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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단독] 코로나 황당한 軍, 4명 검체를 섞어서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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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대 재개한 대구경북 훈련병 대상

국방부, 신속검사와 비용절감 내세워

"한곳에 넣으면 오염...어떻게 나온 발상이냐"

조선일보

검역관들이 이달 초 서울 한 지역의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자들로부터 체취한 검체를 수송 배지에 넣고 있다. /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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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최근 입대를 재개한 대구·경북 지역 훈련병들의 코로나 감염증 검사를 빠르게 마무리하겠다며 4명의 검체를 한데 묶어 검사를 실시하도록 육군 훈련소 등에 명령을 하달한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얼마 전 국방부에서 장병들의 코로나 감염 여부를 신속하게 판정하겠다며 장병 4명의 검체를 한 배지에 모은 뒤 검사하도록 지침을 내렸다”며 “이와 같은 방법으로 이미 지난주부터 검사를 실시해왔으며, 본격적으로 훈련소 등에도 도입했다”고 밝혔다.

국방부가 이와 같은 지침을 내린 건 신병들을 적은 예산으로 신속히 검사하겠다는 이유 때문이다. 육군 훈련소에는 최근 대구와 경북 청도·경산 지역 장병이 200~500여명씩 입소했다. 이들을 일일이 다 검사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니 검체를 4명 단위로 묶어 한꺼번에 코로나 검사를 한 뒤 문제가 발생하면 이들 4명의 장병을 다시 검사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시간을 4분의 1로 줄일 수 있다고 군은 설명했다.

문제는 이런 검사 방식으로 제대로 코로나 확진자를 가려낼 수 있느냐다. 군 관계자는 “서로의 검체가 섞이지 않게 한명씩 검사해야 하는데 여러 사람의 검체를 섞어서 검사하겠다는 건 어떻게 나온 발상인지 모르겠다”며 “서로 다른 사람의 검체를 한 곳에 넣는 순간 이미 샘플은 오염된 셈”이라고 했다. 몇몇 일선 부대에서는 이 방침에 반대하는 의견을 냈지만, 국방부는 4명 묶음 검사를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와 같은 방법으로 일반 병원 등에서 검사한다는 사례는 보지 못했다”며 “4명 모두 양성이라면 확진을 가려내는 데 어려움이 없겠지만, 일부만 양성이라면 바이러스가 희석돼 양성 판정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차라리 대구·경북 지역의 신병들을 2주간 격리시키는 게 나은 방법으로 보인다”고 했다. 국내에서는 과거 비용 절약을 위해 4명의 혈액을 합쳐 혈액 검사를 실시한 전례가 있지만, 최근에는 그와 같은 방법은 잘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격리 조치 외에도 선제적 예방 차원에서 코로나 검사를 빨리 시행하는 과정에서 이와 같은 아이디어를 낸 것”이라며 “외부 기관 등에도 사전 문의를 한 뒤 취한 조치”라고 했다.

[양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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