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오산공장. 아모레퍼시픽은 코로나 19 예방을 위한 방역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 오산공장 가동을 이틀간 중단한다고 26일 공시했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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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위해 공장이 멈췄다
아모레퍼시픽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방역 작업을 위해 오산공장(오산 뷰티 파크)의 가동을 이틀간 중단한다고 26일 공시했다.
한시적으로 공장을 멈춘 뒤 28일부터 생산재개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오산공장은 설화수와 라네즈 등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을 생산하는 국내 최대 생산거점이다. 이곳에선 5278억원(2018년 기준) 어치의 화장품이 생산됐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이날 “최근 코로나 19 때문에 면세점과 중국 매출이 급감해 업계 전체가 어려움을 겪는 터여서 아모레의 오산공장 가동 중단이 남의 일 같지 않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또 보유 중이던 서울 강남구 논현동 소재 빌딩을 1600억원에 한양건설에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업계에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 19의 확산으로 인한 산업계 타격이 커지고 있다. 그간 자동차 업계 등에서 일부 부품 공급 중단으로 생산시설이 멈춰선 적은 있지만, 아모레퍼시픽처럼 방역을 위해 핵심 생산 거점을 세운 건 사실상 처음이다. 한화솔루션도 이달 중순 태양광 모듈 제조 시설인 충북 진천공장과 음성공장의 가동을 일주일가량 중단한 바 있다. 중국에서 들여오던 부품공급이 여의치 않았던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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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채용 일정도 줄줄이 연기
생산은 물론 기업 활동의 또 다른 핵심축인 채용 역시 줄줄이 미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보통 3월에 상반기 중 채용 공고를 내고 4월에는 삼성직무적성검사(GSAT)를 진행했지만, 올해는 아직 구체적인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3급 대졸 신입사원 공개채용에서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소프트웨어 역량테스트’를 지난 15일에서 다음 달로 연기한 바 있다. 수시채용 중심인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외부인의 사옥 출입을 제한함에 따라 자연스레 채용 일정이 미뤄졌다.
SK그룹도 매년 4월 말쯤 실시하던 상반기 SK종합역량검사(SKCT)를 5월 중순에야 치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3월 초면 시작되던 공채 일정 자체가 같은 달 말로 한 달 가까이 미뤄진 탓이다. LG그룹도 채용 시기를 예년 3월에서 일단 4월 이후로 늦춘다는 방침이다.
롯데그룹은 다음 달 6일부터 대졸 공채 일정을 시작하되 자체 인·적성 시험인 조직ㆍ직무 적합도 진단(L-TAB)이나 면접 전형 등은 최대한 늦춰 진행하기로 했다. 다른 대기업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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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출장자 “한국인 만나기 꺼리더라”
생산과 채용은 물론 다른 경영 활동에도 여파가 미치고 있다. 대기업 대부분이 해외 출장 자제령을 내리면서, 비즈니스 파트너와의 미팅 등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다. 익명을 원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 모두 겉으로는 비상경영계획대로 이행해 경영에 큰 차질이 없다고 말하고는 있지만, 사실 차질이 없을 수 있겠냐"며 "해외 거래처들 대부분 우리가 제때 납품할 수 있을지를 회의적으로 보는 상황이라고 보는 게 맞다"고 전했다.
어렵사리 해외 출장을 가더라도 현지 비즈니스 파트너가 만남을 꺼리는 경우도 잦다. 실제 미국 현지 출장 중인 5대 그룹의 관계자는 “일주일가량 미국 가스전 설비 등을 둘러보려 했었는데, 현지 관계자들이 한국인 방문을 극도로 꺼려 당초 계획대로 일정을 소화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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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옥 폐쇄에, 주주총회는 외부에서 개최
국내 경영 일정에도 차질이 생기고 있다. SK텔레콤은 이날부터 28일까지 본사인 서울 을지로 T타워를 폐쇄한 뒤 집중 방역을 하기로 했다. 직원 중 1차 양성 판정자가 나온 탓이다.
당장 3월 주주총회 시즌을 앞둔 상장사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10대 그룹의 한 임원은 "코로나 19로 주주들의 주총 참여가 저조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고 대놓고 독려할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주총을 앞둔 기업들은 마스크와 손 소독제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에 앞서 효성ITX는 지난주 주주총회 소집 공고를 내면서 "열화상 카메라 등으로 주주의 체온을 측정하고 발열이 의심될 경우 출입을 제한하겠다"고 안내했다.
지난해 3월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0기 정기 주주총회'의 모습. 주주들이 총회장 입장을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올해는 삼성전자 서초사옥이 아닌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주총이 열린다. 김경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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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감염 등을 우려해 주총장을 바꾼 곳도 기업도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주총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연다. 소액 주주가 몰릴 경우 바이러스 확산 우려 등을 고려해 주총장을 변경한 것이다. 그동안은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었었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기업이 주총을 연기하기 위해선 정부가 특별법 등을 마련해 우회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1차 협력업체 폐쇄로 가동이 중단됐던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포터 조립 라인이 이날 가동을 재개했다. 앞서 포터의 철판 적재함을 공급하는 협력회사인 서진산업에서 코로나 19 사망자가 발생해 25일 하루 동안 생산이 중단됐었다.
일단 생산이 재개되긴 했지만, 대구ㆍ경북 지역 다른 협력업체의 추가 폐쇄 가능성도 있어 마음을 놓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이수기ㆍ김영주ㆍ강기헌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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