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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김준형의 오토 인사이드] 드라이브 스루, 언제 어디에서 시작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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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 군수물자 수송서 시작…한 손에 음식 쥐고 먹는 패스트푸드 문화로 확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 방식의 소통문화가 우리 사회 곳곳으로 확산 중이다.

이른바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e setting)’의 대표적 수단 가운데 하나다. 최소한의 접촉으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사회생활을 이어가는 방법이다.

전쟁이 과학과 중공업 발전을 일궈낸 것처럼, 코로나19 사태가 생산이나 유통, 나아가 소통의 혁신을 불러오는 촉매가 된 셈이다.

그렇다면 드라이브 스루는 구체적으로 언제부터 시작했을까.

이투데이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서울에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차량 이동 선별진료소가 문을 연 3일 서울 서초구 옛 소방학교 부지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2020.03.03. photocdj@newsis.com(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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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를 활용한 2차대전 야전에서 시작=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드라이브 스루의 본격적인 시작은 2차대전이었다. 2차대전에서 자동차는 탈것이라기보다 하나의 군용 장비로 여겨졌다.

당시 자동차를 이용한 독일군의 전격 기습 작전은 전쟁의 양상을 바꿔놓았다. 1차대전 때 ‘말(馬)’이 해냈던 역할을 자동차가 대신하면서 빠른 이송과 보급이 전쟁의 주도권을 결정지은 것이다.

야전에서 전투를 마치고 돌아온 수송차에 순서대로 군수물자를 옮겨 싣는 방식으로 시작했다. 당시 야전수송사령부는 여러 곳에 필요한 물건을 내려주고 재빨리 보급부대로 되돌아와야 했다.

이때 가장 먼저 내려야 할 군수물자와 가장 나중에 내려야 할 물자를 선별했다. 보급차가 부대 안으로 되돌아오면 서둘러 준비했던 보급품을 순서대로 차에 실었다. BBC는 “최초의 드라이브 스루”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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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뉴스프레스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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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보급확대와 패스트푸드 문화가 맞물려=
드라이브 스루는 자동차 산업과 패스트푸드 문화가 발달한 선진국 시장에서 먼저 시작했다.

대표적인 나라가 미국이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매장에 들어가 음식을 사서 나오는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어 인기를 끌었다.

나아가 햄버거와 샌드위치, 커피 등 한 손으로 음식을 쥐고 먹을 수 있는 식문화도 드라이브 스루 문화 확산을 부추겼다. 끼니때마다 ‘칠첩반상’을 차려 먹어야 했던 우리나라와 거리가 멀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1980년대 우리나라에도 패스트푸드 문화가 생기면서 도심을 중심으로 드라이브 스루 매장이 속속 늘었다.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패스트푸드점을 검색했을 때 이름 끝에 ‘DT점’이라고 붙었다면 드라이브 스루 매장도 포함하고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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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가족 확진자가 다녀간 광주양림교회의 교인과 그 가족들이 3일 광주 서구 염주체육관 주차장 내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 방식 선별진료소를 찾아 검사를 받고 있다. 2020.03.03.wisdom21@newsis.com(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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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 주목=
코로나19 확산에 맞서는 대한민국의 대응 방식을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확산 초기 검사 방식과 검사 기기에 대해 발 빠른 승인을 단행했고, 병원 이외에 거점별로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를 세워 의료기관을 통한 확산을 막았다. 병원 안에서 대기하면 ‘교차 감염’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운전자 또는 동승자가 차에서 내리지 않고 검사를 받을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선별검사는 단순하게 주차시간과 진료 대기시간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일반 의료기관이라면 의심환자 한 명이 진료를 받은 이후 다시 이곳을 소독하고 방역해야 한다.

그러나 드라이브 스루 방식을 택하면 여기에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환자가 급증세인 가운데 다수 해외 언론이 한목소리로 한국의 대처법을 ‘모범사례’로 손꼽은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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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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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기 교과서와 백화점, 호텔도 드라이브 스루=
사회적 거리두기가 확산하면서 드라이브 스루 방식은 우리 사회 곳곳으로 확산 중이다.

공공 도서관 휴관이 연장되자 곳곳에서 ‘드라이브 스루 대출 서비스’를 시작하기도 했다.

새 학기 교과서를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받기도 한다.

경북 포항에 있는 포항제철중학교는 신입생 학부모에게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신학기에 쓸 교과서를 나눠줬다. 담임 교사가 가방에 교과서 14권을 미리 넣어뒀다가 학부모가 차를 타고 학교 앞으로 오면 길가에서 이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학부모들은 코로나19로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직접 접촉을 줄이면서 교과서를 받을 수 있어 좋다는 반응을 보였다.

앞서 경북도교육청은 새 학기 교과서를 택배나 드라이브 스루 등 학교 실정에 맞게 배부하도록 각 학교에 요청한 바 있다.

롯데백화점도 이와 비슷한 ‘드라이브 픽’ 매장을 만들었다.

고객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원하는 상품을 결제한 뒤 지정한 시간에 주차 대행 서비스 라운지에 오면, 차에서 내리지 않고 바로 구매 상품을 받을 수 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할 수 없거나, 이틀쯤 걸리는 배송시간을 기다릴 수 없는 고객에게 인기다.

호텔들도 드라이브 스루 판매 방식을 도입했다. 5성급 호텔의 고급 레스토랑은 음식을 도시락으로 만들어 드라이브 스루 형태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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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의 한 커플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결혼식을 진행해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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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에 장례식까지 드라이브 스루=
사회적으로 접촉을 줄이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해외에서는 결혼식과 장례식까지 드라이브 스루 형태로 열려 화제다.

말레이시아 현지 매체인 뉴스트레이츠타임스는 17일(현지시간)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결혼식을 연 부부의 모습을 보도했다.

신랑과 신부가 길가에 의자를 두고 앉아 있다가 하객이 자동차를 타고 다가오면 가슴에 손을 얹어 인사를 한다.

하객은 차에 탄 채로 미리 마련된 상자에 축의금을 넣는다. 신랑과 신부는 이에 대한 답례로 음식이 담긴 봉투를 차에 넣었다. 악수 등 접촉은 하지 않았다.

장례식마저 드라이브 스루 형태가 등장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장례감독자연맹 및 전국의 영안센터와 화상 회의를 열어 장례식에는 소수의 인원만 참석하되 다른 조문객에게는 장례식을 실시간 중계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보건당국은 장례식에 참석하는 다수의 조문객 중 바이러스에 특히 취약한 70세 이상 노인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고 설명했다. 운전자가 차를 몰고 장례식장에 진입하면 유리창을 통해 빈소를 바라볼 수 있다. 조문객은 차에서 조의를 표하고 나가면서 조의금을 전달한다. 다만, CDC는 코로나19 또는 합병증으로 숨진 시신으로부터 조문객들이 감염될 위험성을 고려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투데이/김준형 기자(junior@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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