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이지혜 디자인기자 |
"FBI(미 연방수사국)도 절대 못 잡는다."
과거 텔레그램방을 통한 불법영상물 공유는 이 같은 믿음을 기반으로 활발했다. 가장 폐쇄적이고, 익명성이 보장되는 곳으로 대표됐었다. 그래서 암암리에 불법촬영물 등이 공유되고, 곪을대로 곪았다가, 이번에 'n번방'이나 '박사방' 사건으로 터졌다.
중요한 건, 그렇게 믿던 불법 텔레그램방 운영자가 잡혔다는 것. 피해자들을 협박해 동영상을 뿌리던 '박사방' 운영자 박사는 검거됐고, 그보다 전에 있었던 'n번방' 운영자 갓갓도 용의자를 특정한 상태다.
이에 돈을 내고 성착취영상을 관전하던 이들도 대혼란에 빠졌다. 안전하지 않단 생각에서다. 누군가 삶을 파탄낸채 낄낄거리던 이들은, 이제 두려움에 떨고 있다. 혹여나 처벌 받을까봐, 자신의 신상이 공개될까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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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기록 지워달라" 문의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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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박사' 등이 경찰에 검거된 이후 텔레그램방 내 분위기는 달라진 게 감지됐다고 한다.
디지털 장의사(온라인상 기록을 삭제해주는 전문가) 박형진 이지컴즈 대표는 23일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지금도 텔레그램 불법방이 많지만, 다행인 건 박사 검거 후 탈퇴하는 분위기가 많다"고 했다. 그 이유에 대해 박 대표는 "과거엔 텔레그램방을 쓰면 안 잡힌단 전제가 있었는데, 그게 달라진 것"이라고 했다.
실제 경찰 내 수사 의지도 달라진 분위기라 한다. 박 대표는 "2년 전만 해도 '해외 서버라 어렵다'는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경찰이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고, 적극적으로 하려고 한다"고 했다.
특히 최근엔 텔레그램방 관련 기록을 삭제해달란 문의도 늘었다고 한다. 박 대표는 "친구들끼리 돈을 모아서 150만원을 넣어 들어갔는데 불안하다는 이도 있고, 증거를 인멸해줄 수 있냐는 요청도 많다"며 "당연히 말도 안 되는 문의니 들어줄 수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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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그 다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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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텔레그램 말고도 또 다른 SNS로 또 넘어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니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23일 오전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 인터뷰에서 "모든 관련자들을 검거하지 않으면, 얼마든 유사 재료로 유사한 일들을 SNS 서버를 통해서 벌일 수 있다"며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게 핵심"이라고 했다.
이른바 상시 모니터링과 신고의 중요성이다. 박 대표도 "(불법촬영물을) 서로서로 공유하는 게 아니라, 서로서로 신고하는 게 중요하다"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24시간 신고가 가능하다. 예전엔 시간이 꽤 걸렸는데, 지금은 하루면 접속이 차단된다"고 했다.
남형도 기자 hum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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