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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6 (목)

심상치 않은 석유 수요 감소폭…오일쇼크 때보다 더 커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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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유럽 주요국 초강경 이동제한 땐 하루 1000만배럴까지 줄어들 수도”

원유 가격보다 낮은 휘발유 가격…정제마진 급락에 정유업계 ‘이중고’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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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때문에 세계인들의 발이 묶이는 등 경제 위축으로 올해 석유 수요 감소폭이 2차 오일쇼크 때를 넘어서 역대 최대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휘발유·경유 등 제품값 하락은 소비자에게 당장은 희소식이지만, 경기 하락의 대표적 지표인 유가 급락은 크게 보면 불길한 징조로 통한다.

23일 석유업계에 따르면 주요 글로벌 분석기관들은 올해 세계 석유 수요가 역사상 가장 크게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원유 트레이딩업체 비톨의 지오바니 세리오 리서치부문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과 유럽이 초강경 이동제한 조치를 내릴 경우 올해 석유 수요가 전년보다 하루 1000만배럴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전 세계가 하루에 쓰는 석유 약 1억배럴 중 10%나 줄어들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대중교통 60%가 중단되고 석유 수요가 40~50% 감소한 이탈리아 수준의 이동통제를 미국과 유럽의 주요국들이 채택한 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다.

골드만삭스는 각국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잠재우기 위해 경제활동을 위축시키면서 하루 800만배럴의 석유 수요 감소 가능성을 예상했다. 스탠다드차타드도 올해 석유 수요가 전년보다 하루 339만배럴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올해 연간 석유 수요가 감소하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당시 석유 수요는 전년보다 하루 100만배럴이 줄었다. 이러한 예측은 2009년 수준을 넘어 2차 오일쇼크로 하루 271만배럴이 줄었던 1980년 수준도 넘어선다. 앞으로 수요 부진이 계속되고,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증산 경쟁에 따른 공급과잉까지 잡히지 않으면 저유가 국면은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20일 기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20.37달러로 올 초 고점 대비 67.8%나 폭락했고, 브렌트유도 24.88달러로 63.9% 떨어진 상태다.

초저유가에 정유업계부터 충격을 받았다. 3월 셋째주 정제마진은 배럴당 마이너스 1.9달러다. 주간 정제마진이 마이너스 2달러에 육박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가격과 운영비 등 생산비용을 뺀 값이다. 정유사들은 정제마진이 4~5달러 수준이어야 이익을 본다. 지금은 정유사가 석유제품을 만들어 팔 때마다 배럴당 6~7달러씩 손해를 보는 셈이다. 정제마진은 지난해 11~12월에도 한때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당시는 글로벌 환경규제 영향으로 고유황유의 제품가격이 급락한 탓이 컸다. 당시 국제유가도 배럴당 60달러선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수요 급감으로 정제마진이 급락해 반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미국과 유럽의 이동제한 조치 영향으로 휘발유 가격이 원유가격보다 낮아진 상태다. 지난 20일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무연휘발유 제품가격은 배럴당 28.21달러로 원유인 두바이유(28.67달러) 가격을 밑돌았다.

국내 정유사들은 유가 급락 이전 구매한 원유 재고의 가치가 낮아져 발생하는 대규모 재고평가손실에다, 정제마진 부진으로 인한 수익 감소를 함께 감당해야 하는 이중고에 처했다. 올 1분기 대규모 적자도 확실시된다. 유안타증권은 SK이노베이션의 올해 1분기 예상 영업손실이 7337억원, 에쓰오일은 4500억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추정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고 이동이 늘어나면 유가가 반등하고 정유업계도 숨통을 틔울 거란 전망이 나오지만 올 2분기 안에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적잖다. 김정현 교보증권 연구원은 “4월 원유 수요는 하루 1000만배럴 감소할 것으로 보여 5월 이후 확진자 증가 추세에 따라 회복 강도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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