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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트렌드에 대처 빠른 전문대학, '뉴칼라 인재' 양성 요람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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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 남성희 전문대교협 회장

조선일보

/전문대교협 회장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학이 나라와 사회를 걱정했지만, 지금은 사회가 대학을 걱정하는 시대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펼쳐질 능력중심사회에 걸맞은 인재는 전문대학에서 가장 잘 양성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지난 1월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전문대교협) 제19대 회장이자 역대 최초 여성회장으로 선출된 남성희〈사진〉 대구보건대 총장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갈수록 대학의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역 소재의 전문대학 총장으로서 누구보다 다른 대학의 어려운 처지를 잘 알기에 위기를 적극적으로 극복하고자 각오를 다지고 있다. 그는 "지역 전문대학이 몰락하면 대학에 그치지 않고 지역경제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며, 인근 기업의 인력 수급에도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이러한 문제는 국가뿐만 아니라 지자체 차원에서도 심각하다고 보고 전문대학의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물론 전문대학 자신도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전문대학 유연성으로 경쟁력 갖춰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전문기술역량뿐만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문제해결능력 등 소프트스킬까지 갖춘 '뉴칼라 인재'가 떠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남 회장은 전문대학이 일반대학보다 상대적으로 뉴칼라 인재를 더 잘 양성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학과 개설을 유연하게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트렌드에 민감하게 교육을 하기 때문이다.

현재 전문대학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해 지능로봇과, 드론과, VR콘텐츠과와 같은 첨단 분야와 노인케어창업과, 애완동물관리과 등의 휴먼케어전공을 개설해 활발히 운영 중이다. 또한 한류문화 확산을 위한 K-POP 학과와 한옥건축과 등 이색전공도 개설했다. 남 회장은 "많은 전문대학이 일찌감치 신산업을 주도할 학과개설을 이어가며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진용을 갖추고 있다"며 "앞으로도 사회적 효용성이 큰 다양한 분야의 창의융합적인 뉴칼라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위기에 맞설 또 다른 방안은 '고등직업교육 중심기관'이라는 전문대학의 방향성은 이어가되, 교육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다. 학교 안 학령기 학습자에 머물지 않고 성인학습자들을 포괄하는 평생교육 차원으로 전문대학 교육의 영역을 확대한다는 의미다.

"4차 산업혁명시대, 인간수명 100세의 초고령화시대에서는 특정 전공이 평생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많은 사람이 대학 간판과 학력위주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전문대학이 강조하는 직업역량 강화에 뜻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일반대학의 학·석·박사과정을 마친 이들이 전문대학으로 유턴해 직업교육을 받는 유턴입학생이 해마다 느는 것이 이를 입증하죠. 전문대학은 일찍부터 사회 변화에 맞춰 발 빠르게 사회맞춤형 인재를 양성하는 데 특화됐어요. 전문대학이 직업교육기관으로서 더 발전한다면 전직자와 실업자, 경력단절자들에게 인생 2모작, 3모작을 안정적으로 보장하는 희망사다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국가가 직업교육을 책임지는 체제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현재로서는 직업교육 활성화를 위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육성정책이 거의 없을뿐더러 평생교육차원에서 전문대학을 활용하려는 정책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는 "체계적인 직업교육은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를 안정적으로 해결하는 동시에 국가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효과적인 시스템"이라며 "선진국들이 직업교육의 국가적 책무성을 강조하거나 직업교육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교육체계를 개편하는 노력을 살펴봐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남 회장은 협회 차원에서 고등직업교육을 평생교육으로 바꾸고 직업교육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평생직업교육 활성화를 위한 성인학습자 무상교육 도입'을 4월 총선에 맞춰 정부에 제시할 계획이다.

◇직업교육에 특화… 전문기술석사 신설

남 회장은 일반대학과 전문대학 간 정체성 확립이 필요하다고 여긴다. 그는 "앞으로 전문대학은 직업교육, 일반대학은 연구중심이라는 2개의 큰 축으로 대학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며 "수직적이 아닌 병렬식 수평구조로 대학교육이 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의미에서 고안한 것이 바로 마이스터대학이다. 지난해 12월 교육부가 발표한 전문대학혁신방안에는 평생교육기관으로의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마이스터대학이 포함됐다. 전문대학에서도 석사과정까지 가능하도록 열어주는 것이 골자다.

"대학이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일반대학들이 취업에 유리한 전문대학의 학과를 개설하는 사례가 많아졌어요. 예컨대, 물리치료(학)과는 전문대학뿐만 아니라 일반대학에서도 같은 내용을 배운 학생들이 졸업 후 같은 국가고시를 보죠. 그렇다면 그 이후의 심화과정을 달리해야 해요. 일반대학에서는 학문을 연구하도록 하고, 전문대학은 그 분야 실무의 장인으로 육성하자는 것이죠. 이를 통해 일반대학 대학원에 굳이 가지 않아도 전문기술석사 학위까지 취득할 수 있도록 열어주자는 의도입니다. 즉, 전문기술이나 기능을 보유한 전문기술인이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고숙련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전문기술석사과정을 신설해 전문대학생이나 특성화고 학생들에게 다양한 길을 열어주고 싶습니다."

그는 전문대학의 발전을 위해 정부, 국회와 지속적으로 협의를 이끌어낼 예정이다. 그 시작은 전문대학과 교육부 간 고등직업교육 체계화를 위한 정책 TF다.

"최근 선진국들의 사례를 보면 단일화된 교육정책 컨트롤타워 마련, 국가 차원의 고등직업교육기관 재정립과 시스템 확립, 전문대학을 통한 국가의 직업교육을 준비한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우리의 고등직업교육체계도 이제는 새롭게 정비돼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방종임 조선에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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