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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 (금)

"이름만 '안심병원', 제도부터 뜯어고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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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 서울대의대 교수, '안심병원' 시스템 비판
메르스때 도입 안심병원 전국 328곳 지정…입원불가 태반


아시아경제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국민안심병원'이라는 게 국민을 가짜로 안심시키려고 지어놓은 이름 같다. 일종의 사기라는 생각도 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의심돼 처음 찾아간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지 못한 경산 17세 고교생 사망자와 관련해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교실ㆍ사진)는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김 교수는 23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병원에 가도 치료를 못 받는데 뭘 안심하라는 말이냐"면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때도 안심병원이란 곳을 지정했고 비슷한 문제가 있었는데 제도적으로 고칠 생각 없이 '네이밍'으로만 해결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지난 12일 열이 나 집 근처 경산 중앙병원에 간 이 고교생은 해열제 등을 처방받고도 증세가 낫지 않아 이튿날 오후에야 대구 영남대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뒤늦게 입원한 영남대병원에서 닷새가량 집중치료를 받다 숨졌다. 13차례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았는데 사후에야 최종 음성 판정을 받았다. 경산 중앙병원은 정부가 지정한 국민안심병원으로 입원은 안 되고 외래 진료만 가능한 곳이다.


안심병원이란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덜기 위해 호흡기 질환 환자와 비호흡기 질환 환자 간 동선이나 의료진을 분리해 운영하는 곳으로 지난 20일 기준 전국에 328곳이 지정돼 있다. 의료기관이 입원까지 가능한지를 따져 신청하면 정부가 해당 기준을 살펴 지정하는 식이다.


김 교수는 "지금도 유형 분류가 제대로 돼 있지 않은 데다 입원 진료가 가능하다는 병원에서도 입원을 받아주지 않는 일이 빈번하다고 한다"면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안심병원을) 지정했고 병원도 자기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대구ㆍ경북에선 코로나19 환자가 단기간에 급증하면서 의료진이나 시설이 부족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환자가 아니면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해 골든아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꾸준히 나온다. 대구ㆍ경북에선 한 달 넘게 '과부하' 상태가 이어지면서 의료기관이나 의료진 피로도 역시 한창 높아진 상태다. 분당제생병원처럼 안심병원으로 지정된 후에도 환자나 의료진 다수가 감염된 일이 발생한 점을 감안해 의료 전달 체계를 다시 한 번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역 당국도 기존 중증 응급 환자 치료 체계와 관련해 손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 상태다.


김 교수는 "코로나19 확진 여부와 상관없이 입원이 가능한 병원이라면 환자가 입원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분리된 동선과 격리병실 확보 여부 등을 명확히 따져 지정하는 등 방역 당국의 명확한 지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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