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공화국ㆍ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중동 지역은 이집트 문명과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출발지로 오랜 역사가 축적돼 있다. 큰 강의 습지에서 시작한 농경 문화와 도시 문명은 기원전 3천년경 메소포타미아의 수메르를 비롯해 바빌로니아, 페니키아, 이집트, 이스라엘 등 고대 국가를 탄생시켰다. 기원전 7세기에는 아시리아라는 통일 국가가 등장해 대제국으로 발전했다.
이 무렵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뿌리인 유대교와 조로아스터교가 생겨났고, 서양 문명의 근원인 그리스ㆍ로마 문화도 오리엔트 문명의 토양에서 발아해 꽃을 피웠다. 이후 동유럽의 비잔틴제국이 중동지역에 진출해 유라시아의 실크로드와 지중해 상권을 연결하는 교역에 앞장서며 유럽 상업의 발달에 기여했다. 그리고 11세기 말부터 200년에 걸친 십자군 원정은 비잔틴제국의 몰락과 유럽의 르네상스 운동을 일으키는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글로벌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중동과 이슬람 세계는 여전히 테러, 전쟁, 석유 등 부정적이고 단편적인 이미지로 각인돼 있다. 예전에 지리적ㆍ경제적ㆍ종교적 교류가 거의 없었고, 상호 이질적인 관계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20세기 이전의 중동을 유럽의 시각으로 받아들이고 이해했다면, 20세기 이후 중동의 정치, 경제, 종교는 미국의 시각에 의존해 재단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컨대, '중동'과 '극동'이라는 용어 자체가 19세기 세계를 호령하던 영국이 자기 나라를 기준으로 붙인 아시아의 명칭이다. 최근에는 미국이 자국의 가치관과 제도를 중동에 강요하면서 지역 분쟁의 불씨로 작용하고 있다.
대학 교수를 거치며 20여 년 동안 일본의 고등학교 세계사 교과서 집필을 담당한 저자는 중동이 유럽 문명권과 중화 문명권의 변방이 아니라 인류 문명의 출발지이자 동서양을 연결하는 세계사의 중심 무대였음을 보여준다. 중동사야말로 서양사와 동양사를 연결해 세계사를 완성하는 결정적 퍼즐 조각이라는 것이다. 더불어 중동과 이슬람 세계를 하나의 문명권으로 설정하고 그 역사적 흐름을 차례로 정리했다.
이번 책은 중동과 이슬람 세계를 6기의 시대로 나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의 문명 시대(기원전 3천~기원전 550년), 이란인의 패권 시대(기원전 550~기원후 651년), 아랍인의 패권 시대(632~11세기), 투르크인의 패권 시대(11세기~19세기 후반), 유럽 국가의 패권 시대(19세기 후반~20세기 전반), 중동의 자립과 혼란의 시기(제2차 세계대전 이후)가 그것이다.
이다미디어. 408쪽. 1만6천원.
한눈에 꿰뚫는 중동과 이슬람 상식도감 |
▲ 노조공화국 = 윤기설 지음.
"문재인 정권 들어 노동권력의 위세는 하늘을 찌를 듯 높다. 촛불시위를 이끈 '개국공신' 민주노총은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문재인 정권의 친노동 정책과 만나면서 거대 권력집단으로 탈바꿈했다. 전쟁을 방불케 하는 전투적 조합주의는 선진국에서는 자취를 감췄지만 이 땅에서는 여전히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경제 신문사에서 30여 년 동안 기자로 활동한 저자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한국 노동운동의 행태와 기업경영을 옥죄는 '붉은 깃발법'들을 사례 중심으로 소개하고 외국의 실패한 포풀리즘 정책과 성공한 노동개혁 사례를 비교 분석함으로써 우리나라의 바람직한 노동개혁 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고 집필 취지를 밝힌다.
책의 제1부에서는 민주노총의 노동운동과 대기업 노조의 파업, 민주노총 내부의 계파 싸움 등의 실태를 분석하고, 2부에서는 친노동 정책이 국가경제와 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등을 다룬다. 이어 3부에서는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그리스 등의 포퓰리즘 정책이 국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사례 중심으로 살피며, 4부에서는 이 같은 분석을 토대로 저자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노동개혁 방향을 제시한다.
저자는 "국가 경제의 성장 동력을 높이기 위해선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국제 기준에 맞는 노사관계법 개정, 임금체계 개편 등을 골자로 하는 노동개혁이 필수"라며 이를 위해선 정치 지도자의 강력한 리더십이 발휘돼야 한다고 주문한다.
미래사. 271쪽. 1만6천원.
노조공화국 |
▲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 정재찬 지음.
인생의 무게를 오롯이 견디며 살아가는 우리의 고단한 어깨를 보듬는 열네 가지 인생 강의가 담긴 인문 에세이다. 한양대 국어교육과 교수인 저자는 밥벌이(생업ㆍ노동), 돌봄(아이ㆍ부모), 건강(몸ㆍ마음), 배움(교육ㆍ공부), 사랑(열애ㆍ동행), 관계(인사이더ㆍ아웃사이더), 소유(가진 것ㆍ잃은 것) 등 일곱 개 테마로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에 대해 시에서 길어낸 지혜와 성찰을 중심으로 들려준다.
"이 책은 인생에 해답을 던져주거나 성공을 기약하는 따위와는 거리가 멉니다. 가끔씩 고개를 끄덕이고, 슬쩍 미소 짓다가 혹은 눈물도 훔쳐보며, 때론 마음을 스스로 다지고 때론 평화롭게 마음을 내려놓으면 그만입니다. 시로 듣는 인생론은, 그래서 꽤 좋을 것입니다."
저자의 머리말처럼 이번 신간은 테마별로 두 코스씩, 다시 말해 모두 열네 번의 시 강의를 통해 박목월, 신경림, 이성복, 황동규, 문정희, 나희덕 등의 시 작품 60여 편으로 삶의 지혜를 살펴본다. 나아가 이문세의 '옛사랑' 같은 노래나 알랭 드 보통 등의 명저 내용으로 사랑의 의미를 다시 배우고, 고려가요 '청산별곡' 등으로 고독의 가치를 되새기는 등 인생의 맛을 다채롭게 음미하게 한다.
인플루엔셜. 356쪽. 1만6천원.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
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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