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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6 (수)

[배임죄 처벌 논란①] 무죄율 5%…경영판단이냐, 의무 위반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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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경가법상 횡령·배임 무죄율은 10% 넘어

2010~2018년 일반 횡령·배임 무죄율 5.2%

경영판단-배임 고의 경계 모호…폐지논란

獨·日은 이름만 남거나 폐기…美·佛은 경영자 재량 폭넓게 인정

족벌경영 특성 고려 처벌 필요하다는 지적도

헤럴드경제

[자료 출처: 범죄와 형사사법 통계정보(CCJS); 사법연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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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검찰이 대기업 수사 때마다 꺼내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특경가법)상 횡령·배임 범죄 무죄율이 10%를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단순 행정벌 무죄 사건을 모두 포함한 전체 사건 무죄율이 1%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배임죄를 존치할 필요가 있느냐는 해묵은 논란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23일 검찰에 따르면 지난해 기소된 횡령 및 배임(업무상 횡령·배임 포함) 사건의 기소 건은 총 4143건으로, 지난 5년 평균 기소 건수인 4398건보다 소폭 감소했다. 대법원과 형사정책연구원에서 제공하는 ‘범죄와 형사사법 통계정보’에 따르면 2018년 1심에서 횡령·배임 혐의로 선고한 사건은 총 5267건이었고, 무죄율은 5.8%(306건)에 달했다. 특경가법상 횡령·배임 혐의는 11.42%를 차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전체 무죄율은 0.79%에 그쳤다.

특경가법은 부당하게 얻은 이득이 5억 원 이상일 때 가중처벌하도록 한 특별법이다. 주로 규모가 큰 기업수사에서 적용된다. 지난 2010년부터 2018년까지 횡령 및 배임혐의에 대한 1심 재판부의 평균 무죄율은 5.22%를 기록했다. 일반 사건 무죄율의 5배가 넘는 비중이다.

배임죄는 모호한 법 조항으로 검찰이 자의적으로 기소하는 사례가 많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형법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업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하거나 제 3자에게 이익을 취하도록 함으로써 타인(법인)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 배임으로 처벌토록 하고 있다.

문제는 ‘업무를 위배할 고의’를 객관적으로 입증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의사결정을 담당한 공직자나 기업 경영인이 정당한 경영상 판단이었다고 주장할 때 어디까지 자율적인 판단이라고 인정할 수 있고 어디까지 형사처벌 대상으로 볼 수 있는지도 경우에 따라 달라진다.

대법원은 배임죄를 따질 때 고의성에 대한 입증책임을 엄격하게 하는 추세다. 지난 1월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 한규현)는 특경가법상 배임혐의로 기소된 SPC 그룹 회장의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한 1심과 달리 무죄를 선고했다. 회장이 배우자에게 ‘파리크라상’ 상표권을 넘긴 행위에 배임을 저지를 의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경영상 판단이었다는 피고인들의 주장도 받아들여지는 추세다. 대법원은 다른 회사 주식을 고가에 인수해 배임을 저질렀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석채 전 KT회장에 대해 경영상 판단이었다는 이유로 무죄를 확정했다.

배임죄 폐지 여부를 놓고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배임죄를 폐지하거나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지만, 법조계에서는 계열사가 많은 우리나라 대기업 구조 특성상 존치할 필요가 있따는 반론도 적지 않다.

배임죄를 처벌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 세계최초로 배임죄를 형사법전에 규정한 독일에서 배임죄는 법전 속에만 있는 조항으로 변한 지 오래다. 일본에서는 업무상 배임죄가 역사 속에 사라지고, 일반 배임죄만 적용할 수 있다. 배임죄가 없는 미국과 프랑스에선 경영자의 재량이 폭넓게 인정된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배임죄는 필요한 규정이지만, 적극적으로 옥죄면 처벌의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수 있다”며 “기업의 의사결정자들의 검찰수사를 두려워해 경영의 판단에 있어 소극적이게 된다는 단점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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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승 연구위원은 “배임죄가 남용되는 것은 막아야 하지만, 족벌경영이 난무한 한국 경제사회에서 배임죄는 필요한 장치”라며 “검찰과 법원이 보다 엄격하게 배임죄를 판단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서부지검 경제범죄조사단장을 지낸 최창호 변호사는 “배임죄를 폐지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아직도 창업주나 기업인 중에서 법인은 자연인과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고 멋대로 운영해 도덕적 해이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도 “배임죄는 계열사가 많은 대기업 위주의 시장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이상 피해가 계속될 수 있다”고 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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