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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가습기살균제 소송 입증책임, 사실상 생산업체가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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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구제법 개정안 24일 공포…기업이 피해자 증명 반증 못하면 인과관계 인정

정부 구제 대상도 피해질환 특정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인정해 크게 확대

CBS노컷뉴스 김명지 기자

노컷뉴스

자료사진=CBS노컷뉴스 윤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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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피해 인정 범위를 넓히고 소송에서 피해자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내용의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 개정안이 오는 24일 공포된다.

환경부는 23일 "가습기살균제로 오랜 시간 아픔을 겪고 있는 피해자들을 위한 개정안이 내일 공포돼 6개월 후부터 시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은 우선 피해 질환을 포괄적으로 인정해 구제 대상을 확대한다. 지금까지는 폐질환, 천식, 태아 피해, 아동·성인 간질성폐질환, 기관지확장증, 폐렴 등 특정한 피해 질환을 앓는 경우에만 심사를 거쳐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이 같은 제한은 이번 개정을 통해 사라진다.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돼 발생하거나 악화한 피해를 좀 더 포괄적으로 인정해 그간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던 사람들도 개별 심사를 거쳐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가습기살균제 생산업체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에서 피해자들이 '비특이성 질환 피해'와 가습기살균제 간 인과관계를 입증하기가 이전보다 상대적으로 수월해진다.

환경부에 따르면 '특이성 질환'은 특정 병인에 의해 발생하고 원인과 결과가 명확히 대응해 인과관계가 뚜렷하다. 폐손상이나 태아피해가 이에 속한다.

반면, 천식과 폐렴, 기관지확장증, 간질성폐질환 등 비특이성 질환은 흡연, 연령, 식습관, 직업적 요인, 가족력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해 인과관계 입증이 쉽지 않다.

이에 개정된 피해구제법은 피해자가 역학적 상관관계 등 일정 부분을 증명하면 생산업체가 이를 반증하지 못하는 이상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인정하도록 했다.

피해자가 △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된 후 △ 질환이 발생·악화하고 △ 노출과 질환 발생 간 역학적 상관관계가 확인됐다는 3가지 요건을 증명하면 업체는 배상 책임을 면하기 위해 피해자의 노출 시기와 정도, 생활습관, 가족력 등을 직접 파악해 가습기살균제 관련 피해가 아니라는 것을 반증해야 한다.

환경부는 "사실상 입증책임이 기업에 전환된 것으로, 지금까지 환경소송에 관한 대법원 판례에 비해서도 획기적인 진전이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피해자가 실제로 '노출과 질환 발생 간 역학적 상관관계'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은 만큼 환경부는 조사·연구와 전문가 심의를 거쳐 역학적 상관관계가 확인된 질환들을 고시할 예정이다.

피해자는 환경부가 역학적 상관관계를 확인해 고시한 질환이 자신에게 발생한 경우 해당 질환이 가습기살균제 노출로 인한 것이라는 사실만 증명하면 된다는 얘기다.

환경부는 천식과 폐렴, 폐질환 등 현행 구제급여와 특별구제계정 대상 질환을 '역학적 상관관계가 확인된 질환'으로 우선 고시할 예정이다.

이후 환경부는 고시에 포함되는 역학적 상관관계가 확인된 질환 범위를 더욱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피해자 지원 체계에서는 구제급여와 특별구제계정을 통합한다. 특별구제계정 대상자는 구제급여 대상자와 달리 '건강피해인정서'를 발급받지 못해 소송에서 차별받고 있다는 논란이 있었다.

이에 따라 특별구제계정을 받던 2207명(지난 1월 기준)은 법 시행과 더불어 모두 구제급여 수급자로 인정된다. 또, 이들 피해자를 위한 장해급여를 신설해 치유 뒤 신체 등에 장해가 남은 피해자를 지원할 예정이다.

환경부는 "이번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 개정은 정부의 피해 구제를 강화하고 소송에서의 피해자 입증책임를 전향적으로 완화한 법안"이라며 "개정안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하위 법령 마련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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