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착취하는 내용의 영상물을 공유하는 ‘n번방’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일명 ‘박사’ 20대 남성 조모씨가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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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기록적인 동의를 얻은 청원이 등장했다. 미성년자 십수 명을 비롯한 여성 70여 명을 협박해 성 착취 동영상을 찍게 하고 이를 텔레그램에서 유포한 이른바 '텔레그램 n번방 사건' 관련이다. 지난 18일 올라온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 및 포토라인 세워주세요'라는 제목의 게시물에 23일 오후 4시 기준 230만명이 넘는 이들이 동의했다. n번방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닉네임 '박사' 조모씨가 구속된 상황에서 경찰과 검찰은 그를 포토라인에 세울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우선 경찰은 경찰청 훈령에서 공적 인물을 포토라인에 세울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찰수사사건 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에는 "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 제고 등 공익적인 목적을 위해 필요한 경우 언론에 의한 취재를 허가할 수 있다", "수사과정에서 안전사고 방지와 질서유지를 위해 언론의 촬영을 위한 정지선(포토라인)을 설치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조씨가 호송 과정에서 언론의 카메라 플래시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피의자가 포토라인에 서게 되더라도 얼굴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경찰은 "얼굴을 공개할 때는 얼굴을 드러내 보이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피의자가 얼굴을 가리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어 포토라인에 선 조씨가 얼굴을 가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면 이를 막을 수 없다.
전 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고유정 사건이 참고할만한 사례다. 지난해 6월 경찰이 고유정에 대한 신상공개를 결정했지만, 고유정은 머리카락으로 가려 '머리카락 커튼' 등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다만 고유정의 '머리카락 커튼' 이후 경찰은 지난 1월 신분증을 이용한 사진공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당시 경찰청은 법무부와 행정안전부에 주요사건 피의자에 대한 얼굴 공개 여부와 관련한 유권해석을 의뢰하고, 신분증 사진을 이용하는 방법은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조씨의 얼굴도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공개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피의자들이 검찰에 넘겨진 뒤 검찰 조사에서도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까. 검찰에서 조씨가 포토라인에 서게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지난해 12월 1일 개정 시행된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에 의해 검찰은 모든 피의자를 비공개 소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포토라인 관행'과 달리 최근 검찰은 공적 인물이라고 하더라도 포토라인에 세우지 않고 있다.
검찰의 포토라인은 지난해 조국 정국에서 폐지됐다. 조국 법무부 장관과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등이 검찰의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포토라인 논란이 일자 검찰이 포토라인 관행을 뒤집으면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지난달 전주지검 준공식에 참석해 국민 인권을 우선시하고 잘못된 수사 관행을 고쳐나가는 것이 검찰개혁이라고 설명하며 "법무부는 심야 조사와 장시간 조사를 제한하고 피의사실 공표 및 포토라인 관행을 개선하는 규정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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