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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6 (목)

일자리 창출 표창받고 뒤에선 상시 권고사직...게임사 펄어비스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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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매주 10여명에 권고사직

화요일마다 신규 직원들 들어와”

청년 노동자 ‘쓰고 버리기’ 의혹

직원700여명...근속연수 1.7년 그쳐

정경인 대표 “불찰...문제 개선할 것”


한겨레

지난해 12월 고용노동부가 주관하는 ‘일자리 창출 유공 정부포상’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은 유명 게임회사 펄어비스가 수년간 직원들에게 당일 권고사직을 통보하는 등 20~30대 청년 노동자들을 상시적으로 ‘쓰고 버리는’ 행태를 일삼았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23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인기 게임 ‘검은 사막’의 개발사인 펄어비스는 이달 들어 최소 10여명의 직원에게 ‘당일 권고사직’을 통보했다. 이달 권고사직을 당한 퇴직자 ㄱ씨는 “소속 부서장의 사전 고지나 면담 없이 당일 오전 인사팀에서 권고사직 대상자란 사실을 알려왔다”며 “부당해고라고 생각했지만, 노동청 등에 문제를 제기하면 법무팀 등 회사 차원에서 대응하겠다며 권고사직 동의서에 서명할 것을 종용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퇴사자 ㄴ씨도 “오전에 출근했던 동료가 오후에 짐을 싸서 (회사를) 나가는 일이 일상적”이었다며 “거의 매주 10여명이 꾸준히 권고사직을 당하는 동시에 화요일마다 10~20명의 신규 입사자가 들어오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펄어비스는 2017년 6월 242명이었던 직원 수가 2년 만에 714명으로 3배가량 뛰며 빠르게 성장했다. 2017년 9월엔 코스닥에 상장된 어엿한 중견기업이다. 하지만 평균 근속연수는 지난해 9월 기준 1.7년에 그친다. 이에 회사 쪽은 “2017년께 해외시장에 진출하면서 회사가 급성장했고, 그만큼 인력을 많이 뽑았기 때문에 (신규 채용이 적은) 타사와 평균 근속연수를 단순 비교하긴 어렵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회사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직원 수가 250명이 안 됐던 2017년 6월에도 평균 근속연수는 1.6년이었다.

펄어비스에 대통령 표창을 준 노동부는 최근 2년간 일자리 증감 추이와 복지제도, 지방고용노동관서의 의견 등을 종합해 공개검증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노동부 일자리정책평가과 쪽은 “지방관서 등에 펄어비스의 법 위반 사항을 조회했을 때 결격사유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겨레

하지만 이 회사 전·현직 직원들은 상시적인 권고사직 관행이 ‘일자리 창출의 비결’이라고 꼬집었다. ‘합의’에 의한 권고사직은 해고와 다르다는 회사 쪽 주장도 ‘거부권’이 없는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고 반박했다. ㄴ씨는 “권고사직을 거부하더라도 대상자가 된 이상 회사는 어떻게든 사람을 내보낼 거다. 인사평가와 연봉협상에서도 불리할 테니 동의서에 사인을 할 수밖에 없다”며 “내 가방을 뺏으려는 강도가 칼을 들고 있는데, ‘네가 더 매달렸으면 가방을 안 뺏길 수도 있지 않냐’고 말하는 건 폭력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경인 펄어비스 대표는 지난 19일 사내 게시판에 올린 공지사항에서 “많은 분들의 지적대로 (권고사직) 결정 당일에 곧바로 퇴사 절차가 진행되기도 했다”고 사실관계를 인정했다. 또 “절차를 충분히 개선하지 못한 것은 모두 경영진의 불찰”이라며 당일 사직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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