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구현모 KT 사장이 공식 취임 후 핵심 과제로 그룹사(자회사) 매각을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구 사장은 오는 30일 주주총회를 통해 대표이사(CEO)로 취임한다.
매각 대상으로는 금융회사인 비씨(BC)카드와 케이뱅크 등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KT서브마린, KTH, KT텔레캅 등도 거론된다. 그룹사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은 다시 다른 기업을 M&A(인수·합병)하는 데 쓰일 것으로 보인다.
24일 증권 및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구현모 KT 사장은 지난 17일과 19일 국내 주요 증권사 관계자(애널리스트)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구 사장은 그룹사 리스트럭처링(restructuring,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구 사장이 그룹사 리스트럭처링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는 그룹사 매각에 나선다는 의미"라며 "현재 KT 상황으로 볼 때 비통신기업이자 금융회사인 BC카드와 케이뱅크가 유력하다"고 말했다.
구현모 KT 사장 (사진=KT, 편집=백연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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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관계자는 이어 "지니뮤직의 경우 구 사장이 애착이 많아 매각하지 않을 것"이라며 "나스미디어나 KT엠모바일 등은 본사(KT)와 관련성이 높아 팔 수가 없다. KT스카이라이프의 경우 살 기업이 없다. KT에스테이트는 주력 사업이다. KT서브마린, KTH, KT텔레캅 등을 제외하면 매각해도 큰 수익이 나지 않아 나머지 기업은 사실상 매각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비씨카드의 경우 연 최대 영업이익이 2000억원 수준인 알짜 회사이고 금융업이 당국의 규제 강도가 높기 때문에 자회사를 매각한다면 비씨카드를 매각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며 "보안업계 3위라 규모의 경제 실현이 어려운 KT텔레캅, 공사 수주를 담당하는 KT서브마린, 커머스를 담당하는 KTH 등도 매각 대상"이라고 전했다.
이중 현재 케이뱅크는 KT를 대주주에 세우지 못해 11개월째 대출 영업이 중단된 상태다. 신규 대출을 늘리려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충족해야 하는데 압도적인 대주주가 빠져 있어 증자를 통한 자본금 확충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해결할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이 추진 중이나 최근 국회 통과 문턱에서 좌절됐다. 만약 오는 5월 마지막 임시국회에서도 이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KT가 케이뱅크 대주주로 올라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KT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가 있기 때문에 현재 관계법으로는 주식 지분율을 34%까지 올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5월 임시국회에서 개정안이 처리되지 않을 경우 KT가 케이뱅크 지분 매각에 나설 가능성이 커 보인다.
구 사장은 애널리스트 간담회에서 다른 기업 M&A에 나설 것이라고도 밝혔다. 다만 M&A 대상으로 딜라이브 등을 거론하지는 않았다. 이에 일부 자회사를 매각한 뒤 수혈된 자금으로 다른 기업 M&A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KT는 구 사장이 내정된 이후로 비용을 줄이는 긴축재정모드에 들어간 상태다. 또 구 사장은 애널리스트와의 간담회에서 그룹사 리스트럭처링과 M&A 추진 외에 고객중심 프로세스 기업 밸류(가치) 상승 과거 프로세스와 차별화 등을 강조했다. 이중 기업 가치를 높이는 방안으로 제안된 IPTV·미디어 관련 인적분할과 관련 구 사장은 신중히 고려하겠다고 답해 사실상 거절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기업 분할 방식은 인적 분할과 물적 분할로 나뉜다. 인적 분할이란 기존 (분할)회사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신설 법인의 주식을 나눠 갖는 방식을 말한다. 따라서 인적분할은 주주구성은 변하지 않고 회사만 수평적으로 나눠지는 수평적 분할이라고 할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KT의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서 IPTV·미디어 관련 부문의 인적 분할을 제안했지만 구 사장은 신중해 생각해보겠다고 답변했다"며 "그룹사 매각이 먼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저작권자 Copyright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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