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은 뇌의 흔적이다. 고고한 유토피아, 잔혹한 삼라만상, 평범한 일상 풍경 등 사람이 보고 느낀 생각을 이미지로 만든 가상 세계다. 예술AI는 예술가의 미적 가치, 인지 방식, 창작 과정을 모방한 알고리즘으로 이미지를 학습, 인식, 변형해 새로운 가상의 이미지를 생성한다.
예술AI는 사람이 평생이 걸려도 다 볼 수 없는 이미지의 양을 학습한다. AI가 수억만 장의 이미지를 학습하는 시간도 극적으로 짧아질 수 있다. 이달 네이처지에 오스트리아 빈 공과대학 포토닉스 연구소팀은 '2D 신경네트워크 이미지 센서를 사용한 기계의 초고속 시력'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초고속 시력이 상용화되면, AI가 나노의 초같이 엄청나게 짧은 시간에 엄청난 양의 이미지를 인식할 수 있다.
예술AI의 학습자료는 미술 이미지 데이터다. 2020년 미술관 오픈소스의 대표적인 예로 워싱턴 DC의 스미스소니언 인스티튜트는 280만장, 내셔널 갤러리는 5만장,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40만장, 파리의 미술관들은 10만장의 이미지 데이터를 공유하고 있다. 구글 아트앤드컬처는 70개국 1200개 미술관과 협업을 하면서 총 600만장 이상의 이미지를 온라인에 공개하고 있다. 이것만 보려고 해도 하루에 3000장의 그림 이미지를 매일 봐야 1년에 100만장, 10년이 걸려야 다 볼 수 있는 양이다. SNS까지 범위를 넓힌다면, 이미지의 수는 사람이 볼 수 있는 임계점을 넘어서 있다.
공학자들은 AI로 가상 이미지 생성 속도를 가속화한다. 그 양상은 세 가지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첫 번째, 이미지 학습이다. AI는 고양이와 같은 사물을 인식하는 딥러닝을 한다. 두 번째, 스타일 변형이다. 서양미술사의 이미지를 학습해 고흐풍, 베이컨풍 등으로 서양미술 작품과 비슷한 스타일을 만든다. 세 번째, 생성적 대립신경망(GAN)이다. 학습한 이미지를 조합해 가공의 이미지를 생성한다. 여러 얼굴 이미지를 변형해 가공의 얼굴을 만들어 낸다. 초상권이 없이 사용 가능한 수많은 가공 인물이다. 엔비디아의 고갱(GauGAN)은 사람이 간단하게 선만 그려도, 예술AI가 멋진 가공의 풍경 사진을 삽시간에 완성한다.
예술AI는 블랙스완이다.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일어나게 한다. 예술AI로 생성한 이미지의 디스플레이를 모니터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바꾸자. 현대미술작가 카우스처럼 스마트폰으로 증강현실 조각을 보게 한다. 다비드 콰욜라처럼 이탈리아 조각의 스캔데이터를 전송하고 로봇이 조각한다. 레픽 아나돌이나 아우치(Ouchhh)처럼 고해상 프로젝터로 유휴공간, 건물 외벽, 도시공원 등 장소에 구애 없이 가상의 이미지를 투사한다. 예술AI는 디스플레이만 바꾸면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증강미술의 최고 주자가 될 것이다.
[선승혜 대전시립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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