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보다 40조원 많을 것 예상되는 내년 정부 지출
코로나와 고령화 대응 등으로 더 늘듯
기재부 "세수 여건은 어려울 듯"
기획재정부가 내년도 예산 편성의 가이드라인격으로 작성한 ‘2021년 예산안 편성지침’에서 내비친 우리 정부의 빠듯한 살림살이 형편이다. 국가재정운용계획 상에도 이미 내년도 재정지출은 546조8000억원으로 수입(505조60000억원)보다 40조원 이상 많다. 그런데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세수는 줄고, 경기 회복을 위해 투입해야 하는 예산은 늘어나면 이러한 불균형은 더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정부도 내년 예산안에서 40조원 이상의 적자를 예상한 바 있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 대응 등으로 지출은 늘고, 세수는 줄어 이러한 불균형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기획재정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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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예산안 편성지침은 이달 말까지 각 부처에 통보되고, 이를 바탕으로 부처는 내년도 예산요구서를 작성해 5월 29일까지 기재부에 제출해야 한다.
이번 예산안 편성 지침을 보면 코로나와 고령화 등에 대응하기 위해 ‘쓸 돈’은 늘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인해서 ‘마스크 비축’ 등 감염병 대응이 이번 예산안 편성지침의 새로운 항목으로 추가됐다. 40대 일자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40대 맞춤형 일자리 사업과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한 기초연금 인상·노인 일자리 확충 등도 지침에 포함됐다. 이처럼 써야 할 돈은 많은데 세금 걷을 여건은 좋지 않은 상황이다. 기재부는 “내년 세수 여건은 올해 경기회복 지연 등으로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당장 올해 코로나 사태로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내년에 걷을 법인세나 종합소득세 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기초연금 예산 15조원, ‘고령화 예산의 압박’
기재부는 예산안 편성지침에 ‘기초연금 인상’을 포함했다. 지난해 만 65세 이상인 사람 중 소득하위 20%까지를 대상으로 기초연금을 30만원으로 조기 인상한데 이어, 올해는 소득하위 40%까지 매월 지급하는 연금액이 5만원 올랐다. 내년에는 기초연금 지급 대상 전체(소득하위 70%)의 연금액을 30만원까지 올리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올해는 13조원인 기초연금 예산이 15조원으로 2조원 늘어난다.
/보건복지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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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노인일자리도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올해 노인 일자리 수를 74만개까지 늘리면서 관련 예산도 1조1079억원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노인 일자리 수를 늘리고, 임금 인상까지 추진될 경우 정부 지출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외에도 정부가 3월 말 발표하겠다고 밝힌 40대 맞춤형 일자리 사업에도 예산이 필요하다. 40대의 경우 전직을 위해 직업 교육을 받더라도 가족 부양 등을 위한 수입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 현금 지원이 불가피한데 이를 위한 정부 예산 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새로운 복병 코로나 대응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 감염병 대응 예산도 포함시켰다. 이미 올해 추경에 감염병 전문 병원의 설치, 감염병 연구 강화 등을 포함시켰는데 이러한 사업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라도 관련 예산 편성이 필요하다. 또한 ‘마스크 5부제’를 실시할 정도로 위생용품 대란을 겪었던 상황을 고려해 마스크 비축 예산도 편성할 계획이다. 정부가 마스크 생산업체가 생산 설비를 증축하는대신 ‘향후 정부가 마스크를 비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마스크 비축에 나서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 사태로 위축된 경기 부양을 위한 사업들이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정부는 내년 예산에도 고용 안정과 경기 부양을 위한 예산을 포함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재량지출 10% 의무 감축 등으로 재정 균형 찾을 수 있을까
정부는 이번 예산안 편성지침에서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하면서도,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를 위해 ▲재량지출 10% 의무 감축 ▲보조금 전면 재검토·과감한 구조조정 ▲다부처 협력이 필요한 사업에 대한 협력예산 편성 등의 원칙을 내세웠다. 하지만 의무 지출이 증가하고 있고, 이미 한번 자리잡은 예산을 줄여나가는 것이 쉽지 않다는 측면에서 재정건전성 유지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획재정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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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올해 1차 추가경정예산으로 인해 정부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처음으로 40%를 넘어섰다. 특히 1차 추경에서 2조5000억원 규모의 세입경정(부족한 세수를 채워넣는 것)이 반영되지 않았고, 올해 경제 상황 악화로 소득세·부가가치세 등이 덜 걷힐 것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정부 차원의 재난 지원금 제도 등을 포함한 2차 추경이 실시될 경우 재정건정성은 더욱 흔들리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는 지난해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40% 중반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2023년에는 50%에 가까운 수준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공기업 부채까지 더한 보다 광범위한 규모의 국가채무는 GDP 대비 60% 초반 수준”이라며 “대략 15년 정도가 지나면 한계치인 110%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했다. 아직은 국가채무 비율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도 계속 여유가 남아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해 경제성장률에 비해 정부 지출이 증가하는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앞으로 재정 여력이 부족해지면 고령화나 장기 경기침체 등에 대응하기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홍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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