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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MT시평]탄소중립, 첫걸음은 기존 인프라 활용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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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 경 식 한국가스공사 경제경영연구소장




전 세계가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하며 탄소중립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5년 파리협정 가입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중·단기 과제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까지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에너지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게 있어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은 결코 만만치 않다. 자원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적 한계가 있고,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확대 또한 어렵기 때문에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수소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에너지 자원이다. 2019년 에너지 전환 정책에서 수소를 핵심 요소로 선정한 이후 정부는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계획을 발표했다. 다만 수소가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기대되고는 있지만, 국내에서 대규모로 생산할 자원과 인프라가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수소 생산에 필수적인 청정수소 전환 기술을 확보함에 있어 다른 국가들보다 다소 뒤처져 있는데, 이는 향후 우리 경제의 약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약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기존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인데, 천연가스를 활용해 수소와 탄소를 생산하는 '메탄 열분해' 방식을 들 수 있다. 흔히 '청록수소'라 불리는 이 생산 방식은 화학 반응 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기술로, 수소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탄소는 탄소섬유 등과 같은 유기복합화합물로 활용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전국에 천연가스 인프라가 운영되고 있어 천연가스 공급망과 인접한 수요처에 메탄 열분해 설비를 설치해 낮은 수송비용으로 청록수소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일본 등 여러 국가에서 연구 중인 메타네이션 기술을 활용해 수소를 공급하는 'e-메탄' 방식도 이목을 끌고 있다. e-메탄은 그린수소와 이산화탄소를 합성해 천연가스 주성분인 메탄(CH4)으로 전환하는 기술로, 신규 전용 배관 대신 기존 천연가스 배관망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수소 인프라를 새로 건설하는 것보다 경제적이다. 뿐만 아니라 화력발전소와 같은 좌초자산화의 충격을 완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대학과 국공립 연구소를 중심으로 다양한 e-메탄 연구가 이뤄지고 있고, 한국가스공사 등 여러 기업들도 e-메탄 상용화를 위한 연구·개발(R&D) 실증 과제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론이 성공하려면 정부와 민간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정부가 기존 인프라 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정책 지원과 제도적 장치 마련에 나서고, 민간 부문은 기술 혁신과 설비 투자에 적극 뛰어들 때 비로소 우리나라가 탄소중립이라는 세계적 흐름에 맞춰 현실적인 에너지 전환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탄소중립은 단순히 목표를 설정하는 것을 넘어 현실적인 대안과 실행력이 요구되는 문제다. 자원 부족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위해 기존 인프라 활용은 반드시 필요하며, 이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은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김경식 한국가스공사 경제경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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