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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유레카] 올림픽 수난사 / 박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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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올림픽은 1896년 첫 대회 이후 가장 권위 있는 국제스포츠 행사로 성장했지만, 그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은 나치 정권에 의해 인종차별과 체제 선전에 악용된 사례로 유명하며, 1972년 뮌헨 올림픽 땐 팔레스타인 단체 ‘검은 9월단’이 선수촌에 난입해 이스라엘 선수단 11명을 인질로 잡고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을 요구하며 군경과 대치하다 인질들을 모두 살해하고 사살되는 비극이 벌어졌다.

동서 냉전 시절 정치적인 이유로 보이콧 대상이 된 적도 있다.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은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항의하며 불참해 ‘반쪽 대회’가 됐고, 4년 뒤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소련 등 동유럽 국가들이 불참했다.

아예 취소되기도 했다. 1916년 베를린 올림픽은 제1차 세계대전 발발로 없던 일이 됐다. 1940년 올림픽은 애초 일본 도쿄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일본이 1937년 중국을 침략하자 ‘도쿄 올림픽 보이콧’ 움직임이 일어났고, 이에 일본은 올림픽 개최를 포기했다. 개최권은 핀란드 헬싱키로 넘어갔으나, 1939년 독일의 폴란드 침공으로 2차 대전이 발발하며 대회는 무산됐다. 1944년 런던 올림픽도 전쟁으로 열리지 못했다.

오는 7월 도쿄에서 개막할 예정이던 올림픽도 정상 개최가 불투명해졌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올림픽 연기론’이 거세지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일본 정부가 올림픽 연기를 검토하겠다고 물러선 것이다.

이런 상황은 이번 도쿄 올림픽을 2011년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의 피해를 극복한 ‘부흥 올림픽’으로 기획한 아베 신조 정부에 정치적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 손실도 만만찮다. 대회를 취소하면 일본의 피해가 3조엔을 넘어설 것이란 전문가 분석도 있다. 올림픽 참가 기회를 빼앗긴 선수들의 박탈감도 클 것이다.

아베 총리는 올림픽 취소 가능성에 대해선 “선택지에 없다”고 선을 긋고 있으나, 코로나19 문제가 언제 해결될지 불투명한 만큼 단언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박병수 논설위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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