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미스터트롯' |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이하 미스터트롯)이 발군의 아이디어와 짜릿한 재미에도 우승자를 발표하지 못하는 허술한 마무리로 시청자의 뭇매를 맞고 있다.
새벽 1시가 넘어서까지 진행된 방송분에서 시청자가 오로지 ‘우승자’만 보고 기다린 인내의 시간에 대한 배반이 적지 않다는 성토가 적지 않다. 마스크를 살 수 있다는 희망으로 수 시간을 기다렸지만 결국 사지 못한 허탈감보다 더 컸다는 원성도 자자하다.
12일 방영된 미스터트롯 결승전에서 우승자를 발표하지 못하며 오디션 프로그램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한 이유가 ‘서버 폭주’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방송 관계자 및 전문가들은 “제작진의 허술한 제작 역량이 대형 참사를 예고한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결승전에는 총 773만 1781표의 문자투표가 쇄도했다. 주최 측이 기대했던 투표수는 600만표 정도였으나 예상보다 많은 투표수가 몰려 서버에 문제가 생겼다는 게 주요 해명이었다.
서버 문제로 집계에 어려움을 겪자, 방송은 최종 결과 발표를 뒤로 미뤘다. ‘미스터트롯’의 사회를 맡은 김성주는 “결과는 1주일 뒤인 19일 오후 10시 방송분에서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방송이 끝난 뒤 논란과 비판이 거세지자, 제작진은 다시 “집계가 끝나는 대로 바로 발표하겠다”고 정정했다.
제작진이 우승자 발표와 관련해 우왕좌왕하는 행동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다. 이미 Mnet ‘프로듀서 101’에서 보듯 투표 조작에 대한 면밀한 검증이 중요한 상황을 고려해 실수를 최소화한다는 점에서 전례 없는 방송 사고를 눈감아줄 수 있다는 측면이 그것이다.
특히 이 방송은 마스터 총점(50%)이 2000점, 대국민 응원투표(20%)가 800점, 실시간 국민투표(30%)가 1200점 등 후보별 득표율을 계산한 뒤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사람에게 만점인 1200점을 부여하고 2~7위는 차등 배분하는 식으로 점수 계산도 복잡하다.
순위가 뒤바뀌거나 우승자가 달라지는 오류를 없애기 위해 시청자의 양해를 부탁한다는 제작진의 설명에도 전문가들은 “전체적으로는 이해가 안 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우선, 600만명 정도의 문자 투표를 이미 의식했는데 결승전에서 이보다 더 많은 문자투표가 나올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설명은 변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100만표 정도를 처리하지 못했다는 얘기 자체가 리스크 관리에 실패했다는 의미이고 방송 역량의 부족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므로 이미 참사가 예견된 것과 다름없다”며 “이미 30% 시청률을 확보한 방송사가 그 인기와 수요를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설명”이라고 말했다.
프로그램 과정에서도 가수 편애, 노예계약 등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우승자 미발표라는 가장 큰 문제까지 터지면서 전체적으로 허술한 제작이 도마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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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방송에서 우승자 발표를 1주일 미뤄 ‘다음 방송에서’라는 멘트도 시청률을 의식한 ‘꼼수’라는 비판이 나왔다. 김헌식 평론가는 “12일 방송분 3시간 30분도 모자라 다음 주까지 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너무 우려먹는다’는 인상을 줬다”며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참여 가수들과 시청자에게 돌아간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예측 실패를 이해할 수는 있으나 납득하긴 어렵다”고 했다. 시청률 35% 육박하는 인기 프로그램인 데다, 코로나19로 무관중 결승전을 하는 상황에서 문자투표가 몰리는 것은 예측 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정덕현 평론가는 “이 프로그램이 트로트라는 사각의 장르를 범 대중화한 큰 공에도 불구하고 과정의 마무리를 허술하게 진행한 점은 큰 오점”이라며 “팬덤이 클수록 생길 수 있는 사소한 오해 하나 남기지 않게 훨씬 더 세심한 준비를 했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제작진이 경험이 부족하지도 않은데, 과도한 자신감이 오히려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며 “여러 논란들을 말끔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미스터 트롯' 제작진은 13일 입장을 내고 “이번 일에 책임을 통감하고 최대한 빠른 시간 내 집계를 마무리하겠다”며 “결승전에서 생긴 돌발 상황을 완벽하게 대비하지 못한 데 대해 죄송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고 사과했다.
김고금평 기자 dann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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