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 회장. [KT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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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창규 KT 회장이 6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23일 이임식을 했다. 황 회장의 공식 임기는 30일 정기 주주총회까지지만 사실상 이날 구현모 대표이사 내정자에게 KT 수장 자리를 넘겼다. 황 회장은 2014년 1월 회장에 취임했고, 2017년 연임해 총 6년간 KT를 이끌었다.
역대 KT 회장 중 연임 임기를 제대로 마친 건 황 회장이 처음이다. 전임 이석채 회장이 연임에는 성공했지만, 연임 1년 만에 배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CEO(최고경영자)직에서 물러났다. 임기를 채운 것은 초대 CEO였던 이용경 전 사장이 2005년 단임 임기를 마치고 남중수 전 사장에게 바통을 넘긴 이후 15년 만이다.
이날 황 회장은 몇몇 임원진과 점심 식사를 함께하는 것으로 이임식을 대신했다. 이 자리에서 황 회장은 “KT의 미래, 먹거리, 그리고 KT 정신을 제대로 세운 CEO로 기억되고 싶다”면서 "지금까지 만들어 온 성과를 뛰어넘어 KT를 글로벌 1등에 올려달라"고 당부했다.
KT는 직원 수가 2만3300여명, 전국에 지사를 갖춰 통신업계 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를 총괄하는 KT 회장도 대기업 총수 대우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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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1조 클럽 가입, 세계 최초 5G 상용화
황 회장은 6년 임기 동안 5G(세대) 이동통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고 인공지능(AI) 서비스 대중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5년과 2017년, 2019년 세 차례에 걸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기조연설에서 5G 네트워크의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이어 2018년 평창 겨울 올림픽에서 전 세계 최초로 5G 시범 서비스를 선보였다. 2019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도 5G 상용화를 역설했다. 이때 그에게 붙은 별명이 ‘Mr. 5G(미스터 5G)’다.
KT의 한 관계자는 “황 회장이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분야 총괄 경험을 토대로 IT 분야의 흐름을 미리 읽고 대비하는 데 능했다”며 “AI 분야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도 노력했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이던 2002년 "반도체 메모리의 용량이 1년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이른바 '황의 법칙'을 세울 정도로 반도체 전문가로 통했다. 또 다른 KT 관계자는 “황 회장은 블록체인이나 5G에 기반을 둔 기업시장 같은 굉장히 어려운 비즈니스에 시동을 걸었다. 올부터 이 분야에서 성과가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IPTV 실패 등으로 추락하던 KT 실적을 반등시키고, 민영화한 KT의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만든 것 등도 황 회장의 성과로 꼽힌다. 그 결과 KT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 연속 영업이익 1조 클럽에 가입하는 성과를 올렸다. KT 내부에서 "이석채 전 회장 시절 KT·KTF 합병이나 아이폰 국내 도입처럼 화려하진 않았지만, 황 회장은 KT의 체질 개선과 내실을 이뤄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황창규 KT 회장이 지난해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아그란비아에서 열린 'MWC19(모바일 월드 콩그레스)'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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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현국사 화재, 쪼개기 후원으로 흠집
하지만 황 회장은 취임 첫해인 2014년 임직원 8300명에 대한 구조조정을 추진해 노조 반발을 불렀다. 또 2018년 11월에는 KT의 아현국사 통신구 화재가 발생해 인근 주민에게 통신장애 피해를 줬다. KT는 통신구 화재 이후 유선 통신 전문가인 이철규 부사장을 복귀시켜 인프라를 강화했다. 구조조정은 이석채 전 회장 때 적자로 돌아선 KT의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한 고육책이었다는 평가도 있다. 또 2014~2017년 KT 전 현직 임원들이 국회의원 90여명에게 KT 법인자금으로 4억4000여만원을 불법 후원했고, 황 회장이 이를 지시했다는 '쪼개기 후원'과 정치권의 청탁을 받고 불법 채용했다는 의혹도 있었다.
황창규 회장의 뒤를 이어 KT 수장에 오르는 구현모 CEO 내정자.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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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회장이 떠난 자리는 'Mr. KT맨'으로 불리는 구현모 대표이사 내정자가 이어받는다. 구 내정자는 오는 30일 주주총회에서 새 CEO로 선임될 예정이다. 그는 신입사원으로 KT에 입사한 '정통 KT맨'이며, 황 회장 임기 초기 비서실장을 지냈다. 지난해까지 커스터머&미디어 부문장을 맡아 KT의 핵심 사업을 이끌어왔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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