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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월세라도 벌어야…" 학원들 사실상 휴원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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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학원 74% 수업 그대로 진행

학원연합회 "휴원 대신 방역 강화… 지원금만으론 손실 감당 안된다"

정부는 강력 대응 예고해 부담감

전체 학원생이 50명에 불과한 서울 강북의 한 유·초등 보습 학원은 최근 온라인 원격 강의를 시작했다. 코로나 사태로 부모들 사이에서 "감염 우려 없는 원격 강의로 바꿔달라"와 "예전처럼 학원에서 직접 가르치지 않는다면 그만 다니겠다"는 의견이 갈려 온·오프라인 강의를 따로 하기로 한 것이다. 온라인 원격 강의는 휴대전화나 컴퓨터에 '화상(畵像)회의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도록 한 뒤, 이 앱을 통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학원 원장은 "수업당 인원이 10명 이하인데 온·오프라인으로 쪼개져 같은 수업을 두 번 하게 됐다"며 "부담은 늘었지만 문을 닫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서울 학원 74% 문 열어

사상 초유의 개학 연기로 4월 신학기를 앞둔 가운데 학원가에서는 어떻게든 휴원은 피하겠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정부 방침대로 개학 연기 기간 5주 동안 학원 문을 닫을 수 없다는 것이다. 소규모 학원은 휴원 대신 온라인 원격 강의로 돌파구를 찾고, 대형 학원은 열화상 카메라 설치 등 강화된 방역을 내세우며 문을 열고 있다. 서울의 한 대입 전문 학원은 3주간 휴원을 끝내고 문을 열면서 반 배정 인원을 예년의 3분의 1 수준인 20명으로 대폭 줄였다. 수험생 간격을 넓혀 코로나 감염 우려를 줄인다는 취지다. 학원 측은 "1개 반 운영비가 연간 1억원쯤 드는데 3개 반으로 늘리면서 강사비 등 운영비가 3억원으로 올라갈 전망"이라며 "그렇더라도 휴원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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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문을 여는 학원이 늘어나면서 서울의 학원 휴원율은 42%(3월 13일)에서 26%(3월 19일)로 일주일 사이에 16%포인트 내려갔다. 학원 4곳 중 3곳은 문을 연 셈이다.

하지만 정부는 학원이 문을 열면 600만 유·초·중·고교생의 '사회적 거리 두기'가 효과를 낼 수 없다는 이유로 휴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2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학생들이 밀집하는 학원을 중심으로 집중 관리와 점검을 실시하겠다"고 했다. 앞서 지난 6일 정부는 휴원 권고를 따르지 않는 학원에 방역과 소방 안전 등을 집중 점검하겠다고 밝혀 학원 측으로부터 "사실상 휴원 조치"라는 반발을 샀다.

◇학원들 "대출금 지원으로는 역부족"

정부는 휴원한 학원에 최대 7000만원을 빌려주는 소상공인 경영안정자금과 최대 1억원까지 가능한 대출 특례 보증 등을 지원책으로 내놓았다. 하지만 학원들은 "당장 임차료와 인건비도 충당하지 못하는 마당에 두 달 후에야 나올 지원금을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며 부정적 입장이다. 학원총연합회 관계자는 "폐업 상담을 구하는 학원들 전화가 매일 끊이지 않는다"며 "대출 지원으로 휴원 손실을 감당할 수 없다"고 했다. 학원계에서는 대출 지원 대상이 5인 미만인 영세 학원만 대상으로 해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학원연합회 사실상 휴원 거부

학원총연합회는 "휴원이 코로나 예방책이 될 수 없다"며 사실상 휴원 거부 방침을 밝혔다. 연합회는 지난 20일 "교육부 권고에 따라 2월 24일부터 한 달간 휴원하고 있지만, 코로나가 장기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학원 휴원은 더 이상 예방책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지난 21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담화문을 통해 집단 감염 위험이 높은 시설 등에 향후 보름 동안 운영을 중단해 줄 것을 요구하자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종교시설과 실내 체육시설 등에 대한 행정명령과 구상권 발동 등이 담화문에서 언급되는 상황에서 앞으로 학원도 추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연합회는 22일 긴급 임원회의를 열고 "학원 방역 활동과 위생 및 안전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오는 25일 발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학원 문을 열되 마스크 착용, 손 세정제 비치 등 방역을 철저히 하겠다는 것이다. 이유원 학원총연합회 회장은 "이제 휴원 여부는 각 학원이 결정해야 할 사안이므로 회원들에게 휴원을 요청하지 않기로 했다"며 "학원이 방역과 위생·안전 교육을 강화하면 4월 개학을 앞두고 상당한 예방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곽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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