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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식후 30분 내 잦은 속쓰림, 역류성 식도염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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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권계숙 인하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중앙일보

얼마 전 직장인 K씨(36)가 진료를 받으러 왔다. 목에서 가슴으로 넘어가는 부위에 타는 듯한 고통이 계속돼 약을 사 먹으며 완화하다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병원을 찾은 것이다. 검사를 진행한 결과 역류성 식도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역류성 식도염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사람이 2018년 444만 명으로 10년 새 72.9% 증가했다. 나이가 들면서 하부 식도 괄약근이 약해지는 노령 인구의 증가를 원인으로 꼽을 수도 있지만, 의학계에서는 과식·폭음·흡연 등을 주된 원인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대인은 기름진 음식과 카페인·탄산음료의 과다 섭취로 위산이 식도로 역류해 발생하는 염증과 식도염 증세를 많이 호소한다.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식도염은 대부분 역류성 식도염을 말한다. 심하지 않은 대부분의 역류성 식도염은 위산 억제제로 치료하지만 많은 이들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병원 방문을 미룬다. 참고 참다가 쓰린 속을 붙잡고 병원을 찾는다. 속이 쓰리다 싶으면 바로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정상적인 위·식도 경계 부위는 닫혀 있어서 위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하지 않는다. 하지만 조절 기능이 약해지면 경계 부위가 완전히 닫히지 않아 위의 내용물이나 위산이 역류하게 된다. 속이 쓰리고 신물이 올라오는 증상은 여기서 비롯된다. 이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은 흉통·입 냄새·기침 등이다.

흉통 중 가장 흔한 증상은 가슴 뒤쪽이 쓰린 것이다. 협심증으로 오해할 정도로 가슴 쓰림이 심한 경우가 있다. 가슴 한가운데 뼈인 흉골이 타는 듯이 아프면 역류성 식도염을 의심해 봐야 한다. 또 위 속 내용물이 역류하면서 입 냄새가 날 수 있다. 평소 이를 깨끗이 닦고 치과 치료도 마쳤는데 입 냄새가 사라지지 않으면 위·식도 역류 질환일 가능성이 있다.

음식물과 위산이 상부 식도나 인후두(입천장과 식도 사이)까지 역류하면 기침을 유발하는 수용체를 자극한다. 후두에 만성적인 염증을 일으켜 기침을 유발할 수도 있다. 후두에 염증이 생기면 기침과 함께 목에 이물감이 느껴진다. 기침을 반복적으로 하다보면 복압이 상승해 역류가 더 심해질 수 있으니 빨리 치료하는 게 안전하다.

증상이 지속하면 만성적 역류가 발생해 궤양이 생기거나 식도가 좁아지는 식도 협착이 생길 수 있다. 보통 식후 약 30분 이내에 쓰린 증상이 자주 나타나면 병원을 꼭 방문해 검사를 받아야 한다. 위·식도 내시경 검사, 식도 내압 검사 등으로 역류성 식도염을 진단한다.

역류성 식도염은 80% 이상이 재발을 겪는다. 예방이 최선이다. 과식을 삼가고 기름진 음식과 카페인이 다량 함유된 음식 등 위산 분비를 촉진하는 음식을 피해야 한다. 과일 중에 신맛이 나는 오렌지와 파인애플 등은 피하는 게 좋다. 식사 후 바로 눕거나 쪼그려 앉는 습관도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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