견책·감봉(경징계)과 정직·강등·해임·파면(중징계)으로 나누고 있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법조계 전문가들은 공직자가 n번방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확인될 경우 중징계인 파면이나 해임까지 가능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인천의 한 NGO 단체 홈페이지에 게시된 조주빈의 사진. 조씨는 이 단체에서 장애인지원팀장을 맡기도 했다. 조씨는 미성년자 성 착취 영상과 사진을 촬영·공유한 텔레그램 비밀방, 일명 '박사방'을 운영해온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뉴스1 |
Q : n번방 연루자 형사처벌 대상일까?
우선 n번방에 회원으로 들어가 성 착취 영상물을 본 이들도 형사처벌 대상으로 분류될까. 형사처벌이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견해다. n번방 운영자는 협박을 통해 성추행 또는 성관계 동영상을 촬영하도록 하고, 그 결과물을 피해자에게 요구했는데 이는 성폭력처벌에 관한 특별법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에 해당한다.
피해자에게 신상공개 등을 협박하면서 피해자 스스로 촬영하여 올리도록 하는 행위 역시 ‘간접정범'(타인을 도구로 이용하여 범죄를 행하는 것)으로 분류돼 같은 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또 돈을 주고 이용하는 회원들은 n번방 운영자 등이 돈을 받고 위와 같은 행위를 지속적으로 할 것을 알고 돈을 주고 이용하는 것에 해당하므로, 카메라 촬영죄 등의 방조범(공범)으로 처벌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판사·검사 출신인 법무법인 대륙아주 송창현 변호사(공공부문 행정팀장)는 피해자 중 미성년자가 포함돼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송 변호사는 "아동청소년성보호에관한법률(아청법)은 불법 영상물의 단순 소지도 벌금형으로 처벌하고 있다"며 "아청법은 음란물제작에 대해 무기 또는 징역 5년 이상 징역형으로, 음란물 단순소지의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텔래그램 N번방 관련 그래픽.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Q : n번방에 공직자가 있다면 징계 수위는?
n번방 사건에 공직자나 교원이 연루된 것으로 파악되면 이들의 정보는 소속 기관에 전달된다. 국가공무원법은 제83조 제2항에서, 사립학교법은 제66조의3에서 ‘검찰·경찰, 그 밖의 수사기관은 조사나 수사를 시작한 때와 이를 마친 때에는 10일 이내에 소속 기관의 장에게 그 사실을 통보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후에는 형사처벌 여부에 따라 징계 수준이 갈릴 수 있지만, 전문가들은 중징계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성범죄 사건을 전문으로 수임하는 법무법인 법여울의 김병진 형사전문변호사는 "이번 n번방 사건의 경우 돈을 주고 이용하는 사람들은 n번방 운영자가 돈을 받고 불법 촬영물을 제작한다는 행위를 알고 이용한 것에 해당해 카메라 촬영죄 등의 공범으로 처벌 가능하다"라며 "강요에 의해 얻은 영상물을 고의로 이용한 것으로 보고 공직사회에서 이들에 대해 고강도로 징계할 가능성이 높다"고 풀이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제2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Q : 공직자, 형사처벌 피해도 징계 가능할까?
n번방과 관련 공직자가 만약 형사처벌 받지 않더라도 불이익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가공무원법은 형사처벌과 관계없이 비위에 연루된 공직자들을 징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서다.
김 변호사는 "공직자가 형사처벌 받지 않는 경우에도 국가공무원법상 품위유지의무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며 "이번 사건의 경우 비위의 정도가 심하고, 고의가 있다고 판단되면 파면·해임 등 중징계에 이를 가능성도 높다"고 내다봤다.
송 변호사도 "형사처벌이 없어도 공직자에 대한 충분한 징계사유가 될 수 있다"며 "국가공무원법상 품위유지의무위반에 해당한다고 보이고, 징계는 형사처벌과 별개로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