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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이슈 치료제 개발과 보건 기술

'중화보건기구' '최악보건기구'… WHO는 어쩌다 '왕따'가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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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사무총장 사퇴 청원에 50만건 서명 육박
회원국들, 국제보건규칙 무시하고 정보 공유도 꺼려
공식명칭 COVID-19도 외면… 학계는 다른 이름 공표

세계보건기구(WHO)가 늦장대응과 친중, 친일 등 강대국에 휘둘리는 행보로 연일 비판의 대상에 오른 가운데 테워드로스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서명이 50만건에 육박했다. ‘세계의 보건정부’를 목표로 설립된 WHO에 우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중화보건기구(Chinese Health Organization)', '최악(Worst)보건기구', '우한(Wuhan)보건기구' 등 오명이 달라붙고 있다.

16일 미국 최대의 청원사이트인 체인지닷오르그(change.org)에는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에 대한 사퇴 요구 청원이 동의 수 48만건을 기록했다. 조만간 목표수인 50만건을 채울 것으로 보인다. 우한 코로나 사태에서 WHO가 보여준 중국 편향 행보와 뒤늦은 대응, 안이한 태도 등에 대한 비판이 전 세계적으로 커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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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워드로스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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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두' 완전박멸에 성공한 세계 전염병 퇴치의 중심

WHO는 한때 세계 보건 정책의 중심이기도 했다. 1980년대에 인류 최초로 천연두를 박멸하는데 큰 공로를 세웠고, 이 과정에서 전 세계에 걸친 수립한 회원국 간 정보 네트워크가 아직도 작동하고 있다. 이후에도 WHO는 말라리아, 홍역, 소아마비, 인플루엔자 등 수많은 전염병에 대항하는 데에 주도적으로 기여했다.

하지만 지난 2006년 '아시아의 슈바이처'로 불린 이종욱 사무총장이 타계한 이후 수장에 오른 마가렛 챈 사무총장 체제에서 WHO는 변질되기 시작했다는 비판을 받기 시작했다. 2013년 시리아에서 소아마비가 유행할 때 적절한 방역 지원을 하지 않아 시리아 정부에 기소 당하는 한편 이듬해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창궐한 에볼라 바이러스에도 늦장대응으로 도마에 올랐다.

후임으로 2017년 지휘봉을 잡은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전임보다 더 큰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게임이용장애에 질병 코드를 부여해 전문성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또 독신, 동성애자를 '장애인'으로 분류해 국제적인 반발을 낳았다. 해당 규정은 장애인으로 분류된 이들에게 난임부부와 동일한 수준의 시험관아기시술 우선권을 부여하기 위함이지만, 불필요하게 질병코드를 남발한다는 비난이 잇달았다.

◇우한 코로나 사태로 드러난 WHO의 초라한 지위

특히 이번 우한코로나 사태는 WHO가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크게 잃게 된 계기가 되고 있다. 우한 코로나의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선언 역시 뒷북선언으로 비판을 받았으며, 바이러스의 진원지인 중국에 대해서는 "세계가 중국에 빚을 졌다", "시진핑의 리더십과 지도자적 역량이 감탄스럽다"는 등 편향된 발언으로 논란을 야기했다. 앞서 WHO는 중국으로부터 10조3000억원의 투자를 약속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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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집행이사회에 참석한 주제네바 중국 군축대사.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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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CNN 등 외신도 WHO가 강대국에 치우친 행보로 사실상 회원국들로부터 무시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한 코로나 발병 초기부터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지휘해야할 WHO가 각국 정부로부터 이렇다할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제재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WHO 가입국들은 국제보건규칙(IHR)에 따라 각국 발병상황과 정보를 공유할 의무가 있지만,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는 WHO 권고를 무시하고 100개국이 넘는 국가가 독자적인 여행 금지를 시행하고있다.

의학계에서도 WHO의 가이드라인을 무시하는 건 마찬가지다. 앞서 WHO는 우한 코로나의 진원지인 우한 또는 중국을 포함한 감염병인 '우한 폐렴'이 널리 쓰이자 아직 바이러스균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COVID-19'라는 공식명칭을 급히 발표했다. 바이러스의 진원지로 낙인 찍히는 것을 원하지 않는 시진핑 정권의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하지만 세계의 감염학 전문가들은 WHO가 감염병의 공식명칭을 정하는 기구는 아니며 WHO가 정한 명칭을 공식적으로 사용해야할 의무도 없다는 반응이다. 하워드 마클 미시간대 박사는 "(전통적으로) WHO는 병명을 정하는데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WHO에 최고의 의학자들이 있는 것이 아니며 각국의 대표들이 모여 의결하는 기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학계에서는 공식명칭과 관련해서는 국제바이러스분류위원회(ICTV)의 공신력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실제 ICTV는 최근 우한 코로나의 임시명칭으로 사스코로나2(SARS-CoV-2)라는 명칭을 정했으며, 국내 감염학자들도 공식석상에서 이 병명을 사용중이다. 반면 중국 측은 해당 이름이 과거 중국에서 발병했던 사스를 담고 있기 때문에 이 명칭 사용을 반대하고 있다.

황민규 기자(durchma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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