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이유없는 비난 말고 방제에나 신경쓰라”…EU “유럽국가 美입국금지는 일방적 결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최근 발원국인 중국과 감염 확산일로인 유럽 국가를 겨냥한 발언을 두고 대상국들이 불쾌한 속내를 드러냈다.
◆ 中, 美 향해 “책임 전가로 정부 노력 모독하지 마”
우선 중국은 미국이 코로나19의 전세계 확산 관련해 ‘책임론’을 거론하자 발끈했다. 중국 정부는 “이유 없는 비난을 하지 말고 방제에나 신경쓰라”고 날을 세웠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정례 브리핑에서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과 관련해 “인류가 직면한 공동 도전임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미국 관료들은 이 시점에서 코로나19 대처에 집중하고 협력을 추진해야지 중국에 책임을 전가하거나 중국 정부와 인민의 전염병 퇴치 노력을 모독해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겅 대변인은 “미국이 갈등을 전가하거나 이유 없는 비난은 인심을 얻지 못할 것”이라며 “우리는 미 관료들이 객관적 사실을 존중하고 국제 공론을 존중하며 모독과 원망보다는 전염병 방제 협력에 시간을 쓸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증 환자를 수용하기 위해 중국 우한시 장한구의 컨벤션센터를 개조한 임시병원에서 지난 9일 마지막 환자가 퇴원하고 있다. 우한 신화=연합뉴스 |
앞서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은 전날 워싱턴 헤리티지재단이 주최한 좌담 행사에서 중국의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중국의 코로나19 감염 은폐가 세계에 두 달 동안 피해를 입혔다”며 “이 바이러스는 미국이 아닌 우한에서 발병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한 중국의 책임론을 분명히 한 해당 발언으로 중국의 발원지 발뺌과 책임 전가 시도를 일갈했다.
◆ 美 “중국 대신 코로나19 확산”…‘유럽국가 입국금지’ 명분 강조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D)는 코로나19 확산에 유럽이 중국을 대신해 중심에 섰다고 자극했다. CNN에 따르면 로버트 레드필드 CDC 소장은 12일(현지시간) 하원 정부개혁감독위원회 코로나19 대응 청문회에서 “전 세계에서 70% 이상의 신규감염 사례가 유럽과 관련이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여행 중단) 조치도 그런 이유”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내 감염 관련해 유럽을 “새로운 중국”이라고 규정하며 “(최소) 30개 주가 유럽 감염 사례와 관련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무서운 속도로 확산하는 이탈리아에서 전례 없는 전국 이동제한령이 발효된 이튿날인 지난 11일(현지시간) 밀라노 인근 소도시 코도뇨의 한 슈퍼마켓 앞에서 마스크를 쓴 주민들이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밀라노 AFP=연합뉴스 |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코로나19 관련 대국민 연설을 통해 “영국을 제외한 유럽국가로부터 미국여행 입국을 30일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은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가 아무런 상의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EU는 바이러스 확산을 제한하기 위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미국 내 코로나19 상당수 집단발병지가 유럽을 다녀온 여행객으로 인한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 반박하기도 했다.
EU가 미국의 조치에 ‘일방적 결정’이라며 거세게 반발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행정부의 대응에 이목을 쏠리게 하는 대신 외부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려는 정치적인 결정이라고 해석했다. 이 과정에서 EU가 희생양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1월 EU를 탈퇴한 영국은 입국 금지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점에서도 이러한 해석이 주목받고 있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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