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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車 업계 "2월 미생산분 일시 증산 허용해달라" 요구, 경기도 반대에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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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특별연장근로제, 기간 4주로 짧고 신청 조건 까다로워
울산시 ‘주 52시간제 한시 유예’ 대정부 안건 제안했으나 경기도 반대로 무산
車협력사들 "8만대 납품 손실… 완성차 가동률부터 높아져야 위기 극복 가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월 자동차 생산이 급감하면서 일부 부품 회사들이 유동성 위기에 몰린 가운데, 일시 증산이 가능하도록 주 52간제를 한시적으로 유예해달라는 자동차 업계의 요구가 벽에 부딪혔다. 업체들이 개별적으로 특별연장근로를 받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경기도의 반대 때문이다. 울산시는 자동차 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한시 유예를 요청하는 입장으로, 지자체간 갈등을 빚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23일 울산시에 따르면 울산시가 최근 시도지사협의회에 제안한 ‘자동차업종 주 52시간 근무제 한시적 유예 방안’이 경기도 등의 반대로 기각됐다. 시도지사협의회는 시도 지자체장이 모두 동의할 경우 대정부 의견을 낼 수 있다. 울산시는 자동차 업계의 건의를 받아들여 한시적으로 주 52간제를 유예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제안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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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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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가 이 같은 제안을 한 건 울산 지역에 밀집한 자동차 부품 업체들의 요구 때문이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달 코로나 사태로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차량용 배선 뭉치인 ‘와이어링 하니스’ 공급이 끊겨 울산·아산·전주공장의 가동을 수차례 중단했다. 휴업이 반복되면서 약 10만대의 생산 손실을 봤고, 이 여파로 협력사도 8만대의 납품 손실을 봤다.

문제는 3~4월에 야근과 특근을 한다 해도 주52시간제 규정하에서는 2월의 대규모 감산 물량을 메꾸지 못한다는 것이다. 현재 그랜저와 GV80 등 현대차 울산공장 주력 생산 차종은 주문이 4개월 정도 밀려 있다. 또 코로나19의 확산 양상이 불확실한 가운데, 그나마 공장 정상 가동이 가능할 때 부품을 미리 생산해야 한다는 게 자동차 부품 업체들의 입장이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2만개 부품이 들어가는 자동차 특성 때문에 한 업체만 코로나19로 공장이 폐쇄돼도 다른 업체까지 모두 영향을 받게 된다"며 "완성차 주문이 몰려있고 공장이 제대로 돌아갈 때 빨리 생산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 부품 회사들은 "납품 손실분을 만회하기 위해선 완성차뿐 아니라 부품사 가동률도 높여야 하는데 현재 주 52시간 근무제로는 불가능하다"며 일시적으로 연장 근로 시간을 늘려달라고 주장해왔다. 지난 20일에는 울산시 북구지역 자동차 부품업체 38개사 대표가 시에 ‘완성차 특별연장근로 시행을 위한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한시적으로 특근을 이어가더라도 우선 생산량을 대폭 늘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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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명촌정문으로 출근 버스가 길게 늘어서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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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업계와 울산시는 이런 상황을 감안해 한시적으로 주 52시간제를 유예해달라고 제안했다. 현행 제도는 회사별로 노사 협의에서 특별연장근로에 합의한 뒤, 이를 다시 고용노동부에 신청해 인가를 받아야 한다. "개별 회사마다 모두 노사 협의를 해야 하는데 시간이 촉박하고, 몇몇 회사만 특별연장근로 협의가 무산돼도 생산량 확대가 어려워 일괄 유예가 필요하다"는 게 자동차 업계의 주장이다.

반면 시도지사협의회에서 반대 의견을 낸 경기도는 "현행 근로기준법상 특별연장근로 제도를 활용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나머지 서울과 대구, 충북시는 조건부 동의했다. 이들 세 곳은 "주 52시간 근무제 유예 기간을 명확히 명시해야 한다" "전 업종이 아닌 필요한 업종을 특정해 한시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등의 조건을 달았다.

이번 제안과 관련해 울산시 관계자는 "고용부에서 실시하는 특별연장근로제는 시행 기간이 4주 이내로 짧고, 신청 조건도 개별 근로자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 등 까다롭다는 한계가 있다"며 "글로벌 경제가 요동치고 있는 와중에 사측이 개별적으로 고용부에 신청을 넣으면 위기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보고 시가 직접 나선 것인데 무산돼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이와 별개로 현대차는 지난 18일 현행 주 40시간 근무체제를 한시적으로 최대 주 60시간까지 늘리는 방안을 노동조합에 제안한 상태다. 현대차 관계자는 "공장 근로자들의 의견도 모두 취합해야 하므로 아직 결론 난 것은 없다"며 "노조 실무협의가 끝나봐야 알겠지만, 연장 근로에 대한 근로자들의 반응이 나쁘지만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다만 노동계 일부에선 특별연장근로제 도입이 주 52시간제 무력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지희 기자(h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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