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초 간격 연발사격으로 10초 단축…합참 "단거리 탄도미사일 추정"
비행거리 240㎞·고도 35㎞…전문가 "내부결속·정세고려 수위조절"
북한TV가 모자이크 처리한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 시험사격' 발사 설비 |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북한이 2일 강원도 원산 인근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발사해 그 의도와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군 당국은 이날 낮 지상의 탄도탄 조기경보레이더와 이지스 구축함 등으로 북한이 단거리 발사체를 쏜 것을 탐지하고 탄종과 비행거리, 고도, 비행속도 등을 정밀 분석하고 있다.
군은 이번 발사체를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하면서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 신형 전술지대지미사일,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놨다.
북한이 발사체를 발사한 것은 올해 들어 처음으로, 작년 11월 28일 이후 95일 만이다.
작년 5월 4일부터 13차례에 걸쳐 KN-23(19-1 명명·북한판 이스칸데르), 신형 대구경조종 방사포, 신형 전술지대지미사일(19-4),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19-6·SLBM) 등을 쏘았고, 같은 해 11월 28일 초대형 방사포 2발을 발사한 이후 한동안 잠잠했다.
군 당국은 북한이 95일 만에 발사한 발사체를 단거리 탄도미사일 기종으로 분석하고 있다.
비행거리가 240여㎞로 짧고 비행고도 또한 신형 대구경 방사포와 전술지대지미사일 등과 유사한 35㎞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작년 7월 31일과 8월 2일 발사된 신형 방사포는 비행거리가 250여㎞, 220여㎞였고, 고도는 30여㎞, 25㎞로 분석됐다. 8월 16일 발사한 신형 전술지대지미사일은 비행거리 230여㎞, 고도 30여㎞로 평가됐다.
북한은 이날 발사체 2발을 20초 간격으로 연속 발사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추정 연속발사 능력이 최정점에 오른 것으로 평가한다. 작년 11월 28일 발사한 초대형 방사포는 30초 간격으로 연발 사격해 이보다 10초를 앞당겼기 때문이다.
북한은 작년 초대형 방사포 연발 사격 시간을 19분→3분→30초로 단축한 바 있다. 이번에 발사한 기종을 초대형 방사포로 단정할 수는 없으나 기본적으로 이동식발사차량(TEL)에 탑재된 원통형 발사관에서 쏘는 기술은 같다.
전문가들은 20초 간격의 연발 사격이면 4개의 원통형에 있는 미사일 모두를 최소 1분가량이면 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한다.
군은 북한이 내부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국적으로 격리자가 속출한 가운데 도발한 의도에 주목하고 있다.
군과 전문가들은 발사 장소가 강원도 원산 일대라는 점에서 지난달 28일 실시한 합동타격훈련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실시한 이 훈련에 자주포와 122㎜ 방사포 등 90여문을 동원했다.
전선과 동부지구 방어부대, 해군, 항공 및 반항공군 부대가 참가한 훈련은 전선과 동부지구 방어부대 기동과 화력타격 능력을 판정하고, 군종 합동타격의 지휘를 숙련하는 데 목적을 두고 진행됐다고 북한 관영 매체는 전했다.
동계훈련에 속한 이번 합동타격훈련의 막바지에 합동타격 시나리오에 따라 단거리 발사체 2발을 발사했을 것으로 군과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합참은 북한 단거리 발사체 2발 발사 사실을 알리면서 "우리 군은 북한이 지난 2월 28일 실시한 합동타격훈련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혀 이번 발사가 타격훈련과 연관되어 있음을 시사했다.
특히 군은 북한이 작년부터 '자강력 키우자'고 강조해온 점으로 미뤄 이번 연발 사격도 군사력 강화 차원으로 평가하고 있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겨울 간 진행된 훈련에 대한 전군 수준의 전투대비태세 점검을 위한 연례적 훈련 활동일 가능성이 크다"며 "지난해 동부지역 부대 대상 점검이 평북 구성에서 진행된 사례를 고려할 때 오늘 발사체 관련 활동은 동·서부 지역 검열을 모두 원산지역에서 진행하는 과정의 일환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작년 말 '충격적 실제행동'을 예고했던 북한이 올해 들어 처음으로 단거리 발사체를 쏜 것은 일단 대외적으로 수위를 조절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판 전술 지대지 미사일 |
북한은 작년 말 노동당 전원회의 보고에서 충격적 실제 행동에 나서겠다며 새로운 전략무기의 도발을 예고하는 등 위기 지수를 한껏 끌어올린 바 있다. 이런 예고에 군사 전문가들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신형 SLBM 도발 등을 예상해왔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은 수위를 조절하면서 코로나19에도 내부적으로 건재하고 충분한 대응 역량을 가지고 있다, 과소평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합동타격훈련을 2015년 1월, 2016년 3월, 2017년 4월 등 세 차례 실시했지만, 지난달 28일 원산 해안가에서 시행한 규모가 가장 적은 것으로 분석됐다.
과거 세 차례 타격훈련에서는 최대 300여문의 자주포와 각종 방사포 등을 동원해 집단 포격 및 사격을 했지만, 이번에는 90여문을 동원했다. 3년 만의 합동타격훈련의 수위가 축소된 셈이다.
한미가 이달 9일부터 예정됐던 전반기 연합지휘소훈련을 사실상 취소하는 분위기에 따라 북한도 정세를 고려해 수위를 전체적으로 조절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무기 연기된 연합훈련을 규모를 줄여서라도 상반기에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북한이 합동전력을 동원해 지속해서 군사훈련을 하고,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하는 이상 상·하반기 연합지휘소훈련만큼은 실시해야 균형이 맞는 것이라고 군의 한 전문가는 강조했다.
한미는 다음 달 중으로 코로나19 상황을 재평가해 연기된 훈련 시행 여부 등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three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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