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주 간 방문 4.8회, 일반의 2배 "일반 5명 대신 VIP 1명이 낫다"
신세계 'THE S 삼성카드' 출시… 최소 이용금액 낮추고 혜택 늘려
요즘 백화점 업계에선 "일반 고객 5명 잡는 것보다 VIP 1명 잡는 게 더 낫다"는 게 '진리'로 통한다. 백화점 업계는 충성 고객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VIP 등급 진입을 위한 최소 구매 금액을 낮추고, 할인·서비스 혜택은 대폭 늘리고 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VIP 모시기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온라인 업체의 공세에 코로나 사태까지 겹친 최악의 상황에서 믿을 건 VIP뿐"이라고 말했다.
◇VIP 잡아야 살아남는다
신세계백화점은 삼성카드와 손잡고 23일 VIP 혜택을 주는 카드(신세계 THE S 삼성카드)를 출시한다. 카드만 만들면 백화점 할인부터 무료 주차, VIP를 위한 바 이용 등 혜택을 준다. 통상 할인이나 사은 행사가 적은 해외 명품 브랜드를 구입할 때에도 총 6단계의 신세계백화점 VIP 등급 가운데 상위 네 번째인 골드보다 2배 많은 적립 혜택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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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백화점이 VIP 외연 확장에 나서는 것은 제휴카드 등을 가진 실적 우수 고객들의 지갑에 백화점 매출이 달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신세계백화점 제휴카드를 소지한 고객들은 평균 316만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신세계 포인트 회원(62만원)에 비해 5배 높은 규모다. 신세계백화점 이성환 상무(영업전략담당)는 "지난해 VIP들이 쓴 금액은 전년 대비 12% 늘었다"며 "VIP 고객 선점을 위해 다양한 맞춤형 제휴카드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도 상황은 비슷하다.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은 코로나 사태 이후 오히려 1++ 등급 이상의 한우 매출이 전년 대비 30% 이상 늘었다. 1++등급 한우 가운데 마블링 점수가 가장 높은 '마블링 스코어 No.9 등심'의 경우 금요일에 입고되면 토요일 오전에 매진될 정도다. 현대백화점이 고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 등심 매출의 80% 이상이 VIP 고객들에서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VIP 허들은 갈수록 낮아져
백화점 업계는 충성도 높은 VIP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진입 장벽을 계속해서 낮추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VIP 제도(MVG)는 기존 4등급으로 나뉘어 있었다. 가장 낮은 에이스 등급을 받으려면 연 2000만원 정도를 써야 했다. 하지만 롯데백화점은 MVG 밑에 연간 수백만원을 쓰면 진입할 수 있는 VIP 제도를 만들고 지난해 전 점포에 이들을 위한 바를 만들었다. VIP 고객은 백화점을 찾을 때마다 VIP 바에서 무료 음료를 받을 수 있고, 쇼핑할 때 상시 5%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신세계백화점도 연간 구매 금액이 800만원 이상 돼야 VIP 등급을 받을 수 있던 기존 시스템에 더해 1년 동안 400만원 이상을 쓰면 VIP(레드 등급) 대우를 해 주도록 했다. 현재 신세계백화점 레드 등급 VIP 고객의 65%가 20~30대 고객이다.
갤러리아는 지난달 광교점을 오픈하며 12층에 국내 최대 VIP 라운지를 신설했다. 백화점 업계에서 통상 연간 수천만원을 써야 VIP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지만, 갤러리아 광교점에선 연간 500만원 이상 구매할 경우, VIP 휴게 공간인 이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갤러리아 관계자는 "유튜브에 올린 라운지 영상이 큰 인기를 끌었다"며 "VIP 라운지 이용 확대로 2030 고객을 흡수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갤러리아는 지난해 10월 대전에 5개 층 규모의 별도 VIP 전용 공간(메종 갤러리아)을 만들기도 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하고 이들에게 온라인이나 다른 업체에선 만날 수 없는 고품질의 제품을 계속해 선보이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석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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