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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오리지널 딤섬(点心)의 맛과 중국풍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익선동 `홍롱롱(轰聋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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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부부의 맛집기행-94]
"짜장면이나 짬뽕을 시키면 서비스처럼 나오는 만두. 우리나라에서 만두는 요리라기보다 서비스나 입맛을 돋우는 음식으로 여겨졌습니다. 만두의 정확한 명칭은 '딤섬'입니다. 만두는 딤섬의 한 종류인 거죠. 중국 유학 시절, 딤섬의 매력에 빠졌습니다. 중국의 넓은 영토만큼이나 다양한 딤섬의 세계는 제가 꿈꾸고 경험하고픈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마음에 한 점을 찍다'라는 딤섬의 의미처럼 딤섬이 가진 매력을 많은 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정성을 다하여 마음을 담아 감동을 전할 수 있는 한 그릇을 위해 진심을 다하겠습니다."('딤섬의 여왕', 정지선, 2018)


매일경제

‘홍롱롱’ 정지선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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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이 돌아왔습니다. 우리나라 중식 업계의 간판 여성 셰프 정지선(37)이 딤섬(点心)으로 귀환했습니다. 여성이 드문 중국 요리 분야에 뛰어들어 여러 국제 요리 경연대회에서 수상한 후 기업, 유명 호텔 중식 레스토랑, 개인 업장 등에서 다양한 중국 요리를 선보이며 각광을 받았던 그녀가 진짜 해보고 싶었던 딤섬계로 돌아온 것입니다. 정 셰프의 일터인 종로구 익선동에 있는 '홍롱롱'('우르르 쿵쿵'이라는 뜻을 가진 중국어)에서 그녀가 만든 딤섬을 맛보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다른 중식 레스토랑에서 실력을 발휘하며 열심히 일하고 있던 정 셰프가 홍롱롱에 참여한 동기부터 궁금했습니다. "중국 요리를 배우면서 오랫동안 딤섬에 깊은 관심을 가져왔지만 정작 딤섬보다는 다른 중국 요리를 많이 만들어왔습니다. 요즘은 조금 변화의 조짐은 보이지만 딤섬을 간식이나 후식 정도로 보는 분들이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적지 않습니다. 어정쩡한 딤섬의 위상을 굳건히 세우고 딤섬만이 갖고 있는 특별한 매력을 소비자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꼭 해보고 싶었던 요리이기도 하고요."

'딤섬의 여왕'으로 불리는 정지선이 그의 이름 석 자를 달고 만드는 딤섬의 맛은 어떨지 궁금했습니다. 흔히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하지만 정 셰프의 경우는 달랐습니다. 가게 오픈 초기와 몇 달이 지난 최근 등 두어 차례 맛을 보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맛이 안정되어 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딤섬은 종류가 워낙 무궁무진해서 몇 가지 요리 맛만 갖고 솜씨를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그녀의 탁월한 실력을 확인하는 데는 충분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딤섬의 피. 딤섬별로 두께와 쫀득함 등 질감의 차이를 두고 있는 섬세함에서 요리의 '수준'을 1차적으로 읽습니다. 피 속에 감춰져 있는 소도 재료의 맛과 향, 즙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고요. 작은 딤섬마다의 색감과 모양 역시 만족스러웠습니다. "역시 정지선 셰프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홍롱롱'을 찾은 많은 분들도 저희와 비슷한 평을 해주시는 것을 보면 딤섬 맛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검증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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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롱롱’ 딤섬 세트(트러플쇼마이, 마라탕교자, 새우살수정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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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아시다시피 딤섬의 사이즈는 비록 작지만 신경이 많이 쓰이고 손이 많이 가는 요리입니다. '홍롱롱'의 정 셰프팀은 이런 노력과 정성을 기우리며 딤섬을 만들고 있더군요. "딤섬의 피는 종류에 따라 사용하는 밀가루가 다릅니다. 재료 배합도 다 다르고요. 딤섬별로 최적의 피를 만들기 위해 수없이 테스트하고 또 테스트를 해봅니다. 소에 들어가는 고기와 야채, 향신료도 입맛을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만큼 소홀히 할 수 없고요. 잡내를 잡아주고 감칠맛을 끌어올리는 게 늘 중요한 과제이지요. 중국 현지에서 사용하는 방법을 기본으로 하되 한국인의 입맛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손님들이 즐겨 찾는 샤오롱바오, 쇼마이 외에 새로운 메뉴 개발에도 신경 쓰고 있습니다. 마라교자가 이런 케이스이지요. 요즘은 소셜 시대니까 딤섬의 맛뿐만 아니라 시각적 아름다움까지 고려해야합니다."

딤섬은 화려한 요리 기술을 보여주기보다 정적이고 섬세함을 요구하다보니 국내에서 딤섬을 제대로 배우고 익힌 요리사를 구하기 어렵답니다. 결국 중국 현지에서 딤섬 요리사 한 분을 모셔왔지만 주방에서 함께 일하는 한국인 동료이자 후배들에게 딤섬의 가치를 인식시키고 요리법을 지도하는 것도 정 셰프의 몫이지요. 음식점에 들어가 어깨너머로 요리를 배우지 않고 중국 양저우대 조리과를 졸업한 정통 중국 요리사 출신답게 정 셰프는 요리도 과학적으로 만들고 표준화를 시키고 있더군요. 딤섬을 만들 때 사용하는 피와 소도 그램(g)을 달아가며 매뉴얼화하고 있고, 모양 역시 표준화해 일관성을 유지해 나가고 있으니까요.

정 셰프가 만들어가고 싶어 하는 홍롱롱의 모습(identity)은 무엇인지 궁금해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오더군요. "진짜 딤섬을 먹으러 오는 집!". 요즘 워낙 아류와 가짜가 판치다 보니 진짜를 찾기 어려운 시대에 '진짜'를 추구하는 정 셰프의 결기가 새롭게 다가옵니다. 홍콩이나 중국 현지에서 맛있고 멋진 딤섬을 경험한 많은 손님을 앞에 두고 전문 인력이 부족한 우리 현실을 이겨내며 진짜 딤섬을 보여드리겠다는 것은 남다른 열정과 정성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지 싶습니다. 하지만 정지선 셰프라면 믿음이 갑니다. 과거 호텔 중식당에서 기계에 손이 들어가 손가락뼈가 보일 정도로 살점이 떨어져 나가 30바늘이나 꿰매야 할 정도로 큰 부상을 입고서도 한 달 만에 일터로 나가 다시 주방을 지킨 일화를 갖고 있는 정 셰프입니다. 중식 국제요리대회 금상(2011년), 한·중·일 청도 요리대회 특금상(2013년) 수상으로 요리 실력을 객관적으로 평가받았고,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한 최초의 여성 셰프이자 각종 요리 경연대회 심사위원으로도 활약하고 있으며 바쁜 시간을 쪼개 대학 강단에도 서고 있지만 주방 앞에서는 늘 겸손하고 혼신의 힘을 쏟아붓고 있는 셰프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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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롱롱’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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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를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많은 고객이 홍롱롱을 사랑하는 이유는 딤섬 맛이 전부가 아니더군요. 우리가 식당에서 만족감을 느끼는 것은 요리 맛뿐만 아니라 가격, 서비스, 분위기 등 많은 요소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니까요. 홍롱롱이 갖고 있는 또 다른 매력은 마치 홍콩이나 중국 현지로 공간 이동을 한 것과 같은 느낌을 주는 독특한 실내 분위기도 일조하고 있습니다.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붉은색톤을 기본으로 하되 공간 배치가 시원시원하고 실내 곳곳에 녹색 식물을 배치해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이국적인 분위기에서 요리를 즐기며 휴식을 취하는 기분이 들게 합니다. 어느 분의 감각인지 궁금해 알아보니 오너인 유정수 대표(41)의 솜씨더군요. 공간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글로우 서울'을 경영하는 유 대표는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지역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공간 창출을 지향하더군요. 작년 7월 익선동에 '홍롱롱'을 오픈한 것도 같은 맥락이고요. 홍롱롱의 요리는 정 셰프를 중심으로 돌아가지만 공간 개발과 구성, 마케팅은 별도의 전문팀이 담당하는 역할 분담 역시 요즘같이 어려운 외식업계에서 경쟁력의 원천이더군요.

유 대표가 홍롱롱을 오픈한 동기와 그가 갖고 있는 가치관이 궁금했습니다. "저희 회사는 공간 개발과 기획을 전문으로 하고 있습니다. 특히 의미와 가치 있는 지역과 공간을 새롭게 바꾸어 가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오랜 연륜이 묻어있는 곳을 주로 찾습니다. '시간의 힘' '오리지널의 가치'를 많이 생각합니다. 무너져가는 집에 새로운 콘셉트를 접목해 탈바꿈시킬 때 마치 진흙 속에서 진주를 발견한 것과 같은 보람을 느끼지요. 외식산업이 이미 과포화 상태로 다들 어렵다고 하지만 앞으로 산업이 발달하면서 인간이 사용할 시간이 많아지면 가장 우선적으로 찾을 분야가 여행과 먹을거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어느 분야보다 미래지향적 산업이지요.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여행과 음식은 직접 경험해 보는 것과 대체 재를 찾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간 개발과 음식업을 함께하게 되었고, 여러 요리 중 딤섬에도 관심이 있던 차에 이 분야에 독보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정지선 셰프와 손을 잡게 되었습니다."

정지선 셰프가 요리라는 콘텐츠로 홍롱롱의 가치를 보여준다면 유 대표는 남보다 한발 앞서가는 경영 철학으로 홍롱롱의 존재 의의를 높여 주고 있더군요. '기억에 남을 공간' '오래 잊히지 않을 공간'을 추구하는 유 대표의 구상은 홍롱롱의 가구와 집기, 공간 배치, 컬러에 이르기까지 구석구석에 살아 꿈틀거려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특별한 기쁨을 선사합니다. 프로와 프로가 만나 의기투합하면 어떤 결과를 보여줄 수 있는지 홍롱롱에서 새삼 확인하게 됩니다.

♣ 음식점 정보
▘메뉴
-샤오롱바오(4pcs) 8000원, 새우살수정교(4pcs) 8000원, 삼색빠오즈(2pcs) 8000원, 트러플쇼마이(4pcs) 8000원, 구슬교자(4pcs) 6000원
-사자머리(2pcs) 6000원, 마라찜교자(4pcs) 8000원, 한방탕바오(1pcs) 4000원, 홍롱롱 멘보샤(3pcs) 8000원, 창펀(2pcs) 8000원
-홍롱롱2단 딤섬코스(8pcs) 1만5000원, 홍롱롱3단 딤섬코스(10pcs) 1만9000원 등
▘위치:서울 종로구 수표로 28길 33-7, (02)741-1339
▘영업시간:오후 12~10시(3~5시 브레이크 타임, 주말·공휴일은 브레이크 타임 없음)
▘규모·주차: 54석, 전용 주차장 없음(대중교통 이용 권장, 지하철 종로3가역 4번 출구에서 160m)
▘함께하면 좋을 사람: ① 가족 ★ ② 친구 ★ ③ 동료 ★ ④ 비즈니스 ★

♣ 평점
맛 ★ ★ ★ ★ ★
가격 ★ ★ ★ ★ ★
청결 ★ ★ ★ ★ ★
서비스 ★ ★ ★ ★ ☆
분위기 ★ ★ ★ ★ ★

매일경제

[박정녀 하나금융투자 롯데월드타워WM센터 상무·유재웅 을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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