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메신저인 텔레그램 상에서 미성년자 등 피해자 70여명을 성적으로 착취하고 이를 촬영한 영상물을 퍼뜨려 억대 수익을 얻은 텔레그램방 운영자는 물론, 이용자까지 강력히 처벌하고 신상 역시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네이버 지식인 등에는 텔레그램 ‘박사방’과 ‘N번방’과 관련된 처벌 문의 게시글도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미성년자 등의 성 착취물을 공유하는 텔레그램 대화방은 일명 n번방이 시초격이다. 이후 비슷한 대화방이 여러 개 만들어졌고, 지난해 9월 등장한 박사방은 유독 엽기적이고 가학적인 성착취물로 악명이 높다.
여성들을 협박해 성 착취물을 찍게 하고 이를 텔레그램에서 유포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20대 남성 조모씨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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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 얼마나 받을까
여론의 분노는 운영자는 물론 관전자들로도 향하고 있다. 게임 구경하듯 박사 일당이 여성들을 착취·학대하는 현장을 지켜보면서 돈을 지불해 성 착취 ‘카르텔’을 공고하게 만든 만큼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목소리다.
우선 적극 가담자는 처벌될 가능성이 크다. 기존 음란물 사이트 회원들과 달리 일부 유료 회원들이 피해자로 하여금 성과 관련한 특정 행동을 하도록 단톡방에서 요구했다는 증언도 나온 만큼, 이러한 지시에 따라 주범이 피해자를 협박·강요했다면 참여자들은 제작에 대한 공범으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우 정려원 인스타그램 스토리 캡처] |
단순 시청의 경우에는 음란물 소지죄로 처벌될 수 있다. 미성년자의 성 착취물을 촬영·유포·소지하거나 가담한 경우에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에 따라 1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텔레그램은 시스템상 사진이나 영상을 확인할 때 파일이 자동으로 저장되기 때문에 소지 혐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단순히 보는 방식(스트리밍)이면 소지라고 보기 어렵다. 또 만들어진 음란물을 사후적으로 다운받는 웹하드와 달리, 미성년자 성착취물이 유포될 것을 미리 알고 일정액을 지불해 텔레그램방에 입장한 만큼 ‘범의’(범죄를 저지를 의사)를 입증하기 더욱 쉽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이 경우에는 벌금 및 집행유예 등으로 상대적으로 형이 가벼워 책임에 상응하는 양형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요구의 목소리가 높다. 성인 여성을 상대로 한 성 착취물의 경우, 촬영하거나 유포하지 않고 소지만 한 경우 처벌 조항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신상 공개 목소리가 높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텔래그램 N번방 그래픽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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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에 대한 의견을 모으는 캠페인을 진행 중인 김영미 법무법인 숭인 변호사는 “성범죄 행위 중 촬영, 유포 횟수 등을 가중 요소로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감경 요소를 언급하는 경우는 없어(디지털 성범죄를) 엄단해야 한다는 요구가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파악했다”고 전했다. 웹사이트 ‘화난사람들’을 통해 이달 말까지 취합된 의견은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전달될 예정이다. 앞서 여성가족부도 지난해 12월 “불법촬영물 유포 협박에 따른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이 극심한 점 등을고려해 양형기준 마련 시 ‘불법촬영물 유포 협박 범죄’는 일반 협박범죄와 달리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을 대법원 양형위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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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박사' 신상공개 靑 청원…역대 최다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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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23일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이 “경찰이 이 사건을 중대한 범죄로 인식하고 철저히 수사해 가해자들을 엄벌에 처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가해자들의 행위는 한 인간의 삶을 파괴하는 잔인한 행위”라고 규정하며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순식간에 300만 명 이상의 국민들이 서명에 동참한 것은 이러한 악성 디지털 성범죄를 끊어내라는 국민들, 특히 여성들의 절규로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의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용의자의 신상공개를 요구하는 청원은 220만 명을 훌쩍 넘겼다. 청와대 국민청원 중 역대 최다 인원이다. ‘텔레그램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공개를 원합니다’는 청원 역시 150만 명을 돌파했다. 글쓴이는 “관리자, 공급자만 백날 처벌해봤자 소용없다. 수요자가 있고. 수요자의 구매 행위에 대한 처벌이 없는 한 반드시 재발한다”며 “어디에 사는 누구가 'n번방'에 참여했는지 26만 명의 범죄자 명단을 공개해 달라”고 촉구했다. 텔레그램에서 ‘박사방’이란 대화방을 운영하며 성착취 동영상을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속칭 ‘박사’ 조모(26)씨에 대한 신상공개 여부는 오는 24일 서울지방경찰청의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
앞서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해 9월부터 텔레그램 속 성착취 대화방 등에 대해 수사를 벌인 결과, 조씨 등을 포함해 총 124명을 검거했다. 이중 조씨를 포함해 총 18명을 구속했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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