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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극장 건너뛰고 넷플릭스로 간 ‘사냥의 시간’…이젠 분쟁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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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 판매 대행사 콘텐츠판다]

“이미 30여개국 선판매된 상황

세계 각국 영화계에 신뢰 잃어

일방적 해지·이중계약 대응”

[투자배급사 리틀빅픽처스]

“코로나 사태로 인한 차선책

계약 위약금 물어준다 했지만

협조 없이 우리 영화 끼워팔기”

개봉관 확보 어려운 영화들

넷플릭스행 잇따를 수도

영화계, 사태 파장에 촉각


한겨레

코로나19 사태로 개봉이 연기된 영화 <사냥의 시간>이 극장 개봉 없이 넷플릭스로 직행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국외 판매를 둘러싼 잡음이 불거지며 논란을 빚고 있다. 비슷한 처지의 영화들이 개봉관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향후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오티티·OTT)를 통한 유통을 택하는 사례가 잇따를 수 있어 사태의 파장이 주목된다.

투자배급사 리틀빅픽처스는 <사냥의 시간>을 새달 10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 190여개국에 공개한다고 23일 밝혔다.

영화는 애초 지난 2월26일 개봉 예정이었다. 그에 앞서 2월22일 개막한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베를리날레 스페셜 갈라 섹션에 초청돼 첫선을 보였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개봉을 미뤘고, 결국 넷플릭스로 직행이라는 이례적인 길을 택했다.

리틀빅픽처스 쪽은 “코로나19 위험이 계속되고 세계적인 확산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더 많은 관객과 안전하게 만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한 끝에 넷플릭스에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권지원 리틀빅픽처스 대표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개봉을 코앞에 둔 상태에서 일정을 미루면서 홍보·마케팅 비용을 이미 소진한데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언제 개봉할 수 있을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서 차선책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영화의 국외 판매를 대행한 콘텐츠판다가 이날 공식 입장을 내어 리틀빅픽처스가 이중계약을 했다고 주장하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콘텐츠판다는 “지난해 1월부터 리틀픽처스와 외국 판매 대행 계약을 체결해 현재까지 30여개국에 선판매했고, 70개국과 계약을 앞두고 있다”며 “하지만 리틀빅픽처스는 충분한 논의 없이 이달 초 구두와 이달 중순 공문으로 외국 판매 계약 해지 의사를 전했다”고 밝혔다. 이어 “외국 판매가 완료된 상황에서 일방적 계약 해지는 있을 수 없다는 의사를 분명히 전했다”며 “이는 이중계약으로 한국 영화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는 행동이다. 이에 국제적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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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빅픽처스는 협의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한다. 권 대표는 “코로나19 사태로 큰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넷플릭스와 계약을 추진하면서 콘텐츠판다에도 양해를 구하고 기존 계약에 대해 위약금을 물어주겠다고 했지만 협조하지 않았다”며 “우리 영화에 다른 영화를 끼워팔았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 실제로 확인한 사례도 있다”고 주장했다.

<사냥의 시간>은 <파수꾼>의 윤성현 감독이 10년 만에 내놓는 신작으로 기대를 모았다.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경제난으로 붕괴한 가까운 미래의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감옥에서 출소한 준석(이제훈)이 친구 기훈(최우식), 장호(안재홍), 상수(박정민)와 함께 범죄 계획을 세우고 일을 벌이려 하지만, 정체불명의 추격자(박해수)에게 쫓기면서 위험에 처하는 이야기다.

순제작비 90억원에다 홍보·마케팅비 25억원이 들어가 극장에서 개봉할 경우 300만명은 들어야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상황이었다. 리틀빅픽처스는 이미 들어간 비용을 거의 만회하는 수준으로 넷플릭스와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콘텐츠판다와 법적 분쟁이 예고되면서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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