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대출채권담보부증권 규모, 금융위기 부른 부채담보부증권의 3배 넘어
국내 주가연계·파생결합증권 중 1조5000억원 원금손실 위험
“금융사 탐욕에 또 위기…코로나 사태 장기화 땐 곳곳 시한폭탄”
일각에선 2008년 금융위기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된 서브프라임 연계 부채담보부증권(CDO)과 비슷한 구조인 CLO의 부실이 국내외 경제위기의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16개 주요 증권사들이 이날 자사 홈페이지에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다고 공지한 ELS·DLS는 1077개로, 미상환 잔액은 총 1조5094억원이다. 이들 상품은 세계 증시 주가와 국제유가를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상품으로, 기초자산 가격이 발행 당시 기준 가격보다 35~50%가량 하락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하도록 설계돼 있다.
이미 이들 상품의 원금 손실 가능성은 커졌다. 지난 1년간 고점 대비 약 65.9% 하락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와 약 63.8%가 하락한 브렌트유를 기초자산으로 한 DLS의 경우 지난 2월 기준 90% 이상이 원금 손실 구간에 들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유럽 대표 주가지수인 유로스톡스(EuroStoxx)50 지수는 지난 1년간 고점 대비 34.1%나 하락했다. 이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도 원금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CLO 부실도 국내외 경제위기에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CLO는 부채가 많거나 신용이 낮은 기업에 높은 금리를 받고 대출해주는 ‘레버리지론’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고위험 고금리 상품이다. 국내외 금융사들은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자 이 같은 수익률 좋은 상품에 집중 투자해왔다.
미국과 유럽에서만 발행된 CLO 규모가 지난해 말 기준 약 7000억달러(약 890조원)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기관들이 CLO에 투자한 규모는 지난해 6월 말 기준 약 7조6000억원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생산과 수요가 급감하고 전 세계 기업들의 매출이 줄어들면서 일부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의 줄도산이 우려되고 있다. 이러한 기업 부실화에 따른 대출 미회수로 인해 CLO가 부실화하면, 금융사들의 경영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전문가들은 금융사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에도 불구하고 교훈을 얻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적으로 CLO 발행 규모가 금융위기 직전의 CDO 발행 규모보다 3배 이상이 됐는데, 이는 수익률만 좇는 금융사들의 탐욕에 따른 것”이라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CLO뿐만 아니라 경제위기를 증폭시키는 뇌관이 곳곳에서 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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