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혜 부총리, 문 대통령에게 설명
4월 6일 학교가 굳게 닫힌 문을 다시 열면, 교육당국은 이에 맞춰 시간표를 재조정해야 한다. 초유의 개학 연기로 1학기 중 5주가 통째로 날아가면서, 학교마다 당장 1학기 중간고사 일정 수정은 물론 여름방학 축소가 불가피하다. 고3은 대입 일정 변동이 예상된다.
18일 서울 용산고 3학년 교실 창문에 ‘합격 기원’ 문구가 새겨진 스티커가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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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교육계에 따르면 학교가 통상 3월 2일 개학하면 4월 말에서 5월 초에 중간고사를, 6월 말에서 7월 초에 기말고사를 치르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다음달 6일로 개학이 한 달 넘게 늦춰지면서 대다수 학교가 5월 중ㆍ하순에 중간고사를, 7월 중ㆍ하순에 기말고사를 치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시교육청에서는 학사 일정이 촉박하다 보니 당초 중간고사를 수행평가로 대체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수행평가와 같은 정성평가는 변별력 논란이 큰 만큼, 4월 개학에도 대다수 학교가 정량평가인 지필평가를 택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한 인문계 고등학교 교장은 “고3은 특히 수시 1학기 성적이 결정적인데, 기말고사를 한 번만 치르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학생 입장에서도 수행평가 준비보다는 (지필평가 방식의) 시험을 보는 게 낫다”고 잘라 말했다. 시교육청도 현장의 반발을 의식한 듯 지난 19일 “중간고사의 수행평가 대체는 ‘권장’ 사항으로서, 단위학교에서 교과협의회와 학업성적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융통성 있게 결정할 수 있다”고 한발 물러섰다.
방학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을 합해 기존보다 3주가량 짧아진다. 대개 7월 중순에 여름방학을 시작해 약 4주 동안 방학이었으나 올해는 7월 중ㆍ하순에 시작해 2주로 기간을 축소하는 학교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겨울방학도 1주 정도 줄어든다.
교육부는 앞서 1, 2차 개학 연기로 인한 휴업은 방학 감축을 통해 보충하고, 3차 개학 연기로 발생한 2주간의 휴업은 법정 수업일수(유치원 180일, 초중등 190일)를 줄이는 방식으로 메우기로 했다. 또 학교장 재량으로 수업일수에 비례해 수업시수도 감축할 수 있도록 했다. 일선에서는 수업일수는 감축해도, 초ㆍ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에 규정돼 있는 최소 수업시수가 그대로라서 개학 후 초등학교 저학년도 7교시, 8교시를 하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11월 19일로 예정된 수능 시험일 연기 여부도 이르면 이번주에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와 교육부 내부에서는 재수생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수능을 연기해야 한다는 의견과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원래 일정대로 치러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이날 문재인 대통령에게 ‘초ㆍ중ㆍ고 개학 연기 후속 조치 및 개학 준비 계획 관련 특별보고’를 하며 △수능을 그대로 치르는 안(11월 19일) △수능 1주 연기 안(11월 26일) △수능 2주 연기 안(12월 3일)을 설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핵심관계자는 “현재로선 연기하자는 쪽이 다소 우세하지만, 4월 6일 개학을 한다면 여름방학을 줄여 그대로 가도 되지 않겠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특히 교육부에서는 한겨울에 가깝게 수능을 치르는 것은 시험 관리 차원에서 가급적 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시모집 일정도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마감일에 따라 순연될 수 있다. 1학기 학생부 마감일은 매년 8월 31일인데, 교사들의 부족한 학생부 기록 시간을 고려해 교육부가 학생부 마감일을 1, 2주 늦추면 수시 일정도 밀릴 가능성이 커진다. 올해 수시는 9월 7~11일 원서접수를 시작한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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