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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440만명 청원 ‘n번방 박사’ 신상공개…전문가 “전례 없지만 충분히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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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운영자 신상공개 심의위 24일 개최
"얼굴 공개해라" 청와대 청원만 4건·440만명 서명
전문가 "성범죄자 신상공개 전례 없지만 충분히 가능"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협박, 성(性) 착취 동영상을 촬영·공유한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20대 남성 조모씨 등에 대한 신상공개심의위원회가 오는 24일 열린다. 만약 이들의 신상이 공개될 경우 성폭력 방지 특별법 위반으로는 첫 사례다.

국민적 분노도 상당하다. 지난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텔레그램 성 착취 영상물 게시자 등의 신상을 공개하자’는 내용의 청원글은 게시 닷새만에 229만명이 넘는 시민이 동의했다. 역대 최대 서명 인원이다. 이와 비슷한 텔레그램 n번방의 가입자 전원의 신상을 공개하는 동의자도 159만명을 넘어섰다. n번방 사건의 엄벌을 요구하는 4건의 청원에 동의한 사람만 모두 합치면 440만여명에 달한다. 법조계에서는 "죄질이 불량해 신상공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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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일명 ‘n번방 사건’ 핵심 피의자 조모(가운데)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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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신상공개, 지난 10년간 총 21명… ‘박사’ 신상공개되면 살인 혐의 없는 첫 사례
경찰은 지난 2010년부터 특정강력범죄사건처벌특례법에 따라 구속된 강력 사건 피의자의 얼굴과 이름 등 신상을 공개하고 있다. 변호사와 정신과 의사, 교수 등 외부 전문가 4명과 경찰 위원 3명이 참여한 신상공개심의위에서 결정된다. 다만 범죄행위의 심각성과 범죄사실 소명 여부, 공익성 등의 요건을 모두 갖춘 경우에만 신상이 공개된다.

지금까지 신상공개가 결정된 사람은 총 21명이다. 주로 연쇄살인범이나 아동 성폭행범 등 흉악 범죄자였다. 지난해 6월에는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고유정(37)의 경우 신상이 공개됐고, 지난해 8월에는 이른바 ‘한강 훼손 시신 사건’ 피의자인 장대호(40)의 신상이 공개됐다. ‘청담동 주식 부자’로 불린 이희진의 부모를 살해한 김다운(35)의 신상도 지난해 3월 결정됐다.

이외에도 △2010년 8세 초등학생을 성폭행한 김수철 △2012년 ‘수원 팔달산 토막살인’ 사건의 범인 오원춘 △2017년 ‘어금니 아빠’ 이영학 △‘용인 일가족 살인 사건’의 김성관 △2018년 강서구 PC방 살해범 김성수 등의 신상이 공개됐다.

이번에 조씨의 신상이 공개되면 살인 혐의와 연관 없는 피의자 중 첫 사례가 된다. 조씨는 텔레그램 ‘박사방’을 운영하며 최소 16명의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 74명을 성노예로 부리면서 음란 영상을 유포하고, 성매매를 알선해 돈을 챙긴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를 받는다. 현재 경찰은 조씨를 포함해 총 124명을 검거, 이 중 조씨 등 18명을 구속했다.

② 머그샷 도입은 아직…얼굴 가리면 신상공개 어려워
다만 조씨의 얼굴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통상 경찰은 신상공개심의위원회에서 신상공개가 결정되면 피의자의 이름과 나이를 공개하고, 검찰로 송치하는 단계에서 마스크와 모자를 씌우지 않는 방식으로 얼굴을 공개한다.

하지만 피의자가 고개를 숙여 옷에 얼굴을 숨기거나 머리카락으로 가릴 경우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 피의자 얼굴을 공개하는 방식 자체에는 현행법이나 시행령에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고유정은 신상공개 결정 이후, 재판 내내 긴 머리카락으로 얼굴 전체를 가리는 이른바 ‘커튼 머리’로 얼굴을 가려 왔다. 김다운처럼 옷 속에 얼굴을 숨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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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이 지난해 9월 2일 두 번째 재판을 받기 위해 제주지법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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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공개의 실효성 논란이 일자, 경찰은 특례법이 정하는 피의자 공개 규정의 수단으로 ‘머그샷(mugshot·범인 식별용 얼굴 사진)’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 1월 일단 법무부와 행정안전부로부터 머그샷을 통해 얼굴을 공개하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유권해석을 받은 상태다.

그러나 실제로 피의자의 얼굴이 머그샷을 통해 공개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중 인권위 등 관련 부처랑 논의를 통해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③ 법조계 "신상공개 가능성 높아…전례 없는 건 고려 요소 아냐"
경찰에 따르면 조씨에 대한 신상공개심의위원회는 오는 24일 오후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열릴 예정이다. 신상공개 여부가 결정되면 당일 결과가 발표된다. 다만 사안마다 논의 시간이 달라 언제쯤 결과 발표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죄질이 불량해 신상공개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의 가장 최약자 집단인 미성년자를 성적 착취한 사건으로, 범행 수법의 잔인성과 피해 정도 등 신상공개의 조건을 충족하고도 남는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의미까지 생각한다면 공개 결정을 하는 것이 맞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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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공개심의위원회가 얼굴을 공개한 피의자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성수, 변경석, 이영학, 심천우.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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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인권센터 자문위원인 박찬성 변호사는 "성폭력처벌법 제25조에 따르면 성폭력범죄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고, 국민의 알권리 보장 등 공공의 이익이 필요할 때 얼굴과 실명, 나이 등을 공개할 수 있다"며 "성범죄자에 대한 신상공개가 이뤄진 전례가 없지만, 애당초 이는 고려 요소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공범이라고 하더라도 만약 정범과 동일한 수준의 범죄행위를 저질렀다면, 이들 역시 신상공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n번방 사건 용의자들의 신상을 공개하고 포토라인에 세워달라는 국민의 요구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관련 청와대 국민 청원은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229만 5650명의 동의를 받아 역대 가장 많은 동의 수를 기록했다.

김우영 기자(young@chosunbiz.com);박소정 기자(so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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