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이지혜 디자인 기자 |
"'박사'만 처벌한다고 성착취 영상물 유포 범죄가 사라지진 않습니다. 수요가 있기 때문에 공급은 발생합니다."
박찬성 변호사(포항공대 성희롱·성폭력상담실 자문위원)는 음란물 유포 범죄의 본질이 '음란물을 보고 싶어 하는 자들'에 있다고 꼬집었다. 보다 자극적인 음란물을 시청하고자 하는 수요를 없애야만 공급도 막을 수 있단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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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전문 변호사들 "'박사'만 잡는다고 안 끝나…이제 관람자 처벌에 집중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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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성범죄 전문으로 활발히 활동 중인 변호사들은 '텔레그램 박사방' 관람자에 대한 처벌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박 변호사는 "성폭력적 상황에서 강압적으로 촬영된 영상임이 분명함에도 이를 구매해 보려고 한 자들이라면 이는 실질적으로 그 범행을 방조하고 교사한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며 "돈 받고 팔 수 있는 가능성이 없었다면 '박사'가 이렇게까지 심각한 수준으로 다수의 피해를 양산했을지 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김재련 변호사(법무법인 온세상)는 이미 구속된 '박사'보다도 이제는 관람자에 관심을 쏟을 때라고 언급했다. 김 변호사는 "운영자에 대한 처벌도 중요하지만, 함께 이 영상물을 본 관람자 모두를 처벌하는 게 필요하다"며 "이 사건은 여성이나 아동 청소년을 소비할 수 있는 물건으로 전락시켜 인간의 존엄성을 해친 중대한 사건인 만큼 엄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진희 변호사(법률구조공단 피해자 국선 전담 변호사)도 "수많은 성범죄 사건을 맡아오면서 음란물 유포자 뿐만 아니라 음란물을 함께 본 자들도 처벌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많이 느꼈다"면서 "수요와 공급이 맞아떨어지면서 개인의 범죄가 이번 텔레그램 사건처럼 조직화됐고, 이게 심화되면 산업화도 조만간 이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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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아청법상 '소지' 개념 확장해석하면 현행법으로도 처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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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착취하는 내용의 영상물을 공유하는 한 '텔레그램 박사방' 사건의 '박사'로 지목되는 20대 남성 조모씨가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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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음란물 시청 행위에 대해 마땅히 적용할 형벌 법규가 없어 관람자들을 처벌할 수 없단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성범죄 전문 변호사들은 사건 기록을 정확히 살펴봐야 한다면서도, 현행법상으로도 텔레그램 박사방의 관람자들을 형사처벌 할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놨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 5항(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임을 알면서 이를 소지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의 '소지' 개념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 변호사는 "법에서 말하는 '소지'란 어떤 대상에 대해 사실상의 지배력을 가진 상태를 뜻한다"며 "박사방은 음란물을 공유 받고자 하는 사람들이 그 안에 뭐가 있는지를 알고 입장료를 지불했기 때문에, 이 방 안에서 영상을 마음대로 볼 수 있었다면 소지했다는 개념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도 "형법조항에 대해 유추해석은 금지되지만 확장해석은 일정 부분 허용된다"며 "박사방에 상당 기간 가입돼 있어 언제든 음란물에 접근이 가능한 상태였다면 법에서 말하는 '음란물 소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여지가 높아 보인다"고 밝혔다.
법 조항에 있는 단어를 확장해석해 처벌이 가능토록 했던 대법원 판례도 존재한다. 대법원은 2019년 7월 토렌트 파일 형식으로 음란한 영상물을 웹사이트에 올린 노모씨에 대해 징역 1년을 확정했다. 해당 사건의 쟁점은 조각난 데이터 상태인 토렌트 파일 공유를 '음란물 전시'로 볼 수 있냐는 것이었다. 정보통신망법 74조1항2호는 음란한 영상을 배포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한 자를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토렌트 파일을 이용해 별다른 제한 없이 음란물 영상에 바로 접할 수 있는 상태를 조성한 행위는 정보통신망법상 처벌 대상인 '음란한 영상을 배포하거나 공공연하게 전시한 것'과 실질적으로 같은 결과를 가져온다"며 '전시'의 의미를 확장해석한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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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강조한 한 가지…"입법 통한 확실한 처벌 방안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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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변호사들은 추후 논란 없는 처벌을 위해 입법을 통한 법률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논란 없이 곧바로 혐의를 적용해 불법 음란 영상물 시청자들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입법이 필수적"이라며 "현행법은 논란의 여지가 많다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럼에도 잘못을 한 범죄자를 처벌하지 않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텔레그램 박사방 사건의 경우 현행법을 최대한 잘 적용해 정의로운 처벌이 가능하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신 변호사는 자신의 경험담을 통해 현행 법안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과거에 맡았던 사건 중 한 남성이 오프라인으로 모여있는 자리에서 핸드폰 속 음란물을 옆에 앉은 이에게 보여준 경우가 있었는데, 어떤 법 조항에도 해당이 안 돼 처벌이 불가능했다"며 "성범죄에 속하는 행위는 너무나 다양한데 현행법은 이를 모두 담지 못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음란물 관련해선 제조나 유포죄 정도만 존재하는 게 현실이고 시청만 한 것으론 처벌하지 않는다"며 "형법에 불법 음란물을 시청 및 관람하는 자에 대해서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법 조항을 새로 만드는 방식으로 충분히 개선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안채원 기자 chae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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