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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1 (토)

두 번째 폴더블폰 ‘갤럭시Z플립’ 완판 수혜주…KH바텍(힌지)·비에이치(FPCB)·켐트로닉스(강화유리) ‘Z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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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할 맛 납니다.”

요즘 IT 업종 애널리스트들이 스마트폰 부품업체 탐방을 가서 자주 듣는다는 말이다. 휴대폰 산업은 기술 발전 속도가 무척 빠르다. 그만큼 부침이 잦고 실적 변동성이 높다. 최근 수년간 스마트폰 시장이 침체기를 겪을 때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해야 했다.

꾸준한 연구개발(R&D) 투자로 절치부심한 IT 부품업체들에는 올해가 기회다. 화면이 접히는 폴더블폰이 본격적으로 개화하면서 속속 흑자전환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덕분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두 번째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Z플립’이 출시와 동시에 ‘완판(완전판매)’ 행진을 보이자 관련 부품주가 주목받는다. 기존 스마트폰 폼팩터(하드웨어의 크기·형태)로는 더 이상 차별화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스마트폰 시장 무게중심이 폴더블폰으로 옮겨가는 속도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매경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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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에 따르면 갤럭시Z플립은 시장에 나온 첫날인 지난 2월 14일 국내에서 삼성닷컴을 통해 판매된 자급제 물량이 품절된 데 이어 미국, 스페인, 아랍에미리트(UAE), 싱가포르, 프랑스 등 1차 출시 국가에서 완판됐다. 업계에서는 갤럭시Z플립의 초도 물량을 2만~3만대 수준으로 보고 있다. 전작인 갤럭시폴드의 10배 정도 수준이다. 갤럭시폴드보다 물량이 상당 부분 늘어났음에도 소진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는 점이 주목받는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량이 늘어나고 평균판매단가(ASP) 상승 효과가 뚜렷할 것으로 보이며 폴더블폰은 지난해 50만대에서 500만대로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관련 종목의 실적 개선 가능성에 주목한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수율 등의 문제로 양산이 쉽지 않아 수익 기여도가 미미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는 진단이다.

최근 상승세가 두드러지는 종목은 KH바텍이다. 현 주가는 2만6000원 안팎으로 지난해 7~8월 저점이었던 7000원대와 비교하면 7개월여 만에 3배 이상 올랐다. KH바텍은 일종의 경첩 역할을 하는 힌지(hinge) 부품 관련 기업이다. 힌지는 폴더블폰의 두 패널을 접고 펼치는 데 이음새 역할을 한다.

이 회사의 굴곡진 스토리는 드라마틱하다는 표현이 딱 맞는다. 2000년대 중반 KH바텍은 당시 세계 최대 휴대폰 제조사인 노키아에 힌지를 납품했다. 위아래가 겹치는 폴더형 휴대폰에는 힌지가 필수 부품이었다. 하지만 직사각형 형태인 스마트폰 시대로 접어들면서 혹독한 위기를 겪었다. ‘죽음의 계곡’을 버티지 못한 대부분 힌지 기업이 이때 퇴출됐다.

그러던 중 등장한 폴더블폰은 기사회생의 기회가 됐다. 폴더블폰 기술 발달로 접는 횟수가 늘어나면 힌지 공급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KH바텍은 삼성전자 폴더블폰용 힌지 제품을 개당 약 30달러 수준에 납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폴더와 슬라이드형 힌지 가격의 10배에 이르는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교보증권이 보고서에서 이 회사를 ‘힌지 분야에서 살아남은 최후의 승자’로 표현한 배경이다. 증권가에서는 KH바텍이 올해 매출 3430억원에 흑자 460억원을 낼 것으로 전망한다.

아울러 내장 힌지를 만드는 파인테크닉스 주가도 상승세다. 파인테크닉스 역시 올해 흑자전환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본격적인 폴더블폰 수혜로 올해 매출은 전년보다 76% 늘어난 2332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비에이치는 OLED 패널에 쓰이는 연성인쇄회로기판(FPCB)과 경연성인쇄회로기판(RFPCB)을 생산하는 부품 기업이다. 비에이치는 삼성디스플레이를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으며 폴더블 OLED 패널 채용이 늘어나면서 수혜가 예상된다.

스마트폰용 필름 전문업체 세경하이테크 주가도 강세다. 폴더블폰은 펼쳤을 때 기존 스마트폰보다 훨씬 크다. 이 때문에 스마트폰 뒷면을 덮는 외부 보호 필름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예측이다. 세경하이테크는 주요 폴더블폰에 적용되는 특수보호필름의 1차 벤더로 납품을 진행하고 있다.

초박형 강화유리(UTG·Ultra Thin Glass) 제조업체도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첫 폴더블폰인 갤럭시폴드의 휘어지는 화면 소재로 플라스틱을 사용했다.

하지만 향후 갤럭시의 상징과도 같은 ‘S펜’을 사용하는 수준으로 진화하려면 종전 투명 PI(Polyimide)필름 보호막 디스플레이 구조로는 어렵다는 분석이 줄곧 제기됐다. 이에 삼성전자는 갤럭시Z플립부터는 얇은 유리를 활용했다. 유리는 플라스틱 필름보다 충격과 스크래치에 더 강하다.

화면을 보호하는 초박형 강화유리 제조업체인 켐트로닉스는 올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53% 증가한 460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업체 이녹스첨단소재도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노린다. 이녹스첨단소재는 2017년 이녹스에서 인적분할돼 설립됐다.

[배준희 기자 bjh0413@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 2047호 (2020.02.26~2020.03.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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