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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4 (목)

이슈 만화와 웹툰

만화, 회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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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 나이 20대가 된 엄마 등 나이 거꾸로 먹는 만화 봇물

"고령화 사회 속도 빨라지며 변신 장르의 방향 바뀐 것"

일본서도 회춘 만화 등장해

나이 먹으면 애가 된다. 이 단순한 옛말을 만화적 상상력으로 구현하자 인기 웹툰 '회춘'이 탄생했다. '모든 사람은 중년 이후 다시 어려지고 신생아의 형태로 죽는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만화 속 대사처럼 어느 5인 가족과 그들을 둘러싼 이들의 "두 번뿐인 청춘"을 다룬다. 이를테면 신체 나이 20대가 된 엄마는 고무장갑을 벗고 네일아트를 한다. 표정이 많아지고, 남자친구를 새로 사귀고, 놀이동산에 간다. 아들은 제 또래로 변해 반짝이는 엄마를 보며 깨닫게 된다. 엄마에게도 청춘이 있었음을.

조선일보

①웹툰 '맘마미안' 속 엄마는 옛 주민등록 사진(왼쪽)처럼 수십 년 어려진다. ②웹툰 '회춘' 속 중년의 엄마(왼쪽)와 회춘한 엄마. /네이버웹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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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나이를 거꾸로 먹고 있다. 웹툰 '맘마미안'은 암으로 죽기 직전의 엄마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타고난 수명 중 일부를 저승사자와 맞바꾼 아들의 이야기다. 만화는 인간에게 한 번 더 젊음의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나이 든 자들에게는 소멸됐을 거라 여겨지는 감정을 드러낸다. 아들보다 어려져 수능 시험을 준비하고 젊은이들과 어울리기 위해 신조어와 패션을 공부하는 엄마, 이 변신의 비밀을 사수하려는 아들의 고군분투가 재미 요소로 작동한다. "부모님께 잘하자" 같은 댓글이 여럿 달려 있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다. 통계청에 따르면, 2056년쯤 우리나라 인구 중위연령은 환갑이 된다. '노인이 젊어진다'는 상상이 막연한 판타지만은 아닌 셈이다. 박석환 만화평론가는 "변신 장르는 과거 영웅 서사에 치우친 경우가 많았지만 점차 일상의 묘사로 바뀌고 있다"며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며 발생하는 세대 간 불통의 극복으로서 회춘(回春)이 만화에 등장한 것 같다"고 했다.

고령화를 우리보다 빨리 겪은 일본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 만화가 아라이도 가기리가 지난해 10월부터 트위터에 연재 중인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젊어진 이야기'가 대표적인 예. 금실 좋은 노부부가 어느 날 갑자기 젊어지면서 겪는 주변의 달라진 시선과 서로의 애틋함에 대한 만화다. 느닷없는 회춘 앞에서 그들은 당황하지만 탈선하지 않는다. 연륜 덕분이다.

[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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