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블화 가치 하락은 금리 인상, 세계경기 둔화는 인하 동기"
자국 통화 루블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소비자물가 상승 위험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세계 경제 둔화 전망 사이에서 균형을 취한 조치로 보인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날 보도문을 통해 기준금리 유지 결정을 발표하면서 "2~3월 정세가 중앙은행 전망 기본 시나리오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과 국제유가의 급속한 하락 등과 연관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러시아 중앙은행. [타스=연합뉴스 자료사진] |
중앙은행은 "루블화 가치 하락은 일시적인 인플레 자극 요소이며 이 영향으로 올해 인플레율이 목표치(4%)를 넘어설 수 있다"면서 "하지만 국제경제 성장 속도 둔화와 불명확성 증대 등과 연관된 대내외 수요 변화(감소)는 인플레 억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은 그러면서 향후 인플레율 목표치 4%를 기준으로 한 인플레율 변동 상황과 경제 성장 전망, 국내외 금융시장 반응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에 대한 추가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에선 최근 주요 산유국들의 추가 감산 합의 실패로 인한 국제 유가 폭락,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으로 인한 국제 경제 성장 둔화 전망 등으로 루블화 환율이 폭등(가치 추락)하고 주가지수가 크게 떨어지는 등 금융시장 혼란 현상이 나타났다.
이에 따라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통한 시장 안정화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었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이나 인하가 가져올 부정적 영향이 함께 존재하면서 금리 동결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 2월 초순 기준금리를 연 6%로 0.25% 포인트 인하했다.
지난해 중반 이후 여섯번째 연이은 인하 조치로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경기에 자극을 주기 위한 조치였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분쟁,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인한 국제 소비 둔화는 러시아 통화당국의 기준금리 인하를 위한 동기로 작용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15일 기준금리를 기존 1.00%~1.25%에서 0.00%∼0.25%로 1%포인트 인하했다.
하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OPEC 10개 주요 산유국이 지난 6일 추가 감산 합의에 실패한 이후 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원유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러시아의 루블화 가치와 주가가 추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루블화 가치 저하와 소비자물가 상승 조짐은 러시아 통화 당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할 압박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런 '딜레마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결국 기준금리 유지 결정을 내린 것이다.
러시아 경제는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서방 제재와 미·중 무역 분쟁 여파, 저유가 등으로 최근 몇 년 동안 어려움을 겪어왔다.
러시아 통화 루블화. [리아노보스티=연합뉴스 자료사진] |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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