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7 (금)

[이굴기의 꽃산 꽃글]순천 상검마을 축사 근처 매실나무밭 풍경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멀리 꽃산행 가서 아침을 때울 때 콩나물국밥은 흔한 메뉴 중의 하나다. 지역색이 물씬한 식당들은 그릇도 다르고 맛도 다르지만 가격은 비슷하고 모두 콩나물을 듬뿍 넣어준다. 구례공영버스터미널 근처 식당에서 첫 국물을 뜨자 혀가 장구를 쳤다. 이제껏 먹은 것 중 최고라고 덕담을 건넸더니 뿌듯한 기분을 감추지 않으셨다. 그 바람에 덩달아 즐거워지며 맛에 풍미가 더해지는 것 같았다. 마치 소라도 되어 우둑우둑 여물 씹는 기분으로 먹으면 더욱 좋아지는 콩나물국밥. 이번에도 턱밑에서 워낭소리 울리며 마지막 국물까지 핥아먹었다.

순천 외곽의 상검마을을 지날 때 그간 잊고 지냈으나 내 기억의 골짜기에 오래 달착지근하게 붙어 있던 냄새가 났다. 그것은 마을 끝에 있는 축사에서 소와 송아지 일가가 나에게 한 움큼 선물하는 것이었다. 아침의 그 통통했던 콩나물 줄기를 다시 꺼내 되새김질하면서 축사 앞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상검마을 골짜기는 봄꽃들의 잔치판이었다. 꿩의바람꽃, 얼레지, 만주바람꽃, 현호색이 활짝 피었다. 골짜기가 깊어서 꽃들의 씨앗이 무척 굵었다. 꼴을 많이 베어 망태가 무겁듯 좋은 사진을 흡족하게 찍어 카메라도 무척 무거워졌나. 흔들흔들 내려오는 길. 소들의 집 앞에 다시 섰다. 식구들이 제법 되는 대가족이다. 이름이 따로 없기에 그저 소이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이놈! 으로 통하는 소의 식구들.

갇혀 있는 건 소만일까. 제자리를 지키는 나무들처럼 우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소들. 소들도 뚫어지게 나를 바라보았다. 숫제 웬 놈이냐며 싱숭생숭한 표정을 짓기도 한다. 소는 무슨 전해줄 말이라도 있는 것처럼 입을 씰룩거리기도 한다. 그이들의 사전에 저 낮은 신음밖에 없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나는 나를 지나 소들이 늘 바라보는 곳으로 눈을 돌린다. 소들의 시선을 따라가 보는 것이다. 늙은 소에서 송아지까지, 소들의 시선이 한결같이 모이는 곳이 있다. 매화가 잔뜩 피어 있는 밭 가, 그 밭 사이로 말라버린 개울, 그 건너 저편, 피안의 언덕인 듯 봄햇살이 자글자글 끓고 있는 아늑한 무덤!

이굴기 궁리출판 대표

▶ 장도리 | 그림마당 보기

▶ 경향 유튜브 구독▶ 경향 페이스북 구독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