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을 앞두고 논의가 한창인 선거구 획정 이야기다. 4.15 총선 D-41일인 5일 현재 국회의원 선거구의 범위나 존립 여부가 불투명한 지역구가 253개 지역구 중 10여 곳에 달한다. 지난 3일 중앙선관위 산하 선거구획정위는 자체 획정안을 제출했지만 4일 여야가 이 안의 위법성을 지적해 돌려보내면서 이 논의는 획정위와 국회의 신경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현재 상황과 쟁점을 문답으로 풀어본다.
심재철 미래통합당,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유성엽 민주통합의원모임 원내대표(오른쪽부터)가 4일 오후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선거구획정안관련 3당 원내대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Q : 선거구 획정 이번이 최악인가
A : 공직선거법상 획정 시한은 ‘선거일 전 1년까지’다. 21대 총선을 기준으로 하면 지난해 4월 15일까지 획정이 끝났어야 했다는 얘기다. 획정은 선거구역표를 첨부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돼야 마무리된다. 획정이 늦어져 ‘출마를 할 수 있을지’ ‘어느 지역에 출마할지’ 등이 불투명한 상태가 지속될수록 인지도 약한 정치 신인들의 불이익은 커지고 상대적으로 현역 의원들의 기득권은 강화된다. 선거구 획정 대란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대 총선을 위한 선거구 획정안은 D-42일인 2016년 3월 2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17대 총선을 위한 선거구는 D-38일인 2004년 3월 9일 확정됐다. 획정위가 6일까지 국회의 요구를 반영한 새로운 안을 내고 여야가 당일 바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한다면 기록 갱신은 막을 수 있다.
Q : 2020 ‘획정 대란’ 왜 왔나
A : 현행 선거법상 선거구 획정안을 만드는 권한은 선거구획정위에 있다. 편제상 선관위 산하지만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국회는 획정안이 선거법상 기준을 명백히 위반한다고 판단하는 경우 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있을 때 1회에 한해 획정위에 획정안을 다시 마련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 그런데 획정위는 법정 시한을 한참 넘긴 지난 3일에야 첫 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왜일까. 선거구 획정의 가이드라인인 시ㆍ도별 의원 정수, 그리고 상ㆍ하한 인구 기준이 안 정해졌기 때문이다. 이 두가지를 정하는 게 누구의 권한인지는 선거법에 명확한 규정이 없다. 여야는 당연히 국회의원들의 권한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동안 아무 것도 합의하지 못한 채 시간만 끌어왔다. 보다 못한 획정위는 사상 처음으로 시ㆍ도별 의원정수까지 스스로 정해 만든 획정안을 지난 3일 국회에 제출했다. 여야는 그제서야 이 안이 맘에 들지 않는다며 시ㆍ도별 의원정수를 수정해 선관위에 돌려보냈다. 결국 입법 미비 속에서 지난 4년 내내 아무 것도 합의하지 못했던 여야가 획정 대란도 부른 셈이다.
Q : 획정 대란 언제부터 시작됐나
A : 헌법재판소가 ‘표의 등가성’(국회의원 선거에 반영되는 1표의 가치 불균형의 문제)을 본격적으로 문제삼기 시작한 1995년 이후 선거구 획정 대란은 정례적으로 벌어진 일이었다. 유권자 최대 선거구와 최소 선거구의 차이가 5.87대1로 벌어질 때까지 방치한 국회를 지켜보다 못한 헌재가 본격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1972년 유신헌법 제정 때 선거법상 인구 기준이 삭제된 뒤 ‘1표의 가치’가 심하게 멍들어 온 결과였다. 헌재는 1995년, 2001년, 2014년 3번의 결정으로 이 차이를 2대1 이내로 좁히도록 강제했다. 그때마다 인구변동에도 지역구를 사수하려는 의원들 사이의 ‘너 죽고 나 살자’ 식 혈투가 벌어지며 아수라장이 됐다. 이번에 서울 강남 3개 구와 서울 노원 3개 구 통폐합 논의가 무산된 것도 그래서다. 강남 의원들은 “진행 중인 재개발이 끝나면 인구가 크게 늘어나 이번에 정한 선거구가 곧 위헌적 상태에 빠진다”는 둥의 논리로 법 규정에 따른 획정 논의를 흔드는 식이었다. 결국 세종시 분구에 따른 부담은 별다른 이유 없이 경기 군포가 갑·을의 합구로 뒤집어 쓰게 됐다.
4일 여야 원내대표들이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안을 거부하기 위해 만든 합의문.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Q : 게리맨더링 가능성은
A : 3일 국회에 제출된 획정안 중 여야가 ‘명백한 위법’이 있다고 판단한 것은 ‘속초-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 등 거대면적 지역구의 탄생이었다. 이를 막기 위해 여야가 찾은 해결책은 ‘하나의 자치구ㆍ시ㆍ군의 일부를 분할하여 다른 국회의원 지역구에 속하게 할 수 없다’는 선거법 조항(25조 1항 2호)을 원포인트 개정하자는 것이다. 인구 증가로 분구가 불가피하지만 그 효과로 인접 지역의 선거구가 거대해지거나(강원 춘천), 시ㆍ도 전체의 선거구를 뒤죽박죽으로 만들 우려가 있는 경우(전남 순천)에는 이 조항이 적용되지 않도록 예외를 두자는 것이다. 문제는 이 조항이 선거구 획정의 금기인 ‘게리맨더링’(자의적 선거구 조정)을 막기 위한 핵심 조항이라는 데 있다. 한시적으로 특정 지역에 한해 적용되도록 법을 바꾼다지만 개정법 자체가 게리맨더링이 될 수도 있다. 결국 전남이나 강원의 ○○면 사람들은 같은 동네에 살면서도 서로 다른 선거구에 속하는 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게리맨더링이라는 이유로 위헌 결정이 난 사례는 딱 1번 있었다. 14대 총선 당시 적용됐던 충북 보은-옥천-영동의 분구였다. 옥천을 따로 떼어내기 위해 옥천을 사이에 두고 지리적으로 떨어진 보은-영동을 하나의 선거구로 묶었다가 헌재가 “게리맨더링”이라고 결정했다.
1812년 3월 보스턴 센티널에 게재된 엘브리지 게리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비판하는 정치만평.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임장혁 기자ㆍ변호사 im.janghyuk@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