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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라임', 부산저축銀 비리 판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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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연·지연으로 끈끈하게 얽히고 親與성향 법무법인들이 자문

펀드 부실 투자로 1조6000억원대의 피해를 입힌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가 지난 2011년 부산저축은행 비리 사건과 '판박이'라는 평가가 검찰에서 나오고 있다.

우선 악질적인 기업 사냥과 횡령을 반복해 온 라임 사건의 주범(主犯)들이 부산저축은행 사건 때처럼 특정 학연과 지연으로 끈끈하게 얽혀 있다는 것이다. 두 사건에서 법률 자문 역할로 친여(親與) 성향 법무법인이 등장한다는 점도 유사한 점으로 꼽혔다.

부산저축은행 비리 사건은 6조원대 불법 대출, 3조원대 분식회계로 역대 최대 규모의 금융 사건으로 꼽혔다. 부산저축은행은 부동산 가격 상승기에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한 뒤 고객 예금을 활용해 각종 부동산 사업에 투자했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 결정타를 맞았다. 수천억원씩 투자했던 캄보디아 부동산 개발, 전남 신안섬 개발 사업 등이 부실화됐음에도 부산저축은행은 이를 금융 당국에 숨긴 채 차명대출 등을 이어갔다. 부실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예금 손실을 입은 피해자만 3만8000여명에 달했다.

검찰은 2011년 수사를 마무리한 뒤 "지분 구조가 대주주와 친·인척에게 집중돼 있고 경영진이 혈연·학연 등으로 대주주와 얽혀 있어 저축은행을 '사금고'처럼 운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부산저축은행그룹 박연호 회장, 김양 부회장, 김민영 대표 모두 광주일고 동문이었다. 부산저축은행이 추진했던 캄보디아 개발사업의 회사 대표도 같은 고교 출신이었다.

라임 사건의 핵심 인물도 '광주 인맥'이란 공통점이 있다. 라임의 배후 전주(錢主)로 알려진 김봉현(46·도피)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김 전 회장의 동향·동갑 친구로 라임 사태 개입 의혹이 불거진 김모(46) 전 청와대 행정관도 광주일고 출신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의 횡령 공범으로 알려진 증권사 출신 김모(42)씨는 김 전 행정관의 서울대 경제학과 후배이자 광주 출신이라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여권 성향 법무법인이 등장하는 것도 공통점"이라고 했다. 라임 사건의 경우, 노무현 정부 법무장관 출신인 강금실 변호사가 설립했던 법무법인 지평이 일부 법률 자문을 맡았다. 환매가 중단된 라임 펀드 가운데 가장 규모가 컸던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1호), 라임의 캄보디아 투자 프로젝트에 대한 법률 자문이었다. 1조원대 라임 펀드를 판매했던 장모 전 대신증권 반포WM센터장은 펀드 피해자와 나눈 대화 녹취록에서 '(사태 해결을 위한) 쓰레기 처리반 명단'을 언급했다. 그 명단에 지평 고문변호사 A씨가 등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녹취록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최근 장 전 센터장을 소환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6년 지평을 떠났던 강 전 장관은 라임이 투자한 디에이테크의 사외 이사를 맡았다가 임기 도중인 작년 9월 그만두기도 했다.

부산저축은행 사건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대표로 있었던 법무법인 부산이 논란이 됐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4~2007년 법무법인 부산은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채권시효 연장소송 등과 관련해 총 59억원 수임료를 받았다.

[이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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