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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좁은 강의실에 마스크도 없어 …기숙학원 집단감염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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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2m 거리 두기 불가능

학원은 마스크 부족한 상태

“현행법상 강제 휴원 불가”

교육부의 개학 연기 조치로 일선 학교는 문을 닫았지만 상당수 학원은 문을 닫지 않고 수업을 한다. 학원가의 휴원 동참률이 저조한 상황에서 수십~수백명이 같은 공간에서 숙식과 학습을 병행하는 기숙학원이 교회와 콜센터처럼 집단감염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최근 학원을 비롯해 콜센터, PC방 등을 코로나19 고위험 사업장으로 지정하고 감염 예방 및 확산 방지를 위해 체온 확인·좌석 간격 1m 이상 확보 등 다중이용시설 관리 지침을 내놨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대부분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숙학원 특성상 학생들은 다닥다닥 붙어 앉은 상태에서 수업을 듣고 한방에서 여러 명이 생활하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찾은 경기 용인시 ㄱ기숙학원에서는 좁은 강의실에서 20~30여명의 학원생이 수업을 듣고 있었다. 이 학원에는 현재 대입 재수생 200여명이 입소해 있다. 학원생들은 생활관에서 2인1실이나 4인1실로 생활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코로나19 여파로 교실에서 간격을 두고 수업하기를 권고하지만 교실 공간이 부족해 책상 간격을 넓혀 앉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학원생들은 마스크도 없이 수업을 듣는다. 학원에서 학원생 중 유증상자가 발생해 외부 병원을 방문할 때 쓸 수 있는 마스크만 확보해놓은 실정이기 때문이다.

학원생들의 평일 일과는 오전 6시20분에 일어나 오전 8시40분~오후 11시30분 정규 수업을 받은 뒤 잠자리에 드는 것으로 짜여 있다. 평소에는 외출·외박이나 면회 등이 금지돼 있고 월 1회 3박4일의 외박만 허용된다. 주말에는 자유시간이 주어져 운동을 하거나 자율학습을 한다. 평일에 학생들과 생활하는 전임 강사들은 주말이면 집에 다녀오지만, 일반 강사들은 외부에서 출퇴근한다.

이곳에서 수업을 듣는 한 학원생은 “학원에서 외부와 차단해 코로나19를 막겠다곤 하지만 강사 등은 외부 출입이 자유롭기 때문에 불안하다”고 말했다.

70여명의 학원생이 생활하고 있는 안성시 ㄴ기숙학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곳 학원생들도 마스크 없이 수업을 듣는다. 또 학원 운영을 위해서는 학원생이 최소 100여명은 돼야 하기 때문에 수시로 신규 학원생을 받고 있다.

최근 정부가 마스크 5부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학원생들은 바깥출입을 할 수 없어 마스크를 구입하기 어렵다. 2010년 이후 출생한 초등학교 4학년까지는 부모가 대리 구매를 할 수 있지만, 2009년 이전 출생한 초등학교 5학년 이상과 중·고교생은 직접 구입해야 해 학원에서 대신 구입해줄 수도 없다.

이 학원 관계자는 “학생들에게 제공할 마스크 확보가 쉬운 일이 아니다”라면서도 “외부인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고 내부에서는 소독과 학생 개인위생을 신경 쓰기 때문에 학원 안이 더 안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감염 우려로 선제적 코호트 격리(동일집단 격리)를 하는 학원도 있다. 이천시의 한 기숙학원은 코로나19 원천 차단을 위해 지난달부터 코호트 격리에 들어갔다. 학원 원장과 전담 강사, 학원생 등 180여명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현재까지 2개월여 동안 함께 생활하고 있다. 마스크 없이는 학생도 강사도 강의실에 들어갈 수 없다. 그동안은 한 달에 한 번 2박3일의 외박을 허용했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된 지난 2월부터는 이마저도 막았다.

용인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정부와 교육지원청에서 학원들에 휴원을 권고하고 있지만 강제는 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다만 기숙학원이 코로나19 예방을 철저하게 할 수 있도록 외부와 차단, 학생들 체온 체크 등 현장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도 내에서는 용인, 광주, 이천 등 13개 지역 42개 기숙학원에서 수업을 하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학원이 학원비 환불 등의 문제로 수업을 계속하더라도 학원을 강제로 휴원시킬 수는 없다.

김동성 기자 est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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