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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믿을 건 오직 VIP… 코로나 살길찾는 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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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주 간 방문 4.8회, 일반의 2배 "일반 5명 대신 VIP 1명이 낫다"

신세계 'THE S 삼성카드' 출시… 최소 이용금액 낮추고 혜택 늘려

지난달 1일부터 지난 15일까지 신세계백화점의 VIP(실적 우수 고객) 회원들은 4.8회 백화점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일반 고객 방문 횟수(2회)의 2배가 넘는다. 이 기간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전체 백화점 방문 고객 수가 줄기는 했지만, VIP 고객 방문 횟수 감소폭(20%)은 일반 고객(47%)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사태 속에서도 VIP들의 지갑은 일반 고객에 비해 훨씬 서서히 닫히고 있는 셈이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매일 방역을 하며 철저히 관리하기 위해 노력해 온 것에 VIP 고객들이 신뢰를 보내 주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백화점 업계에선 "일반 고객 5명 잡는 것보다 VIP 1명 잡는 게 더 낫다"는 게 '진리'로 통한다. 백화점 업계는 충성 고객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VIP 등급 진입을 위한 최소 구매 금액을 낮추고, 할인·서비스 혜택은 대폭 늘리고 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VIP 모시기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온라인 업체의 공세에 코로나 사태까지 겹친 최악의 상황에서 믿을 건 VIP뿐"이라고 말했다.

VIP 잡아야 살아남는다

신세계백화점은 삼성카드와 손잡고 23일 VIP 혜택을 주는 카드(신세계 THE S 삼성카드)를 출시한다. 카드만 만들면 백화점 할인부터 무료 주차, VIP를 위한 바 이용 등 혜택을 준다. 통상 할인이나 사은 행사가 적은 해외 명품 브랜드를 구입할 때에도 총 6단계의 신세계백화점 VIP 등급 가운데 상위 네 번째인 골드보다 2배 많은 적립 혜택도 제공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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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백화점이 VIP 외연 확장에 나서는 것은 제휴카드 등을 가진 실적 우수 고객들의 지갑에 백화점 매출이 달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신세계백화점 제휴카드를 소지한 고객들은 평균 316만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신세계 포인트 회원(62만원)에 비해 5배 높은 규모다. 신세계백화점 이성환 상무(영업전략담당)는 "지난해 VIP들이 쓴 금액은 전년 대비 12% 늘었다"며 "VIP 고객 선점을 위해 다양한 맞춤형 제휴카드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도 상황은 비슷하다.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은 코로나 사태 이후 오히려 1++ 등급 이상의 한우 매출이 전년 대비 30% 이상 늘었다. 1++등급 한우 가운데 마블링 점수가 가장 높은 '마블링 스코어 No.9 등심'의 경우 금요일에 입고되면 토요일 오전에 매진될 정도다. 현대백화점이 고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 등심 매출의 80% 이상이 VIP 고객들에서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VIP 허들은 갈수록 낮아져

백화점 업계는 충성도 높은 VIP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진입 장벽을 계속해서 낮추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VIP 제도(MVG)는 기존 4등급으로 나뉘어 있었다. 가장 낮은 에이스 등급을 받으려면 연 2000만원 정도를 써야 했다. 하지만 롯데백화점은 MVG 밑에 연간 수백만원을 쓰면 진입할 수 있는 VIP 제도를 만들고 지난해 전 점포에 이들을 위한 바를 만들었다. VIP 고객은 백화점을 찾을 때마다 VIP 바에서 무료 음료를 받을 수 있고, 쇼핑할 때 상시 5%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신세계백화점도 연간 구매 금액이 800만원 이상 돼야 VIP 등급을 받을 수 있던 기존 시스템에 더해 1년 동안 400만원 이상을 쓰면 VIP(레드 등급) 대우를 해 주도록 했다. 현재 신세계백화점 레드 등급 VIP 고객의 65%가 20~30대 고객이다.

갤러리아는 지난달 광교점을 오픈하며 12층에 국내 최대 VIP 라운지를 신설했다. 백화점 업계에서 통상 연간 수천만원을 써야 VIP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지만, 갤러리아 광교점에선 연간 500만원 이상 구매할 경우, VIP 휴게 공간인 이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갤러리아 관계자는 "유튜브에 올린 라운지 영상이 큰 인기를 끌었다"며 "VIP 라운지 이용 확대로 2030 고객을 흡수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갤러리아는 지난해 10월 대전에 5개 층 규모의 별도 VIP 전용 공간(메종 갤러리아)을 만들기도 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하고 이들에게 온라인이나 다른 업체에선 만날 수 없는 고품질의 제품을 계속해 선보이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석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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